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르방과 눈 맞추고, 허브향에 몸 맡기고…
제주에 아름다운 자연만 있는 것은 아니다. 아름다운 문화와 사람들이 있다. 제주에는 육지와는 다른 특유의 삶의 양식이 있고 그 영향을 받은 제주만의 문화가 있다. 제주에 요즘 뜨는 ‘힙’한 카페나 사진 찍기 좋은 맛집, 드라이브하기 좋은 해변만 있는 것은 아니다. 제주의 문화 속에 숨겨져 있던 제주의 신화를 따라 여행을 할 수도 있다.
제주의 신화 속 인물이 캐릭터로 살아나와 AR(증강현실)게임을 할 수 있도록 만든 앱이 등장했다. 구글플레이나 애플스토어에서 ‘프리제주’를 치면 제주설화를 바탕으로 만든 ‘프리제주’ 앱을 다운받을 수 있다.
프리제주는 제주를 찾는 자유여행객을 위한 독특한 게임여행앱으로 각 지역의 거점지마다 해당 캐릭터를 잡고 간단한 미션을 수행하다 보면 제주 역사 속 설화의 주인공들을 20개의 캐릭터로 만날 수 있다. 앱으로 게임을 즐기며 생소한 제주의 설화 속으로 여행을 떠나보는 것이다. 앱 속에는 제주의 지형과 삶의 모습을 반영한 제주만의 독특한 설화가 카툰으로 엮여있어 만화를 보듯 쉽고 재미있게 설화와 게임을 즐길 수 있다.
아래의 공원들에서 자연스럽게 산책을 하며 미션을 수행하면 무료로 해당 캐릭터도 받을 수 있다(9월 말 정식 서비스 예정). 귀여운 제주 설화 속 캐릭터를 모으는 맛에 여행길이 더 즐겁다. 당장 그리스·로마신화를 따라 그리스여행이나 로마여행을 할 수는 없어도 이번 주말 바로 제주의 신화를 따라 제주로 떠날 수 있다. 제주의 설화와 캐릭터도 만나고 9월의 푸른 제주도 만끽할 수 있는, 산책하기 좋은 제주명소를 모았다.
# 제주의 삶과 자연이 녹아있는, 북촌 돌하르방 공원
돌하르방 공원에서는 가지각색의 하르방을 만날 수 있다. V를 그리며 웃는 하르방도 있다.
제주를 상징하는 돌하르방이 한 가지 모습만 있다고 여기는 것은 편견이다. 돌하르방 공원에 가면 사람을 안아주는 하르방, 어깨를 기대는 하르방, V를 그리며 웃는 하르방, 소원을 들어주는 커다란 하르방 등 가지각색의 하르방들을 만날 수 있다.
돌하르방이 자연에 안긴 듯 편안하게 스며들어 있다.
돌하르방 공원에는 다양한 종류의 돌하르방이 자연을 거스르거나 어색하지 않게 자연에 안긴 듯 편하게 스며들어 있다. 5000평의 대지는 돌하르방 공간, 예술 공간, 자연 공간으로 나뉘어 있으며 숲을 거닐고 예술을 느끼며 힐링을 하고 아름다운 제주의 속살도 엿볼 수 있다. 화장한 돌하르방의 모습이 아닌, 더 토속적이고 자연친화적인 하르방과 함께 아름다운 제주의 속살을 엿보자. 제주의 다양한 면면을 볼 수 있도록 꾸며진 돌하르방 공원에서 평화와 안식을 느낄 수 있다.
한편, ‘멜 잡는 도깨비’는 예부터 조천 앞바다에서 낚시를 하며 음식을 정성껏 차려놓고 제를 올리는 마을사람들에게 멸치잡이가 풍년이 되도록 도와주었다. 하지만 반드시 진심어린 마음으로 제를 지내야만 멸치풍어라는 복을 내려주고 정성스런 마음 없이 음식만 잔뜩 차려놓으면 도와주지 않았다는 전설이 내려온다. 멜 잡는 도깨비는 여전히 조천 앞바다에서 낚시를 하고 있다나? 북촌 돌하르방 공원에서 멜 잡는 도깨비 캐릭터를 만날 수 있다.
