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근과 채찍 사이 비밀작전 준비 가능성”
북한이 일본 상공을 지나는 미사일을 발사한 8월 29일, 일본 정부는 즉각 전국경보시스템을 발령했다. 발사 4분 뒤 NHK 화면으로 송출된 ‘국민보호에 관한 정보’.
예고 없이 탄도미사일을 발사한 북한. 이른 새벽 미사일이 버젓이 자국 상공을 지나갔다는 사실에 열도가 발칵 뒤집혔다. ‘북한의 도발이 전쟁을 촉발할 것인지’ 아니면 ‘외교로 그들의 폭주를 막을 수 있을지’를 두고 일본 언론들의 분석도 이어지고 있다. 키를 쥐고 있는 것은 역시 미국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전쟁 또는 평화적 해결이라는 양극단의 결말만 존재하는 건 아니다. 미국이 비밀 작전을 시도하는 등 중간 단계의 시나리오도 예상해볼 수 있다”고 보도했다. 지금까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북한 문제를 외교적으로 해결하는 데 초점을 뒀다. 그러나 실은 ‘이 노선이 반드시 성공한다’는 확신이 있어서는 아니었다.
“이 옵션, 어떻게 생각하나?” 지난 7월 31일, 트럼프 대통령은 아베 총리와 52분간 전화통화에서 향후 선택지에 대해 슬그머니 의견을 물었다. <주간겐다이>가 입수한 ‘미·일 정상 통화록’에 따르면, 그간 트럼프 대통령은 대북 압박의 수단으로 경제 제재, 직접 협상, 군사공격, 정권 전복 등 여러 옵션을 고려해왔다. 이 가운데 특히 경제 제재를 중심으로 중국의 영향력 행사에 의지해왔으나, 트럼프 대통령은 “시진핑(중국 국가주석)이 나를 만족시키지 못했다”며 강한 불만을 드러낸 것으로 전해진다.
8월 15일 약 30분간의 전화통화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중국이 과연 어디까지 협조해줄 것인가’가 선택지 판단의 주요 변수였다. <주간겐다이>는 “결국 이날 통화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과 대화하겠다. 마티스(미국 국방장관)가 여러 이유를 들어 지금은 전쟁준비가 돼 있지 않다고 말하니 그의 충고를 따를 것’이라고 아베 총리에게 전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이번 북한의 기습적인 도발로 대북 정책에 변화가 있을 조짐이다. 8월 29일 트럼프 대통령은 “모든 옵션이 테이블 위에 있다”면서 북한에 대해 다시 강경한 기조로 선회할 뜻을 내비쳤다. 이후 아베 총리와도 전화 통화를 갖고 “대북 압박을 강화하자”는 데 뜻을 모았다.
조선중앙통신은 8월 30일 북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중장거리전략탄도미사일 화성-12형 발사 훈련을 참관했다고 보도했다. 연합뉴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그럼에도 당분간 미국은 중국과 협력해 북한의 핵미사일 배치를 외교로 막는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기대한 성과를 얻을 수 없다면, 그때 노선을 재고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다만 “머지않은 가까운 장래일 가능성이 크다”고 신문은 전했다. 이유는 명확하다. 북한이 핵을 탑재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배치하고, 미국 본토를 향해 ‘진짜’ 위협을 가할 날이 다가오고 있기 때문이다.
당초 미국 정부는 그런 사태까지 약 2년의 유예가 있다고 내다봤다. 그러나 최근 미국 국방정보국(DIA)이 발표한 자료에 의하면 “북한이 내년 중 핵탑재 ICBM을 배치할 가능성이 커진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이럴 때 과연 미국이 어떻게 대응하느냐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간추려 2가지 선택지가 있다”고 언급했다. 첫째는 북한의 핵무기 보유를 기정사실로 인정하고, 대신 그것을 사용하지 못하도록 억제책에 힘을 쏟는 것이다. 오바마 정부의 수전 라이스 전 백악관 보좌관이 최근 북한과 미국의 전쟁 위기 상황을 해소하기 위해 이 같은 주장을 펼쳤다.
