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해학생 일부 “양형 과하다” 재심 청구
울산 울주군의 한 중학교는 지난달 14일 극단적 선택을 한 이 학교 학생 A 군(13)의 사망을 놓고 전 학년 대상 서면조사를 벌이는 등 학교폭력 여부를 조사해 왔다. 가해학생은 총 9명으로 압축됐다.
학교 관계자 등에 따르면 가해학생들은 A 군에게 지속적인 언어폭력을 가했다. 부모 욕도 했다. 가해학생들은 경북 구미시에서 2년 전 전학 온 A 군의 옛 집 전화번호를 보고 울산 지역번호 052를 쓰지 않는다는 이유로 “너네 엄마 베트남 사람이가?”라며 A 군을 놀렸다.
학교에서 마주치면 동급생들이 다 듣는데도 “X발 X 같네. X 같은 게! 네 얼굴 보는 게 더 고통이야”라고 A 군을 웃음거리 만들었다. A 군이 잠시 책상이 기대 잘 때면 책상을 치거나 소리를 질러 깨우고 필통과 물통으로 머리를 때렸다. 급식시간에 옆에 동급생 옆에 못 앉게 하는 짓도 저지르며 집단 따돌림을 벌였다.
지난 10일 열린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는 서면조사 등을 토대로 가해학생 9명 처분을 내렸다. 괴롭힘이 지속적이고 심했던 2명에겐 전학 처분이 내려졌다. 4명은 학교봉사 3일~5일과 특별교육 4시간을 받았다. 1명은 서면사과가 나왔다. 2명 조치 없음으로 종결됐다.
전학을 처분 받은 2명은 처분 경감을 요구하며 학교폭력대책지역위원회의 판단을 다시 요청했다. 학교 관계자는 “가해학생 쪽에서 자기들이 한 행위보다 처벌이 과하다며 재심을 신청했다”고 말했다.
학교폭력이 발생하면 학교가 1차적으로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를 열어 처분을 판단한다. 이를 받아들일 수 없는 피해·가해학생 쪽은 2차로 지방자치단체에 학교폭력대책지역위원회 개최를 요청해 재판단 기회를 갖는다.
이 학교가 정밀하게 조사한 학교폭력 서면조사 결과를 내놓자 지난 6월 15일 스스로 목숨을 끊은 故 이승민 군(13)의 옛 중학교와 울산교육청으로 울산 지역 사회의 비난 쏠렸다. 스스로 가해학생이라고 밝힌 15명이 사과 편지를 들고 지난달 28일 승민 군 조문을 갔는데도 아직까지 승민 군이 다녔던 중학교는 학교폭력이 없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울산교육청은 학교의 학교폭력 은폐 의혹에도 아직 감사조차 진행하지 않았다. 울산 지역 한 학부모는 “학교장이 경찰에게 전화해 울며 빌었다는 이야기가 울산에 다 퍼졌다. 하루 빨리 반성하고 바로 잡는 게 고인을 위로하는 유일한 길”이라고 말했다.
최훈민 기자 jipchak@ilyo.co.kr
울산광역시교육청 전경. 사진=울산광역시교육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