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빈 지배력 강화용” 국민연금 견제 나설까
롯데그룹 유통 4사의 분할과 합병 작업이 신동빈 회장의 그룹 지배력 강화를 위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사진은 신 회장이 지난 5월 23일 오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박근혜 전 대통령의 뇌물 관련 첫 재판에 참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들어가는 모습. 박정훈 기자 onepark@ilyo.co.kr
롯데쇼핑 해외 부문은 2008년 사업 시작 이후 줄곧 적자다. 특히 2014년 백화점 1095억 원, 대형마트 1568억 원 등 2663억 원, 2015년 백화점 1052억 원, 대형마트 1483억 원 등 2535억 원, 2016년 백화점 828억 원, 대형마트 1240억 원 등 2068억 원 등으로 3년 연속 적자가 2000억 원대를 넘어섰다. 2015년 신동주 전 부회장이 ‘1조 원 이상의 부실’을 주장하며 신 회장을 공격했던 근거다. 주가도 이를 반영, 연간 낙폭이 2014년 32%, 2015년 14.84%, 2016년 4.7%에 달한다.
올해도 사드 후폭풍 등으로 대규모 영업적자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한국기업평가(한기평)는 2017년 롯데쇼핑 중국 할인점의 총매출액과 상각전영업이익(EBITDA)은 9258억 원, 마이너스(-) 1664억 원으로 전년 대비 각각 2130억 원, 662억 원 축소되며, 순차입금은 9908억 원으로 1664억 원 증가할 수 있다고 추정했다.
지급보증 규모 역시 증가 추세다. 2011년 말 1400억 원이었던 지급보증액은 2016년 말 1조 4000억 원으로 크게 증가했고, 이 중 중국 사업에 대한 지급보증액이 1조 3000억 원을 차지하고 있다. 한기평은 “추가 유상증자 또는 지급보증 제공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중국과 국내 실적을 합산해 재무안정성을 측정하고 이를 신용도에 반영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신용등급 하락 가능성을 시사한 것이다. 현재 A계열인 신용등급이 B계열로 떨어지면 차입 비용이 늘어 재무구조는 더욱 악화될 수밖에 없다.
# 나쁘지 않은 먹을거리 3사
롯데제과와 롯데칠성음료는 최근 수년간 2조 원 중반대 매출과 1500억 원대 영업이익을 유지하고 있다. 올 들어 판매관리비 증가와 중국 식음료 부문 부진으로 수익성이 다소 악화됐지만 심각한 타격은 아니다. 롯데푸드 역시 1조 7000억 원대 매출액과 700억 원대 영업이익을 유지하고 있다. 3사 모두 지난해부터 주가가 크게 하락했지만 매출액과 영업이익, 순이익이 모두 내리막인 롯데쇼핑보다 심각한 상황은 아니다.
# 신동빈 대 비(非) 신동빈, 전력 비교
롯데쇼핑 재무구조가 더 부실화되면 이번 합병으로 가장 큰 이익을 얻을 수 있는 사람은 신 회장이다. 신 회장의 롯데쇼핑 지분율은 13.46%다. 이번에 합병하는 롯데제과(9.07%), 롯데푸드(2.0%), 롯데칠성음료(5.71%)보다 높다. 롯데쇼핑이 고평가될수록 신 회장의 지주회사 지분율이 높아진다. 롯데 측은 고배당을 약속하며 주주들 설득에 나선 상황이다.
분할 및 합병 안건을 주주총회에서 부결시키려면 발행주식의 3분의 1을 확보하면 된다. 4사 주총 중 한 군데에서라도 부결되면 이번 합병은 깨어진다. 신 회장 측 지분율은 롯데쇼핑 55.73%, 롯데제과 52.35%, 롯데푸드 48.02%, 롯데칠성음료 50.15%다. 이른바 신동주 전 부회장 측 지분(신 전 부회장+신격호 총괄회장)은 롯데쇼핑 8.88%, 롯데제과 10.79%, 롯데푸드 2%, 롯데칠성음료 4.13%다.
롯데쇼핑과 롯데제과는 신 회장 측 지분율이 워낙 높아 신 전 부회장 측에 승산이 별로 없어 보인다. 하지만 롯데푸드와 롯데칠성음료는 국민연금 지분율이 12.3%, 10.54%에 달해 승산이 없지 않다. 국민연금이 반대표를 던진다면 일반 주주들도 이에 동참 33.33%의 반대표가 나올 수 있다. 반면 국민연금의 롯데쇼핑 지분율은 6.07%에 불과하다.
