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진연 몰이·가짜 경찰설 등 확인 안 된 의혹 SNS서 번져…극우 상징물 등장에 집회 성격 변화 논란

주말에는 2030 청년층 참여가 두드러졌지만 평일로 접어들면서 고령층 비중이 높아지는 모습이다. 서울시 실시간 도시데이터에 따르면 이날 오후 1시 기준 올림픽공원 일대 체류 인구는 1만~1만 2000명 수준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60대 이상이 27.6%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현장 곳곳에서는 기존 극우 성향 집회에서 자주 등장했던 구호와 상징물이 눈에 띄었다. 대형 성조기와 함께 “Stop the Steal(표 도둑질을 멈추라)” 문구가 적힌 피켓과 현수막이 곳곳에 걸렸고, 성조기를 부착한 버스와 보수 성향 유튜버들의 방송 차량도 있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옳았다”, “이재명 대통령 탄핵하라” 등의 문구가 적힌 피켓도 확인됐다.
부정선거론이나 정치적 구호와는 선을 긋고 ‘참정권 침해’와 ‘선관위 규탄’에 초점을 맞췄던 지난 주말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가 형성된 모습이다. 이와 관련해 SNS와 유튜브 등을 통해 확산된 허위 정보와 각종 의혹이 현장 분위기에도 영향을 미쳤다는 증언이 나온다.
지난 주말 시위에 참여한 이 아무개 씨(20대)는 “주말까지만 해도 투표용지 부족 사태 자체에 집중하는 분위기였는데, 일요일 저녁부터 일부 참가자들이 집회 참여자들을 한국대학생진보연합(대진연) 회원으로 의심하거나 지목하기 시작하면서 분위기가 바뀌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6월 7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자원봉사자나 일반 참가자의 얼굴 사진을 대진연 회원 사진과 비교하며 “해당 인물이 대진연 관계자”라고 주장하는 게시물이 올라왔고, 해당 내용은 SNS 등을 통해 빠르게 확산됐다. 이 과정에서 일반 시민들의 얼굴 사진이 무분별하게 공유됐으며, 일부 참가자들은 자신이 해당 단체와 무관하다는 취지의 해명 글을 올리기도 했다.
현장에서는 재선거 요구에 집중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참가자들마저 대진연으로 의심받는 분위기가 형성되기도 했다. 지난 주말 집회에 참여한 이 씨는 “자원봉사를 하던 사람도 대진연 관계자로 몰려 욕설을 듣는 일이 있었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날 현장에서는 “대진연을 조심해야 한다”, “다른 구호를 외치는 사람이 대진연이다”라는 말이 계속 돌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은 마스크와 선글라스를 착용한 경찰관들이 얼굴을 가린 점, 일부 경찰관의 헤어스타일이나 염색 등을 근거로 의혹을 제기했다. 관련 게시물은 SNS와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빠르게 확산됐다.
이에 경찰청은 6월 8일 공식 SNS를 통해 “최근 집회·시위 현장 등에서 근무 중인 경찰관을 대상으로 ‘외국 경찰’, ‘가짜 경찰’ 등 확인되지 않은 억측과 경찰관 개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게시물이 확산되고 있다”며 “모두 사실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12·3 비상계엄 당시 국회 본관 침투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김현태 전 육군 특수전사령부 707특수임무단장은 전한길 씨와 함께 진행한 현장 라이브 방송에서 핸드볼 유소년 국가대표 선수들이 투표함 반출과 관련돼 있을 수 있다는 취지의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앞서 6월 8일 핸드볼 여성 유소년 국가대표팀 선수들은 훈련용품을 꺼내기 위해 핸드볼경기장에 출입하는 과정에서 일부 시위 참가자들과 마찰을 빚었다. 김 전 단장은 방송에서 “들어갈 때보다 적은 인원이 나왔다”, “드론으로 내부를 봤는데 투표함을 옮기는 모습이 있었다고 한다”며 의혹을 제기했다. 그러나 현장 영상과 경찰 확인 결과 당시 경기장에 들어간 선수는 6명, 나온 선수도 6명으로 동일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 가운데 일부 참가자들이 경기장을 이용하는 선수단이나 일반 시민을 상대로 신분 확인을 요구하거나 소지품을 확인하려 하는 모습이 알려지면서 비판 여론도 커지고 있다. 이날 오후 12시 40분께 대한체육회 직원이 사무실에 보관된 노트북을 가져오기 위해 경기장 출입을 시도하는 과정에서 시위 참가자들과 언쟁을 벌이기도 했다.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에는 “무슨 권리로 일반인이 검문검색을 하느냐”, “참정권 침해 항의에서 사설 검문으로 변질되는 것 아니냐” 등의 반응이 이어졌다.
현재 경찰은 경기장 주변에 기동대 350여 명을 배치해 현장 질서 유지에 나서고 있다.
한승구 기자 win9@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