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엔엔터·카카오게임즈 등 주요 계열사 대표 대부분 카카오 임원이 겸해
임지훈 대표는 지난해 로엔엔터테인먼트를 비롯해 유아 콘텐츠 플랫폼 기업 블루핀, 빅데이터 기업 넘버웍스, 주차장 검색·예약 기업 파킹스퀘어 등을 인수했다. 또 기존 카카오 사업 부문이었던 카카오프렌즈, 카카오페이, 카카오메이커스, 카카오모빌리티 등을 분사해 자회사로 만들었다. 카카오 관계자는 “분사하면 더 빠르게 의사 결정을 할 수 있고 투자 유치도 더 쉽다”며 “실제 카카오페이는 2억 달러 이상의 투자를 받았고 카카오모빌리티도 5000억 원의 투자를 유치하는 등 높은 성장력과 경쟁력을 인정받았다”고 전했다.
현재까지 임 대표의 전략은 성공적으로 평가받는다. 카카오 계열사들이 성장하면서 전체 실적에 크게 기여한 덕분이다. 카카오에 따르면 별도기준 올해 상반기 카카오의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4704억 원, 441억 원으로 지난해 상반기 4098억 원, 451억 원과 비교해 큰 차이가 없다. 하지만 연결기준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9122억 원, 830억 원으로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임지훈 카카오 대표. 사진=카카오
실적 상승을 견인한 계열사로는 대표적으로 로엔엔터테인먼트와 카카오프렌즈가 꼽힌다. 로엔엔터테인먼트의 상반기 매출은 2685억 원으로 지난해 상반기 2069억 원보다 500억 원 이상 늘었다. 또 카카오의 올 상반기 커머스(상거래) 부문 매출은 973억 원으로 지난해 상반기 412억 원보다 2배 이상 늘었다. 카카오프렌즈는 자체 실적을 공개하진 않았지만 커머스 부문 매출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계열사의 실적이 늘면서 신원수·박성훈 로엔엔터테인먼트 공동대표와 조항수 카카오프렌즈 대표가 주목을 받는다. NHN 출신의 조 대표는 2013년 카카오에 합류, 카카오 UX/브랜드팀장을 거쳐 카카오프렌즈 대표에 선임됐다. SK텔레콤 출신의 신 대표는 카카오가 로엔엔터테인먼트를 인수하면서 동반 합류해 로엔엔터테인먼트 경영 전반을 맡고 있다. 박 대표는 로엔엔터테인먼트 경영을 하는 동시에 카카오와의 문화적 교류, 시너지 효과 발휘에도 집중하고 있다.
카카오게임즈도 최근 주목받는 계열사 중 하나다. 카카오는 지난 16일 카카오의 게임사업 부문을 카카오게임즈에 통합하기로 결의했다. 카카오게임즈는 내년 상장을 앞두고 몸집 불리기에 나서는 한편 경쟁력을 강화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카카오 게임 부문 매출은 지난해 상반기 1486억 원에서 올 상반기 1589억 원으로 늘었지만 뮤직, 커머스 사업에 비하면 눈에 띄는 실적 상승은 아니다. 남궁훈 카카오게임즈 대표는 “이번 통합으로 카카오게임즈는 모바일과 PC·온라인, 가상현실(VR)과 증강현실(AR) 등을 아우르는 게임 전문 기업으로서 독보적인 경쟁력을 갖추게 됐다”고 자신했다.
카카오의 게임 사업은 남궁 대표가 총괄한다. 남궁 대표는 한게임 창업멤버로 NHN USA, CJ인터넷, 위메이드엔터테인먼트, 엔진 대표를 역임했다. 2015년 7월 카카오가 엔진(현 카카오게임즈)을 인수하면서 엔진 대표였던 남궁 대표도 카카오에 합류했다. 남궁 대표는 같은 한게임 창업멤버인 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과 절친한 사이로 알려졌다.
카카오는 계열사들에 힘을 실어주고 있지만 80개가 넘는 계열사를 관리하는 데는 어려움이 따를 수밖에 없다. 특히 상대적으로 작은 규모의 계열사들은 외부 투자가 적어 카카오의 지원이 절실하다. 이에 지난 7월 ‘공동체성장센터’를 신설했다. 카카오 관계자는 “공동체성장센터는 작은 계열사의 애로사항을 점검하거나 자금 관리 등을 도와주는 지원 조직 역할을 한다”며 “일반 대기업처럼 지배구조 때문에 계열사를 두는 게 아니어서 기업문화 공유 및 유사 사업끼리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부분을 지원·조율한다”고 전했다.