# 제주에서 가장 제주다운 곳! 제주민속촌
제주민속촌에서는 조선 후기 제주의 토속적인 생활상을 자세히 들여다볼 수 있다.
“꿀꿀 꿀꿀.” 밥 달라고 꿀꿀, 젖 달라고 꿀꿀? 아니, 제주의 돼지는 똥 달라고 꿀꿀댄다. 제주민속촌에서 만난 흑돼지는 제주 전통 화장실인 통시에서 귀여운 꼬리를 살랑댄다. 경기도 용인에 조선시대의 가옥과 삶의 모습을 재현해 놓은 한국민속촌이 있다면, 제주에는 제주민속촌이 있다. 제주에서 가장 제주다운 곳이라는 슬로건답게 제주의 토속적인 생활상을 자세히 들여다볼 수 있는 곳이다.
1890년대 조선후기의 제주 가옥구조를 기본으로 재현되어 있는 제주민속촌에서는 제주만의 특색인 중산간촌을 비롯해 산촌, 어촌, 무속신앙촌, 제주 관아 등 100여 채에 달하는 전통가옥을 관람할 수 있다. 제주도민들이 실제 생활하던 집과 들, 기둥 등을 그대로 옮겨와 복원해 놓았다. 또 제주의 독특한 문화가 배어있는 이색적인 배 테우와 집집마다 물허벅, 맷돌, 테왈 등 다양한 농기구들이 전시되어 있다.
제주민속촌은 대장금 촬영지로도 유명하다.
매주 수요일을 제외한 하루 3번 야외에서 진행되는 풍물패의 민속 공연도 볼 만하다. 11시20분, 13시30분, 15시30분에 시작하며 20~30분간 전통공연이 이어진다. 제주민속촌은 대장금의 촬영지로도 유명한데 드라마에서만 보던 모습을 실제로 보는 감회가 새롭다.
제주민속촌이 있는 표선에는 ‘금덕이여’라고 불리는 해녀의 신이 있다. 해녀인 금덕이가 물질을 하다가 돌풍에 휘말려 바다 한가운데로 떠밀려 갔는데, 바다에 떠 있는 넓적바위인 ‘여’ 덕분에 목숨을 구하게 되었다고 해서 ‘금덕이여’라고 이름 붙은 ‘해녀의 신’이다. 제주민속촌에서 미션을 수행하면 해녀의 신 피규어를 받을 수 있다.
# 사색과 힐링이 있는 차분한 초록, 생각하는 정원
생각하는 정원은 성범영 원장이 황무지를 일궈 아름다운 정원으로 만든 곳이다.
농부였던 성범영 원장이 1968년부터 1990년대 초까지 오랜세월 돌투성이 황무지를 일궈 아름다운 정원으로 만든 이곳은 장쩌민, 후진타오, 시진핑 등 중국의 전·현직 국가주석이 방문하면서 더 유명해졌다. 7개의 소정원과 연못, 잔디광장 등에 다양한 분재와 수석, 정원수가 가꾸어져 있는 정원 곳곳은 오름을 축소시켜 놓은 듯 아기자기하다.
한 사람의 노력이 결실이 된 정원답게 한 그루의 나무, 한 송이의 꽃, 하나의 돌에도 저마다 의미를 부여해 놓았다. 판넬 하나하나에 적혀 있는 글귀들이 마음에 울림을 전한다. 가능한 천천히 분재와 정원의 이야기들을 음미하면서 걷다보면 어느새 답답했던 마음에도 선선한 바람이 인다.
