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에 취해 ‘사탄’이 되었나
▲ 사건을 보도한 일본 주간지들의 기사. | ||
지난 5월 15일 후쿠시마 현 와카마쓰 시. 새벽 1시 반경에 A 군(17)은 동생과 함께 사는 아파트에서 어머니를 끔찍하게 살해했다. A 군은 톱을 이용해 어머니의 머리와 오른팔을 잘라냈고, 머리 부분은 가방에 넣어 집을 나섰다. 이날은 어머니의 생일이었다.
A 군은 피가 뚝뚝 떨어지는 가방을 가지고 인터넷 카페에 들러 두 시간 정도 DVD를 감상한 후 택시를 잡아 와카마쓰 경찰서로 향했다. 택시 기사의 증언에 따르면 A 군은 침착한 표정으로 경찰서에 가자고 말했다고 한다. 택시를 탄 곳에서 경찰서까지는 걸어서도 갈 수 있는 가까운 거리. A 군이 택시에서 내릴 때 좌석의 적갈색 얼룩을 발견한 택시 기사가 뭐냐고 묻자 A 군은 태연하게 “코코아”라고 대답했다.
범죄를 스스로 털어놓은 A 군은 경찰 조사에서 담담한 표정으로 “(살해할 상대는) 특별히 누구라도 상관없었다” “전쟁이 일어나면 사람을 죽여도 괜찮을 텐데…”라고 말하며 반성의 기색을 전혀 보이지 않았다고 한다. A 군의 아파트를 찾아간 경찰은 눈을 의심하게 만드는 광경을 보게 된다.
어머니의 시신은 이불로 덮여 반듯이 누워 있었다. 이불은 피로 새빨갛게 물들어 묵직했다. 더욱 경악스런 광경은 화분에 심어놓은 오른팔. 잘라낸 오른팔에 흰색 페인트를 칠한 후 헤비메탈 공연 등에서 도발이나 악마를 뜻하는 모양으로 손가락을 구부려 놓은 상태였다. 사인은 경동맥 절단에 의한 출혈과다로 밝혀졌는데 이는 A 군이 어머니의 목을 자를 때 아직 그녀가 살아있었다는 뜻이다.
현재 경찰은 A 군의 범행 당시 정신상태를 알기 위해 그가 갖고 있거나 빌린 적이 있는 DVD와 비디오 등을 검토하고 있다. 그중 눈길을 끄는 것은 1999년 미국 컬럼바인고교 총격 사건의 범인이 크게 영향을 받았다는 록 가수 ‘마릴린 맨슨’의 비디오를 빌린 적이 있다는 것이다. 또한 경찰서에 가기 전에 들른 인터넷 카페에서는 헤비메탈 랩그룹인 ‘비스티 보이즈’의 라이브 DVD를 감상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마릴린 맨슨과 비스티 보이즈는 모두 과격한 가사와 종교를 부정하고 사탄을 숭배하는 퍼포먼스로 유명하다.
A 군이 살던 아파트와 고향 가네야마의 본가에서는 살인을 테마로 한 책이나 만화책, 호러 영화 DVD 등이 다수 발견됐다. 그의 소지품 중에서는 절단된 팔다리가 규칙적으로 늘어서 있는 그림이 있었는데 그 옆에는 휘갈겨 쓴 필체로 ‘죽음’이라는 단어가 파괴적인 의미의 영어 단어들과 함께 써있었다.
▲ A 군이 비디오와 DVD 등으로 공연영상을 본 마릴린 맨슨(맨위)과 비스티 보이즈. | ||
A 군의 이런 어두운 성격은 고향 산간마을인 가네야마에서 멀리 떨어진 와카마쓰 시내의 명문 고등학교로 진학하면서 형성됐다. 그는 부모님이 얻어준 작은 아파트에서 동생과 함께 생활했다. 어머니는 보육사로 일하면서 매주 두 아들의 아파트에 들러 식사를 준비하고 빨래와 청소를 해주는 등 뒷바라지에 열심이었다.
어머니의 헌신적인 노력에도 불구하고 A 군은 학교생활에 적응하지 못하고 흥미를 잃어갔다. 2학년 때는 학년 전체에서 혼자만 수학여행에 빠지는가 하면 3학년이 되어서는 4월 16일부터 등교거부를 한 상태였다. 어머니는 “아들이 정서불안정으로 학교를 쉬고 있어 걱정이 된다”고 주위에 털어놓기도 했다. 급기야 어머니는 5월 초에 A 군을 정신과 병원에 데려가 진찰을 받게 했다. 그리고 며칠 후 아무도 상상 못한 끔찍한 범죄가 일어난 것이다.
한 범죄 심리학자는 “흉악한 청소년 범죄가 일어날 때마다 언론은 많은 범죄가 폭력적인 영화나 TV, 게임을 모방했다는 지적을 하는데 이번 사건도 예외로 볼 수 없다. 파괴적인 성향을 가진 사람의 경우 폭력적인 영상을 보고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설명한다.
다른 임상심리학자는 A 군이 자녀 교육에 열심이던 어머니로부터 심한 스트레스를 받아 그에 대한 반발심으로 살해한 것으로 보고 있다. 어머니의 생일에 살해한 것이 어머니와 자신의 관계 그리고 자신의 인생을 모두 정리하고 새로 시작하기 위한 것이라는 견해다.
무엇보다 특이한 점은 어머니의 머리를 들고 스스로 경찰서에 찾아간 행동이다. 앞서 나온 범죄 심리학자는 “피해자(어머니)의 머리를 ‘전리품’처럼 세상에 과시함으로써 일종의 성취감을 느낀 것 같다”고 보고 있다. A 군이 가까운 거리임에도 불구하고 택시를 타고 경찰서에 간 것 또한 ‘최후의 개선행진’이라는 의미가 있었던 것은 아니었을까.
경찰 조사는 아직 진행 중이고 사건의 많은 부분은 여전히 미궁에 빠져 있다. 도대체 그는 무슨 생각으로 과시하듯 이런 패륜범죄를 저지른 것일까.
박영경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