야3당 영입은커녕 탈당 막기에도…여 입당 러시에 ‘행복한 비명’
2014년 지방선거 당일 오전 서울 종로구 대학로 효제초등학교에 마련된 종로 5-6가동 제1투표소에 시민들이 투표를 하고 있다. 구윤성 기자
한국당 핵심 당직자는 내년 지방선거 인재영입과 관련한 질문에 “기자라면 한국당 후보로 출마하고 싶겠냐”면서 자포자기성 답변을 내놨다. 이 당직자는 “현재 혁신위원회가 활동하고 있지만 당 내에서는 여기에 큰 기대를 하는 사람이 없다”고 귀띔했다.
한국당은 7월 13일 박근혜 정부에서 행정자치부 장관을 지낸 정종섭 의원을 인재영입위원장으로 임명하고 지방선거를 대비한 본격적인 인재영입에 나섰다. 그로부터 한 달이 지났지만 성과는 미미한 수준이다.
정 의원 측 관계자는 “위원장만 임명됐을 뿐 인재영입위원회 구성이 완료되지 않았다”면서 “위원회가 구성되면 가시적인 성과를 낼 것”이라고 했다. 지지율이 낮아 인재영입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는 “그런 것은 아니다”라며 “정 의원이 현재 여러 사람들과 접촉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 곧 인재영입 발표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앞날은 어둡기만 하다. 인재영입은 고사하고 기존 당원들조차 당을 이탈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당 텃밭으로 분류되는 부산 강서구에서는 노기태 강서구청장이 한국당을 탈당해 민주당에 입당했다. 7월 3일에는 강서구의회 정옥영 의장까지 탈당을 선언하면서 지역 정치권이 발칵 뒤집혔다.
하지만 정 의장은 탈당 4일 만에 한국당에 복당했다. 강서구 당협위원장인 김도읍 의원이 정 의장 탈당을 강하게 만류했다는 후문이다. 이 과정에서 일부 한국당 관계자가 정 의장 집 앞까지 찾아와 항의를 하는 등 강하게 압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 의장은 탈당 이유로 “당협 행사 인원 동원이나 국회의원 지역 방문 시 의전, 행사 참석 등에 상당한 부담을 느꼈다”고 말했지만 한국당의 한 관계자는 “그런 어려움은 어느 당을 가도 마찬가지”라며 “진짜 이유는 지방선거를 앞두고 한국당의 지지율이 낮아 불안한 것 아니겠냐”고 분석했다.
정우택 한국당 원내대표 지역구인 충북 청주시의회에서는 6월 27일 안흥수 시의원이 탈당계를 제출하면서 시의회 내 한국당 과반의석이 무너졌다. 안 의원은 아직까지 무소속 상태지만 지역에선 민주당 입당설이 돌고 있다. 청주시의회에서는 4월에도 한국당 소속 남연심 의원이 탈당한 바 있다.
역시 한국당의 텃밭인 경남 거창군에서는 유력한 군수 후보로 거론되던 한국당 김창호 대변인과 김기범 부대변인이 잇달아 탈당하고 민주당에 입당했다. 무소속이었던 양동인 거창군수는 현직 경남지역 단체장으로는 최초로 7월 11일 민주당에 입당했다.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의 사정도 비슷하다. 국민의당은 문준용 제보조작 파문에 이어 안철수 전 대표의 전당대회 출마로 내홍을 겪고 있다. 국민의당 국회의원들이 대거 탈당할 수도 있다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국민의당의 한 관계자는 “지금은 인재영입보단 당 내부 추스르기에 바쁜 상황”이라면서 “전당대회가 끝나야 본격적으로 지방선거를 준비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바른정당은 7월 2일 신성범 전 의원을 위원장으로 하는 인재영입위원회를 구성했지만 아직 공식적으로 영입에 성공한 인물은 없다.
이처럼 야 3당이 인재 어려움에 겪으면서 어쩔 수 없이 현역 의원을 차출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온다. 그러나 이마저도 자칫 선거에서 지고 의석만 잃게 될 것이라는 우려가 적지 않다.
반면 민주당은 밀려드는 입당 신청으로 행복한 비명을 지르고 있다. 민주당 경남도당에는 7월에만 4000명이 입당했고, 전남에선 올 들어 당원이 6200명이나 늘어났다. 민주당 조직국 관계자는 “아직 전국적으로 당원이 몇 명이나 늘어났는지 정확한 통계는 내보지 않았다”면서도 “최근 전국적으로 입당 신청이 크게 늘어난 것은 맞다”고 말했다. 특히 내년 지방선거 출마를 계획하고 있는 인사들이 자신의 지지자들과 단체로 입당하는 사례가 크게 늘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 불모지에서도 중량감 있는 인물들이 입당을 타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강원도 강릉시의회에서는 최근 3선 중진인 무소속 이재안 의원이 민주당에 입당했다. 강릉은 보수성향이 강한 지역으로 한국당 공천을 받지 못하면 차라리 무소속 출마가 낫다는 평가까지 있는 곳이다. 선거 때면 한국당에만 공천 신청자가 몰려 민주당은 후보 구하기조차 어려움을 겪었었다. 그런데 최근 민주당의 지지율이 고공행진을 하자 중량감 있는 인사들이 속속 민주당 입당을 타진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사람이 몰리다보니 입당이 거부되는 사례도 자주 발생하고 있다. 김기웅 바른정당 보령·서천 조직위원장은 지난해 총선에서는 새누리당(현 한국당) 비례대표를 신청했고, 올해 대선에서는 바른정당에서 활동했다. 민주당은 김 위원장이 자주 당적을 변경했다는 이유로 입당을 거부했다.
표면적인 이유는 당적을 자주 변경했다는 것이지만 기존 민주당 인사들이 텃새를 부린 것이라는 해석도 있다. 김 위원장이 차기 충남 서천군수 후보로 거론되는 상황에서 입당이 허용되면 공천 경쟁이 한층 치열해질 수밖에 없다. 김 위원장이 민주당 입당을 타진하자 서천군수 후보군으로 거론되던 인물들이 반대 입장을 밝혔다. 이들은 김 위원장의 입당을 결사반대한다는 성명서를 발표하고 입당이 받아들여질 경우 집단탈당까지 할 수 있다는 강경한 입장을 밝혔다.
지난 4월 한국당을 탈당한 권민호 거제시장은 민주당 후보로 경남도지사 경선에 출마하겠다는 뜻을 밝혔지만 민주당 거제지역위원회는 반대 성명서를 냈다. 권 시장은 민주당 입당 의사를 밝힌 후 4개월가량이 지났지만 여전히 무소속 상태로 남아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정치권에서는 내년 지방선거가 민주당의 압승으로 끝나는 것 아니냐는 전망도 나온다. 앞서의 한국당 관계자는 “우리 당으로서는 현재 뾰족한 해법이 보이지 않는 상황”이라면서도 “지난 4월 재보선에서 한국당이 의외로 선전하지 않았나. 민주당 지지율에는 거품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명일 기자 mi737@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