생각하는 정원 내에는 11시부터 오후 3시까지 운영되는 점심힐링뷔페도 있다. 망고와 블루베리 등 열대과일을 비롯해 흑돼지불고기와 감귤탕수육, 연어회 등 로컬푸드를 중심으로 한 다양한 음식이 준비되어 있다.
분재가 전시된 공원을 거닐며 자연스럽게 사색에 빠져볼 수 있다.
한편, 이 지역에는 ‘소랑’이라는 ‘사랑의 신’의 설화가 전해진다. 대정리에 너무나 사랑하는 남녀가 있었는데 로미오와 줄리엣처럼 집안끼리 철천지원수지간이었던 터라 남녀는 사랑을 이루지 못한 채 죽고 말았다. 죽어서도 함께할 수 없었던 처녀총각의 사랑은 한이 되었고 혼인한 남녀가 계속 죽어나가는 일이 생겼다.
이에 ‘소랑커플’이 대정리로 찾아가 죽은 남녀의 원혼을 불러내어 같이 있게 해주었고 이후 대정리에서는 더 이상 사랑하는 남녀가 죽어나가는 일이 없었으며 소랑은 사랑의 신이 되어 사랑하는 남녀가 행복하게 사랑할 수 있도록 돕게 되었다고 전한다. 생각의 정원 한편에서 방랑하는 소랑의 캐릭터를 찾고 사랑도 찾아보는 건 어떨까.
# 향기 가득한 아름다운 정원, 허브동산
허브동산에서는 쉼이 필요한 이에게 편안한 향기테라피를 선사한다.
향기를 가득 품은 정원이 여기 있다. 쉼이 필요한 이에게 편안한 향기테라피를 선사하는 허브동산 곳곳에서 정신까지 번쩍 깨이게 하는 다채로운 향기를 만나보자.
길가에 심겨진 허브를 손으로 슥슥 문지르면 금세 향기가 퍼진다. 한 잎 떼어 물면 건강한 단맛이 나는 스테비아를 비롯해 익숙한 로즈마리나 라벤더와 여러 생소한 이름을 달고 각각의 향기를 뿜어내는 허브들이 정원을 가득 채우고 있다.
오솔길을 따라 15개의 섹션으로 나누어진 허브동산 내에는 허브가든과 돌담길, 숲과 조각공원은 물론 갤러리와 족욕장, 허브카페와 브런치카페 등의 다양한 시설이 갖춰져 있다. 따끈한 물로 족욕을 하며 피로를 풀고, 허브차를 마시며 여유를 찾고, 체험 찜질방에서 안락한 휴식을 취할 수 있다.
허브차를 마시며 여유를 찾고, 족욕을 하며 피로도 풀 수 있다.
밤 여행지가 부족한 제주에서 허브동산은 밤에도 문을 연다. 저녁이면 건물벽을 활용해 화려한 조명쇼를 펼치는 미디어파사드 공연을 하고 허브동산에 일제히 불을 켠다. 여러 색의 불빛으로 수놓아진 정원은 낮과는 또 다른 아름다움을 선사한다. 낮과 밤 두 가지 매력의 허브동산에서 피로에 지친 몸과 마음을 향기로 샤워해보자.
이곳에는 ‘삼신할망’의 설화가 전해온다. 설문대여신의 명을 받은 삼신할망은 세상을 돌아다니며 아기를 갖고 싶어 하는 부부에게 아기를 점지해 주었다고. 그러다 제주의 오름들 중 유독 크고 아름다운 봉우리가 뚝 떨어져 있는 것을 보고 ‘탈산봉’이라 이름 짓고 그곳에 머물며 태어날 아기들을 점지했다. 이후 태어나는 아기들은 탈산봉의 정기를 받아 모두 미남미녀가 되었다. 허브동산에 돌아다니는 삼신할망 캐릭터를 찾고 미남미녀의 기운도 받아볼 일이다.
글·사진=이송이 여행레저 기자 runaindia@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