나머지 하나는 정반대다. ‘군사행동을 불사하겠다’는 뜻을 더욱 강화함으로써 북한의 핵미사일 폐기를 몰아붙인다. 여차하면 군사 작전 돌입도 불사한다. 말 그대로 불꽃 튀는 강경 노선이다. 어느 쪽을 택하게 될지 한·미·일 전문가들에게 물어보면 의견은 분분하게 갈린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의 아키타 히로유키 논설위원은 “일전에 미국이 선제공격에 나서는 건 사실상 어렵다는 취지의 글을 쓴 적 있다. 북한의 반격으로 한국 내에서도 수만 명, 많게는 수십만 명의 사상자가 나온다는 추산 때문이었다. 이 판단은 지금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단, 북한에 ICBM이 배치되어 미국 대도시가 괴멸당할 위험이 현실로 다가오면 이야기의 전제는 바뀐다”고 지적했다. 내부사정에 밝은 미국 안보 전문가의 말을 빌리자면 “이와 관련해 미군 수뇌부는 이미 약 10가지의 작전안을 마련, 백악관에 제시했다”고 한다. 또 “베테랑 군인 출신인 마티스 국방장관 등은 전쟁의 비참함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성급한 공격에는 매우 신중한 편이나 자국민이 위협받을 경우 군사행동이 불가피하다고 판단할 것이 분명하다”는 부연설명이다.
이런 배경을 들어 아키타 논설위원은 다음과 같은 전개를 예상했다. ①전면 공격 ②한정적인 공습 ③특정 표적에 대한 비밀 작전 같은 세 가지 패턴이다. 주목할 만한 점은 미·일 안보 전문가들 중에서 첫 번째를 꼽은 이들은 썩 많지 않다는 것이다. 큰 희생을 치러야 하는 한국이 결사반대할 뿐더러 중국이 어떤 태도로 나올지 미지수라는 분석에서다. 아키타 논설위원은 “오히려 세 번째, 비밀 작전의 가능성 있다고 보는 견해가 많다”고 전했다.
가령 핵, 미사일 지하시설을 노리는 게 어렵더라도 북한군의 통신망을 파괴한다든지 잠수함으로 몰래 들어갈 수 있을지 모른다. 이를 미끼로 김정은에게 미국의 군사력, 결의 등을 알려 위협하는 군사작전이다. 아키타 논설위원은 “최근 렉스 틸러슨 미국 국무장관이 ‘북한의 정권 교체나 붕괴를 목표로 하고 있지 않으며, 38선 이북 침공은 없다’고 여러 차례 강조한 바 있다”면서 “부드럽게 들리는 그의 발언에는 이 같은 준비작업도 내포돼 있을지 모른다”는 말을 남겼다.
강윤화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
북한 미사일 낙하 때 대피 요령 ‘탄도미사일이 낙하될 경우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도 일본에서 큰 관심을 끌고 있다. 일본은 북한의 미사일 발사 정황이 포착될 경우 관련 내용이 자동으로 TV와 휴대전화 긴급메시지 등에 전파되는 ‘전국경보시스템(J얼럿)’을 운용하고 있다. 아울러 국민보호포털 사이트에는 미사일 낙하 시 대피요령도 공표 중이다. 1. 튼튼한 건물, 지하도로로 피난 미사일이 떨어졌을 때 파편이나 폭풍으로부터 몸을 지키기 위해 가능한 튼튼한 건물이나 지하철역 지하상가로 대피한다. 만일 바로 피난이 어렵다면 창문이 없는 방으로 이동한다. 최대한 창문으로부터 떨어지는 것이 중요하다. 2. 땅에 엎드려 머리를 보호한다 주변에 건물이 없는 경우라면 그늘에 몸을 숨기고 땅에 엎드려 머리를 보호한다. 또 차를 타고 있을 때는 즉시 차에서 내려 피난한다. 3. 입과 코를 막는다 미사일에 화학물질 등이 사용됐을 가능성이 있으므로 입과 코를 손수건 등으로 막고, 바로 밀폐된 방으로 대피한다. 만약 실내라면 우선 환기팬을 멈추고 창문을 닫는다. 창틈을 막고 실내를 밀폐하는 것이 중요. 이후 행정지시를 따라 행동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