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범 “공범이 사체 일부 먹기 위해 요구했다” 진술에 법정 경악
29일 인천지법 형사15부(부장판사 허준서)심리로 열린 주범 김 아무개 양(16)과 박 아무개 양(18)의 결심공판에서 검찰은 이들에게 각각 징역 20년과 무기징역,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 명령 30년을 구형했다. 김 양에게는 예비적으로 보호관찰명령도 함께 구형됐다.
‘인천 초등생 살인사건’ 주범과 공범에게 법정 최고형이 구형됐다. 결심공판이 열린 인천지법 법정. 김태원 기자
주범인 김 양에게는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미성년자 약취·유인, 살인, 사체손괴·유기죄가 적용됐다.
검찰은 “이 사건은 우발적인 범행이 아니라, 인체의 특정 부분을 공범인 박 양에게 전해주기 위한 구체적인 목적을 가지고 행해진 것”이라고 지적하며 “김 양은 이 같은 목적을 가지고 동성 애인인 박 양과 치밀하게 공모해 피해 아동의 목을 졸라 살해하고, 사체를 훼손해 유기하는 등 죄질이 매우 불량하다”고 구형 이유를 밝혔다.
이어 “김 양은 범행에 대해 인정하면서도 아스퍼거 증후군으로 인한 심신미약을 주장하는 등 책임을 회피하려 하고 있다”고 지적하며 “다만 김 양이 만 16세이므로 소년법의 적용을 받기 때문에 징역 20년을 구형한다”고 설명했다. 현행 소년법상 만 18세 미만에게는 사형이나 무기징역을 선고할 수 없어 법정 최고형인 20년을 구형했다는 것.
이날 김 양은 오후 4시에 예정돼 있던 자신의 재판에 앞서 오후 2시부터 진행된 공범 박 양의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했다. 이 자리에서 김 양은 이전까지 ‘우발적 범행’ 주장을 전부 뒤집고 “모두 박 양과 치밀하게 공모한 계획범죄였다”고 밝혔다.
또 이 같은 계획범죄의 목적은 손가락, 폐 등 신체 일부에 극도로 집착하는 박 양의 욕구를 채워주기 위한 것이었다는 사실도 밝혀졌다. 김 양은 이날 증인신문에서 “피해 아동의 손가락, 폐, 허벅지 등을 훼손해 박 양에게 전달한 이유가 뭐냐”라는 검사의 질문에 “손가락은 박 양이 소장하고 싶다고 했고, 폐와 허벅지는 자신이 먹겠다고 했다”고 대답해 좌중을 경악하게 했다.
이와 함께 김 양은 박 양이 자신에게 구체적으로 범행 방법을 지시했고, 지속적으로 자신에게 “살인도 저지를 수 있는 포악한 제2의 인격이 있다”고 ‘세뇌’했다고도 주장했다. 이전 수사기관 조사에서 박 양의 혐의를 철저히 방어했던 것에 대해서는 “그 때는 친구를 보호하고자 하는 마음이 컸지만, 구속 후 생각해 보니 진실을 말하는 것이 피해 아동의 부모님과 내 가족들을 위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라고 해명했다.
29일 ‘인천 초등생 살인사건’ 주범과 공범의 결심 공판이 인천지법에서 열렸다. 김태원 기자
이날 김 양은 기존 김 양 변호인이 주장했던 ‘심신미약 상태의 우발 범죄’와 전혀 다른 주장을 펼쳤다. 재판장과 검찰 측이 “지금 하고 있는 말이 본인에게 상당히 불리하다는 걸 알고 있나”라고 재차 물었지만 김 양은 “알고 있다”라며 계획 범죄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그러나 이내 진행된 김 양 본인의 재판에서는 다시 변호인과 상의 후 “박 양과 범행을 공모했고 계획한 것은 맞지만 사건 당일 범행에 이르게 된 것은 우발적이었다”라고 주장을 변경했다.
당초 살인방조 및 사체유기 혐의가 적용됐으나, 살인으로 죄명이 변경된 박 양에 대해 검찰은 “인체의 일부를 갖기 위해 살인을 치밀하게 계획했고, 목적이 있는 범죄인만큼 결코 우발적이라고 볼 수 없으며 죄질이 매우 나쁘다”고 무기징역 구형 이유를 밝혔다.
특히 사건 초반 박 양 측이 주장한 “(김 양의 범행이)캐릭터 커뮤니티에서의 역할극의 연장선이라고 생각했다”라는 점에 대해서도 정면 반박했다.
검찰은 “정말 김 양과의 사건 당일 함께 한 대화나 행적이 역할극의 일환이라고 생각했다면 그 대화 목록을 왜 지웠겠나. 심지어 실제 김 양과 역할극을 한 채팅 자료는 삭제하지 않고 그대로 남아있다. 이는 역할극은 실제 살인이 아니고, 김 양과 사건 당일 함께 한 대화는 살인 사건과 연관이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하며 “(박 양 측이)일부러 사건을 캐릭터 커뮤니티의 역할극 프레임으로 몰고 간 것”이라고 말했다.
박 양의 변호인 측은 “사체 유기는 인정하나, 살인에 대한 김 양의 주장은 신빙성이 없다”고 반박했다.
변호인은 “김 양의 진술은 시일이 지날수록 바뀌고 박 양에게 불리한 진술이 돼 가고 있으며, 검사의 질문에는 막힘없이 잘 기억하면서 변호인이 묻는 질문에는 기억나지 않는다고 한다”라며 “재판부도 김 양에 대해 ‘매우 영리하다’고 평가한 바 있는데, 그 영리한 김 양의 진술에 법정이 흔들리는 것이 아닌지 우려가 된다”라고 말했다.
이날 박 양은 최후 진술에서 “유가족에게 진심으로 사과드린다. 그러나 저는 사체유기는 인정하지만 살인은 하지 않았다”라며 “한 번의 기회만 주신다면 평생 반성하며 살겠다”라고 말했다. 최후 진술 도중 중간중간 흐느끼며 눈물을 훔치기도 했다. 표정 변화 없이 어떤 최후 진술도 하지 않은 김 양과 대조되는 모습이었다.
한편, 김 양과 박 양의 선고 공판은 9월 22일 오후 2시 인천지법에서 함께 열린다.
김태원 기자 deja@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