공동체성장센터장은 송지호 패스모바일 대표가 맡았다. 송 센터장은 카카오 창립 멤버로 카카오 최고재무책임자(CFO)를 맡았고 2015년부터 카카오의 인도네시아 자회사 패스모바일 대표를 맡고 있다. 임지훈 대표는 “송 센터장은 카카오의 창립 멤버로 오랜 경험과 뛰어난 소통능력을 바탕으로 직원들에게 존경과 신뢰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
카카오 주요 계열사 대표들은 대부분 카카오 임원을 겸하고 있다. 박성훈 대표가 카카오 최고전략책임자(CSO)를 겸하고 있는 것을 비롯해 남궁훈 대표는 카카오 부사장, 송지호 대표는 공동체성장센터장을 겸하고 있다. 최근 출범한 카카오모빌리티의 정주환 대표 역시 카카오 부사장을 겸한다. 카카오 관계자는 “겸업을 통해 카카오와 자회사들이 수시로 교류하고 협업할 수 있는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카카오 판교오피스. 고성준 기자 joonko1@ilyo.co.kr
증권가에서는 계열사들의 성장에 힘입어 카카오의 향후 실적도 좋을 것으로 전망한다. 황승택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주요 O2O(온·오프라인 연계 사업) 서비스 분사 및 투자유치를 통한 독립경영에 시장은 긍정적인 평가를 내리고 있다”며 “전 부문에 걸친 전략의 방향성이 긍정적이라는 점에서 중장기적인 성장의 기울기는 좀 더 가파르게 변화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임 대표의 임기는 내년 3월까지지만 사상 최고 실적을 기록했고 향후 실적 전망도 좋아 시장에서는 연임을 유력하게 보고 있다. 이미 임 대표는 최근 인공지능(AI)에 집중하면서 카카오의 중장기 먹을거리 개발에 힘쓰고 있다. 지난 7월 카카오는 AI 스피커 ‘카카오미니’를 공개한 데 이어 하반기에도 AI 관련 서비스 출시를 예고했다. 김범수 의장도 AI 관련 자회사 카카오브레인의 대표를 맡으면서 힘을 보태고 있다.
임 대표가 신사업 발굴 등을 통해 카카오의 방향성을 제시한다면 각 분야의 세부 경영은 계열사 대표들의 몫이다. 임 대표가 상당수 사업부문을 분사하면서 계열사 대표들의 역할도 이전보다 커졌다. 남궁 대표는 내년 카카오게임즈 상장을 앞두고 신규 게임을 연이어 출시하는 등 기업가치 제고에 힘을 쏟고 있고 조 대표는 최근 카카오프렌즈 플래그십 스토어 부산점을 오픈하면서 영토 확장에 나서고 있다. 카카오의 성장과 기대에는 임 대표뿐 아니라 그를 보좌하는 계열사 대표들이 있었던 것이다.
박형민 기자 godyo@ilyo.co.kr
모빌리티도 ‘분가’… 통합 앱 출시 검토중 지난 1일 카카오는 카카오택시, 카카오대리운전, 카카오내비 등을 운영하는 교통(모빌리티) 사업부를 분사해 새로운 자회사 카카오모빌리티를 출범시켰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이동하는 모든 순간을 더 빠르고, 편리하고, 안전하게 만들어 간다는 목표로 현재 운영하는 서비스를 고도화하고 다양한 신규 서비스와 기능을 선보일 예정”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카카오택시와 카카오드라이버 등 모빌리티 사업부는 그간 수익을 제대로 내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카카오 관계자는 “올해 안에 일반 기업들과 제휴해 임직원들이 업무용으로 택시를 호출하는 서비스를 도입해 수수료를 받고, 올해 말 출범 예정인 주차장 예약 서비스 카카오파킹(가칭)도 수수료를 받을 계획”이라며 “또 카카오페이와 카카오모빌리티 간 자동결제 서비스를 연동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카카오의 교통 관련 서비스를 통합한 앱 출시도 검토하고 있다. 카카오 관계자는 “다양한 아이디어 중 하나로 검토하고 있다”며 “하지만 확정되거나 구체적으로 논의되고 있는 건 아니다”라고 전했다. 카카오모빌리티의 성장은 분사를 주도한 임 대표의 평가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기대 이하의 실적을 거두면 준비가 되지 않은 상태에서 무리하게 분사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임 대표는 카카오모빌리티 분사와 관련해 “유연한 구조에서 더 잘 될 수 있는 구조로 만드는 일환”이라며 “빠른 의사결정체계를 갖춘 자회사들이 더 좋은 성과를 낼 것”이라고 전했다. [박]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