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러다 ‘문’ 아예 닫힐라…바른정당과 연대 사전 제어 분석
박지원 전 대표. 박은숙 기자
이 중 호남 발 정계개편 키맨은 박 전 대표다. 호남 대표 주자인 박 전 대표의 향후 행보에 따라 ‘안철수 정계구상’의 운명이 결정된다. 호남계 중 안 전 대표에게 우호적인 인사는 박 전 대표와 박주선 비상대책위원장 정도다. 앞서 호남계가 주축이 된 안 전 대표 출마 반대 명단 12명에도 이 두 명은 빠졌다. 당시 성명서에 이름을 올린 이들은 김종회 박주현 박준영 유성엽 이상돈 이찬열 장병완 장정숙 정인화 조배숙 주승용 황주홍 의원 등이다.
특히 정치권에선 8·27 전대를 앞두고 박 전 대표가 지난 5·9 대선 때 ‘안철수-유승민’ 단일화 논의를 폭로, 그 배경을 주목하고 있다. 박 전 대표는 8월 8일 한 종합편성채널에 출연해 김무성 바른정당 의원을 지목하며 “(후보) 단일화 얘기를 많이 했다”며 “그런데 유 후보가 햇볕정책·대북정책을 버리고 사과하는 걸 요구한다고 했다”고 밝혔다. 이에 유승민·김무성 의원 등은 즉각 “사실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주목할 대목은 시점이다. 박 전 대표 폭로는 안 전 대표가 출마를 선언한 지 5일이 지난 시점에 불거졌다. 안 전 대표 출마 이후 최대 이슈는 ‘바른정당과의 중도 통합’이었다. 당 안팎에선 ‘정치 9단’ 박 전 대표가 안 전 대표가 구상 중인 바른정당과의 연대통합 시나리오를 제어하려는 포석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왔다. 여름휴가에서 복귀한 박 대표는 8월 14일 한 라디오에 출연해서도 “(두 후보 단일화 논의가) 수차 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고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박 전 대표는 대선 패배 이후 바른정당과의 통합 등에 부정적인 의견을 측근들에게 자주 피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북정책에서 ‘물과 기름’인 호남과 바른정당의 관계 때문이다. 안 전 대표도 대선 당시 지지도가 빠진 변곡점 중 하나는 대선 TV토론 때 햇볕정책 노선을 놓고 애매한 태도를 취한 때였다.
당의 한 관계자는 “‘비문 단일화’가 승부처였던 지난 대선 때와 상황이 다르지 않나”라고 잘라 말했다. 박 전 대표 역시 호남계와 바른정당의 통합을 원치 않는다는 뜻으로 읽힌다. 차기 전남지사 후보 하마평에 오른 박 전 대표는 바른정당보다는 더불어민주당과의 결합이 필요하다.
그러나 민주당과 박 전 대표 등 호남계의 통합이 순조로울지는 미지수다. 박 전 대표는 참여정부 집권 1년차인 2003년 대북송금 특검으로 구속, 징역 3년에 추징금 1억 원을 선고받았다. 구속 중 지병인 녹내장이 악화, 왼쪽 눈에 이어 오른쪽 눈마저 실명 위기에 처했다.
2008년 총선을 앞두고는 통합민주당 공천에서 낙천, 무소속으로 당선됐다. 이후 복당 절차를 밟았다. 박 전 대표는 2012년 총선을 거쳐 민주통합당의 첫 원내대표에 오르며 승승장구, 비문계 핵심으로 떠올랐다. 2015년 2·8 전대 땐 문재인 대통령과 맞붙었기도 한 박 전 대표는 친문 패권주의를 친박(친박근혜) 패권과 비슷한 청산 대상으로 규정, 친문계와 감정의 골이 깊게 상했다.
정부 출범 이후에도 측근들에게 전병헌 청와대 정무수석의 정치력을 평가절하하는 등 친문계의 대항마로 자리 잡고 있다. 정치권 한 인사는 “당 대표가 누가 되든, 박 전 대표의 포지션에 따라 정계개편이 움직일 것”이라고 말했다.
윤지상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