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공간서 먹고 사고 즐기는 쇼핑몰…실패 땐 제3, 제4의 스타필드 동력도 잃어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 연합뉴스
고양 스타필드는 의류와 잡화, 가전 등을 포함한 전문 소비재 매장과 성별·세대별·취향별로 세분화된 음식점, 휴게·레저시설, 이색체험 공간 등이 어우러진 ‘쇼핑테마파크’ 콘셉트로 구성됐다. 수도권 서북부에 지어진 쇼핑센터 가운데는 가장 큰 규모며 연면적만 36만 5000㎡(지상 4층, 지하 2층)에 달한다. 스타필드 관계자는 “단순히 판매를 위한 공간이 아니라 기존에 없던 진일보한 콘텐츠를 선보이는 복합쇼핑몰로서 고객의 기대에 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당초 고양 스타필드는 지난 6월 개장이 목표였지만 고객 동선 등에서 보완할 부분이 발견돼 오픈 일정을 연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 부회장은 스타필드 준비 상황을 직접 챙기며 반드시 기존과 다른 새로운 시각에서 접근할 것을 강조했다고 전해진다. 신세계 관계자는 “정 부회장이 매장 구성을 비롯해 브랜드 입점까지 다양한 의견을 제시했다”며 “일반 마트에서 취급하는 상품보다 더 고급스럽고, 품질 좋은 제품을 공급해야 한다는 암묵적 룰이 있었다”고 했다.
신세계에 따르면 기존 쇼핑몰과 스타필드의 가장 큰 차이점은 ‘체험의 강도’다. 대형마트의 경우 쇼핑에 최적화된 환경을 제공하는 반면 고객의 체류 시간은 평균 1~2시간 남짓으로 볼거리가 많은 백화점보다 짧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요즘 업계 트렌드가 ‘쇼퍼테인먼트’(쇼핑+엔터테인먼트)인데 고객에게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하고, 체류 시간을 늘려 궁극적으로는 매장을 떠나지 않고 한 공간에서 먹고, 사고, 즐기는 것이 모두 가능하도록 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스타필드는 고객의 체류 시간을 대형마트는 물론 백화점보다 더 늘리겠다는 포부를 갖고 각각 공간을 채웠다. 볼거리는 물론 고객이 직접 체험할 수 있는 다양한 즐길거리를 마련해 최소 6시간 이상 고객이 놀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앞의 스타필드 관계자는 “당장의 매출보다 고객이 좋은 경험과 기억을 갖고 돌아가는 데 노력을 기울였다”고 했다.
고양 스타필드는 지난 6월 개장이 목표였지만 고객 동선 등에서 보완할 부분이 발견돼 오픈 일정을 연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 부회장은 스타필드 준비 상황을 직접 챙기며 반드시 기존과 다른 새로운 시각에서 접근할 것을 강조했다고 전해진다. 사진=정용진 신세계 부회장 SNS 캡쳐.
인근 상권에 위치해 경쟁 점포로 분류되는 잠실 롯데월드타워는 면세점 사업만으로 한 해 6000억 원에 가까운 매출을 올렸고, 특허권이 회복된 올해 매출 목표는 1조 2000억 원으로 잡았다. 롯데월드타워의 세부 매출 역시 비공개지만 업계에선 롯데월드몰 등을 포함한 롯데의 연매출이 1조 6000억 원을 상회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는 기존 롯데 잠실백화점의 매출은 포함하지 않은 액수다.
공교롭게도 고양 스타필드는 롯데가 지난해 오픈한 롯데 은평몰과 경쟁해야 한다. 롯데몰의 연면적은 16만㎡로 고양 스타필드보다 훨씬 적지만 방문객이 많아 이마트 전국 매출 1위인 이마트 은평점을 위협하기도 했다. 유통업계 다른 관계자는 “롯데 은평몰과 비교했을 때 고양 스타필드는 지리적 접근성이 떨어지고, 배후 상권 개발이 제한돼 있는 약점이 있다”며 “관건은 (충성도 높은) 고객의 재방문인데 하남 스타필드의 경우 최근 재방문율이 떨어진 것으로 알려져 고양 스타필드도 이에 대한 대비가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고양 스타필드와 은평 롯데몰의 방문 고객층 및 교통 여건이 다르므르 단순 비교는 어렵다는 주장도 있다. 스타필드 관계자는 “하남과 달리 고양은 철저히 서울 서북부를 타깃으로 했다”며 비교 경쟁에서 자신감을 드러냈다.
하남 스타필드 전경. 사진=신세계
재계 인사 가운데 손꼽히는 ‘SNS 스타’인 정 부회장은 자신의 계정을 통해 스타필드 광고 영상을 직접 소개하는 등 홍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앞서 정 부회장은 ‘2017년 이마트 하반기 경영전략 회의’에서 “이마트는 대한민국에서 가장 많이 시행착오를 하는 회사”라며 임직원의 도전정신을 북돋기도 했다.
미국 터브먼(TPA HANAM UNION SQUARE HOLDINGS LP)의 투자를 이끌어 낸 하남 스타필드와 달리 고양 스타필드는 사실상 신세계가 단독으로 사업을 추진하는 상황이다. 특히 정 부회장의 이마트와 함께 스타필드에 공동 투자했던 신세계백화점은 스타필드 운영법인인 신세계프라퍼티의 남은 지분 10%를 모두 이마트에 넘기고 스타필드 사업에서 손을 뗐다. 앞의 유통업계 관계자는 “정 부회장의 스타필드에 대한 애착이 상당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고양 스타필드가 성공한다면 정 부회장의 ‘실험’은 유통업계의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잡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반면 실패한다면 대형마트의 성장 둔화로 딜레마에 빠진 이마트가 또 다른 혼란에 직면할 가능성이 있다. 아울러 인천 청라 등에 추진하던 제3, 제4의 스타필드 건립도 동력을 잃을 수 있다. 이미 신세계는 지난달 청라 스타필드 건축계획을 백지화하고 사업 콘셉트를 원점에서 재구상 중이다. 스타필드 관계자는 “청라 스타필드 사업은 연기된 것이 아니며, 재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강현석 기자 angeli@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