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원지검 통영지청은 다방에서 근무하는 여성 종업원을 회칼로 협박, 금품을 갈취한 혐의(강도상해 및 특수강도)로 A 씨(34세)를 구속기소했다고 29일 밝혔다.
A 씨는 지난 2007년 8월 25일 자정쯤 통영시의 한 여관에서 커피 배달을 온 다방 종업원 B 씨(여·범행 당시 22세)의 목에 흉기를 대고 상처를 내며 위협한 뒤 현금 48만 원을 강취했다.
이어 그는 다음날 밤 10시쯤에도 통영시 다른 여관에서 다방 종업원 C 양(여·범행 당시 19세)에게 같은 방법으로 현금 4만 6000원을 강탈했다.
당시 경찰은 A 씨가 피우던 담배 등에서 그의 DNA를 채취했다. 하지만 DNA 기록이 없어 범인을 특정하지 못해 미제사건으로 분류됐다.
그렇게 10여년이 지나면서 공소시효 만료가 다가오면서 사건은 이대로 묻히는 듯 싶었다. 하지만 우연한 사건으로 인해 A 씨의 정체는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골프연습장에서 종업원으로 일하고 있던 A 씨는 지난 2월 동료들과 함께 회식을 하며 노래연습장에 갔는데, 동료 여직원과 사소한 다툼 끝에 소주병으로 여직원의 머리를 가격한 것이다. 결국 A 씨는 지난 6월 특수상해 혐의로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을 확정 선고 받았다.
A 씨가 확정 판결을 받으면서, 검찰은 신원확인을 위해 그의 DNA를 채취했다. 이후 대검찰청은 A 씨의 DNA 분석과 신원확인정보 데이터베이스를 검색했고, 10년 전 사건 이후 채취해 보관 중이던 DNA와 일치하는 것을 발견해 통영지청에 통보했다.
이때가 A 씨의 공소시효 만료일인 지난 8월 24일 자정에서 8시간 앞둔 시점이었다. 이에 검찰은 즉각 경찰과 공조수사를 벌여 경기도 화성시에 있던 A 씨를 극적으로 붙잡아 과거 범행 일체를 확인했다.
사건을 담당했던 검찰은 “사건이 발생한 2007년에는 A 씨가 DNA를 채취하는 대상의 범죄 전과가 없었다. 그래서 당시에는 A 씨의 DNA가 검색되지 않았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검찰은 “A 씨는 처음 구속됐을 때 그날이 공소시효 만료일인지 전혀 몰랐다”며 “사건에 대한 기억도 전혀 없었던 것 같았다. 조사 과정에서 DNA 등 기록을 보여주니 그때야 자백을 했다”고 전했다.
한편 창원지검 통영지청 측은 “대검찰청의 DNA 신원확인정보 데이터베이스 검색을 통해 공소시효 만료 위기에 처해있던 사건의 피고인 인적사항을 확인한 과학수사의 쾌거”라고 강조했다.
민웅기 기자 minwg08@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