# 국민연금에 달렸다
익명의 증권사 관계자는 “롯데쇼핑은 조만간 진행이 유력한 문재인 정부의 유통구조 합리화 조치에서도 핵심 타깃이 될 가능성이 크다”면서 “나머지 3사 주주 입장에서는 이른바 ‘먹을거리 3사’만으로 지주사를 만드는 게 유리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재계 한 관계자는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합병 이후 국민연금이 의결권 행사 기준을 강화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면서 “이미 SKC&C와 ㈜SK의 합병 당시 국민연금이 반대표를 던진 사례가 있는 만큼 대주주 지배력 강화를 위한 합병에는 상당히 보수적인 접근을 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신 전 부회장이 지난 2월 롯데쇼핑 지분 6.88%(173만 883주)를 판 배경도 다시 관심을 모은다. 당시 신 전 부회장은 세후 약 3000억 원의 현금을 확보했다. 롯데쇼핑을 제외한 3사가 지주사로 묶이면 신 전 부회장이 현금을 동원해 지분율을 높일 여지가 있다.
최열희 언론인
공정위 실제 영향력에 주목…이해진 결국 네이버 총수 되나 네이버 창업자인 이해진 이사가 그룹 총수에 오르게 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내달 1일 네이버를 자산총액 5조 원 이상인 준대기업 집단에 지정하면서 이 이사를 ‘동일인’으로 지정할 방침으로 알려졌다. 네이버 측은 이 이사의 지분율이 4%대에 불과하다고 펄쩍 뛰며 공정위를 방문해 적극 ‘해명(?)’까지 했지만 재계에서는 결국 올 게 왔다는 평가다. 이해진 네이버 이사가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네이버의 ‘동일인’으로 지정될 전망이다. 연합뉴스 네이버 최대주주는 10.61%를 보유한 국민연금이다. 2, 3대 주주도 영국 에버딘자산운용(5.04%), 미국의 블랙록펀드(5.03%)다. 이 이사 지분은 4.64%로 5% 미만이다. 하지만 공정위는 이 이사가 회사 경영에 막강한 지배력을 행사한다고 보고 있다. 그런데 공정위의 이 같은 판단에 결정적 계기를 제공한 쪽은 아이러니하게도 네이버다. 네이버는 지난 6월 말 미래에셋대우에 자사주 56만 3063주(지분율 1.7%)를 매각했다. 동시에 미래에셋대우 지분 474만 주(지분율 7%)를 취득했다. 주주총회를 거치지 않은 채 이사회 의결만으로 이뤄진 거래다. 미래에셋대우 의결권 7%를 행사하는 주체는 네이버 이사회다. 네이버 이사회는 변대규 의장(비상임)과 한성숙 대표이사, 이해진 이사, 그리고 4명의 사외이사로 구성돼 있다. 상근자는 한 대표와 이 이사뿐이다. 또 의미 있는 회사 지분을 가진 이는 이 이사뿐이다. 이사는 이사회에서 추천하며, 사외이사는 사외이사추천위원회에서 뽑는다. 사외이사추천위원회에 참여하는 사외이사 역시 이해진 이사가 유일하다. 미래에셋에 일부 매각했지만 네이버는 여전히 359만 2203주의 자사주(지분율 10.9%)를 보유하고 있다. 이 자사주의 처분권한은 이사회에 있다. 이 이사는 이사회를 통해 발행주식 12.6%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셈이다. 본인 지분까지 합하면 17%에 가까운 영향력이다. 이해진 이사가 동일인 지위를 얻으면 이 이사를 비롯한 가족과 특수관계인 등 총수 일가에 대한 사익 편취 규제와 공시 의무 등이 부여된다. 또 회사의 잘못에 대한 모든 법적 책임도 진다. 특히 네이버가 향후 인터넷은행 등 금융업 진출을 할 경우 상당한 제약을 받을 수 있다.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에 따라 이 이사에게 결격사유가 있으면 금융업 진출이 좌절될 수 있다. 재계 관계자는 “최근 금융당국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삼성그룹 동일인으로 인정해 삼성증권 사업 확장 계획을 유보시킨 사례를 볼 필요가 있다”면서 “공정위가 일부 대기업 총수들이 낮은 지분으로 그룹을 사실상 지배하고 있는 사례를 네이버에 적용해 수치로 드러나지 않는 지배력도 고려 대상으로 삼는 것으로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