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도 사담 저기도 사담…
인도의 작은 마을인 라카노우의 한 중학교 교사가 한숨을 쉬면서 하는 말이다. 아닌 게 아니라 학생들 이름이 죄다 ‘사담 후세인’이기 때문이다. 이 학교 전교생 중 ‘사담 후세인’이라는 이름을 가진 학생들 수는 무려 100명 정도. 이런 현상은 비단 중학교뿐만이 아니다. 초등학교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이 마을이 온통 ‘사담 후세인’으로 넘쳐나기 시작한 것은 지난 1991년 미국과 이라크 간에 전쟁이 시작되면서부터였다. 상당수의 마을 주민들이 당시 이라크 대통령이었던 사담 후세인에게 찬사를 보내는 의미에서 태어나는 아들의 이름을 ‘사담 후세인’으로 짓기 시작했던 것이다.
세 살배기 아들을 최근 ‘사담 후세인’으로 개명시킨 한 마을 주민은 “이것은 우리가 훌륭한 지도자에게 경의를 표시하는 나름의 방법이다. 언젠가는 우리 마을이 전부 ‘사담 후세인’으로 가득 찰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한 사담 후세인이라는 이름의 한 소년(14)은 “내 이름이 무척이나 자랑스럽다”고 뿌듯해하기도 했다.
후세인이 처형되던 날 이 마을의 ‘사담 후세인’들은 전부 이슬람 사원에 모여서 예배를 드리면서 추모 행사를 벌이기도 했다. 이 마을의 지도자인 아윱 칸은 “부시가 한 명의 사담 후세인을 처형했지만 우리는 한 부대의 사담 후세인을 만들어내고 있다”고 자랑스러워했다.
하지만 모든 마을 주민들이 무섭게 늘어나고 있는 ‘리틀 사담 후세인’을 반기고 있는 것만은 아니다. 한 주민은 “모든 사람의 이름이 똑같다면 이 얼마나 우스운 일인가. 이름이 헷갈려서 발생하는 문제도 적지 않을 것”이라면서 앞날을 걱정하고 있다.
김미영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