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은 바랐지만, 재판부 부담” 이젠 유죄 및 실형 선고 여부에 관심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김진동 부장판사)는 오늘(23일) 오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선고 공판을 TV로 생중계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국민의 알 권리 충족과 피고인의 헌법상 무죄 추정의 원칙 보장 및 인권 침해 우려 등을 비교 고려한 결과 중계가 적절하지 않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는데, 이번 결정을 놓고 법원 안팎에서는 “예상됐던 결과”라는 평가가 잇따른다.
8월 7일 결심 공판에 참석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이재용 부회장의 1심 선고 공판은 애초 TV로 생중계할 가능성이 높았으나 중계하지 않는 것으로 결정됐다. 사진=최준필 기자
앞서 서울고법의 한 부장판사는 “이재용 부회장 사건은 한 차례 영장이 기각됐던 만큼, 유죄든 무죄든 다 근거가 있으므로 어떤 결과가 나오더라도 설득의 여지가 있다”며 “그런 사건에서 1심 재판부가 증거(영상 자료)를 남기는 것은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기 때문에 어떤 판사라도 생중계는 원치 않았을 것”이라고 재판부의 결정을 옹호했다. 그는 특히 “1심에서 이 부회장의 유죄를 선고했는데, 2심에서 무죄가 났다고 가정해보자”며 “수많은 방송사에서 1심 판결 영상을 다시 틀며 2심 재판부(서울고법)의 결정과 비교할 텐데 그건 1심과 2심 재판부 모두가 원치 않는 결과”라고 덧붙였다.
이번 재판부의 결정이 이 부회장 선고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를 놓고는 법조계 안팎에서 다양한 전망이 쏟아진다. 한 검찰 관계자는 “문재인 정권이 앞선 박근혜 정권의 정통성을 흔들 수 있는 국정원 댓글 사건 2라운드 수사에 착수한 상황에서, 법원이 문재인 정권의 정통성을 흔들 수 있는 결과(무죄 판결)를 내놓기는 힘들 것”이라며 “법원이 생방송을 포기한 것은 그만큼 결과가 국민에게 납득 가능한 여지(유죄)가 있기 때문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더불어 “이 부회장을 비롯, 삼성 관계자들이 ‘이 부회장은 바지사장이었다’라고 주장하기 때문에 일부 무죄 등으로 법원이 빠져나갈 구멍을 만들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다.
다른 검찰 관계자 역시 “혐의의 유무죄 판단보다 실형이냐 아니냐에 국민의 관심이 더 높지 않냐”며 “이미 배석판사가 방송용 원고까지 다 준비한 상황에서 대법원 바람(생중계)과 다른 결정을 한 것은, 김 부장판사가 국민적 설득이 덜 필요한 유죄 중심의 판단을 했기 때문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실제 그는 “특검 구형(징역 12년)만큼은 아니지만 실형을 선고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법조계 내부에서는 이번 생중계 거부 결정을 놓고 ‘재판부의 잘못된 판단’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검찰 핵심 관계자는 “10월 말쯤 결과가 나올 박근혜 전 대통령 선고 공판의 경우 국민적 관심을 고려할 때 선고 생중계가 불가피한데도 재판부가 앞서 근거가 될 수 있는 이 부회장 사건에 대한 국민적 관심을 무시한 채 생중계를 피했다”고 비판했다. 실제 대법원은 지난달 25일 대법관회의에서 공익성이 큰 1·2심 재판의 선고를 재판부 재량으로 생중계할 수 있도록 대법원 규칙을 개정하며 내심 ‘이재용 부회장 1심 선고 생중계’를 희망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앞선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는 “대법원도 국민적 논란을 최소화하고자 내심 이 부회장 사건의 생중계를 원했다고 들었다”며 “이 부회장 사건 결과를 놓고 전망이 엇갈리는 상황에서 재판부가 원천 TV 중계 비공개를 결정한 만큼, 유무죄 여부와 양형 수준에 관심이 더 쏠리는 것이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최민준 저널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