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는 해와 지는 해 ‘간판’싸움
▲ 래리 킹(왼쪽), 앤더슨 쿠퍼 | ||
CNN에 전운이 감돌고 있다. 젊은 앤더슨 쿠퍼가 CNN의 새로운 얼굴이 되기 위한 본격적인 전쟁에 돌입하면서 늙은 래리 킹은 진지 사수작전을 눈물겹도록 펼치고 있다.
CNN의 간판 시사토크 프로그램인 ‘래리 킹 라이브’를 놓고 벌이고 있는 신구세대 간의 경쟁과 갈등은 “요즘 쿠퍼가 방송시간을 너무 많이 받는다”고 불평하는 래리 킹의 모습이 카메라에 찍혀 공개되고 난 후 노골적인 양상으로 변하고 있다. 원래 두 사람은 적어도 겉으로는 사이가 좋은 것으로 비쳤다. CNN 사람들은 두 사람 간의 싸움을 알리는 총성이 울렸다고 웅성거리고 있다.
최근 민주당 대통령후보 토론 후 킹이 프로그램의 프로듀서에게 말하는 비디오클립이 인터넷에 돌기 시작하자 두 사람 사이의 총성은 CNN 건물 밖으로 나와 모든 대중들에게 들리게 되었다. 이날 킹과 쿠퍼는 후보들은 물론 몇몇 정치분석가들과의 인터뷰를 나눠서 진행했다. 40초짜리 인터넷 동영상에서 킹은 눈을 비비며 프로듀서에게 말을 했다. 성미 급한 킹은 “앤더슨이 나보다 방송시간을 더 많이 받는다고? 만약 그것이 사실이라면 왜?”라고 역정을 내며 물어봤다.
래리 킹의 공격에도 불구하고 방송가 사람들은 ‘지는 해’인 래리 킹이 ‘뜨는 해’인 앤더슨 쿠퍼의 기세를 누를 수 없을 것으로 단정짓고 있다. 대중의 인기가 생명인 텔레비전 사회에서 제아무리 래리 킹이라 할지라도 장기집권은 가능해도 영구집권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래리 킹은 지금 73세다. 야심에 찬 쿠퍼는 최근 40세가 되었다. CNN의 얼굴에 대한 동료들의 인식도 급격하게 바뀌고 있다. 확고부동했던 래리 킹에게서 앤더슨 쿠퍼로 중심축이 바뀌고 있고, 이는 당사자인 래리 킹도 일정부분 인정하고 있다고 한다.
CNN에서의 쿠퍼의 성장은 놀라울 정도로 빠르다. 그는 ‘CNN의 목소리’라는 애칭으로 불렸던 앵커 애런 브라운을 밀쳐내고 ‘CNN의 얼굴’ 래리 킹의 턱밑에 가 있다. 많은 방송전문가들은 쿠퍼가 브라운을 밀어냈다고 말한다. 좀 심하게 말하는 사람들은 쿠퍼가 애런 브라운을 매장시켰고, 이제 그 다음 상대로 래리 킹을 지목하고 본격적인 질주를 시작했다고 말할 정도다.
CNN의 한 소식통은 “결국 텔레비젼은 시청률 싸움이다. 식상한 이미지로 인해 래리 킹이 흔들리는 순간, 앤더슨 쿠퍼가 바로 그 옆에서 자리에 오를 준비를 하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문암 해외정보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