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내년도 예산안은 경제살리기의 새로운 방안인 소득주도성장을 주요목표로 한다. 그렇다면 정부예산이 정말 경제를 살릴 것인가. 정부가 일자리와 복지지출을 늘려서 소비와 투자가 증가하고 이에 따라 경제가 성장동력을 회복하여 일자리를 창출하는 선순환을 형성하면 소득주도성장 정책은 성공이다. 그러나 과거정부의 산업정책을 근본적으로 부정하여 부작용이 클 수 있다. 사회간접자본과 산업지원예산을 축소하여 기업의 창업과 투자가 줄면 경제성장률은 떨어진다. 특히 최저임금인상과 비정규직축소로 자영업과 중소기업이 부도위기에 처하면 대량실업이 발생한다. 법인세 인상과 노사관계 불안으로 기업들이 해외로 공장을 이전할 경우 경쟁 국가들의 경제성장과 고용창출을 도와주는 행위가 된다. 정부의 소득주도성장 정책에 대해 기대보다 우려가 크다.
정부는 내년도 관리재정수지적자를 29조 원으로 추정했다. 국가채무는 올해 670조 원에 709조 원으로 증가한다. 국내총생산 대비 국가채무비율은 39.6%에 머문다. 문제는 세출구조조정에 실패하여 추경을 편성하는 것이다. 그러면 정부재정은 급속히 악화한다. 더구나 세수가 불안하다. 정부는 실질 경제성장률을 3.0%로 가정하고 부자증세, 자연증가 등을 전제로 하여 국세수입을 올해에 비해 10.7% 늘려 268조 2000억 원으로 잡았다. 경기가 침체하거나 세법개정이 용이하지 않으면 세수가 차질을 빚는다. 정부의 부채증가 속도가 지나치게 빠르다. 2000년 111조 2000억 원에 불과하던 정부부채가 2011년 420조 5000억 원, 2014년 533조 2000억 원 등으로 급증하여 연평균 증가율이 11.6%에 이른다. 이 속도는 재정위기를 겪고 있는 포르투갈 8.9%, 스페인 7.0%보다 높은 수준이다. 소득주도성장 정책이 실패할 경우 정부와 경제가 함께 실패할 수 있다. 정부는 막연한 소득주도성장의 환상에서 벗어나야 한다. 복지지원과 산업지원을 함께 하여 단계적으로 새로운 성장체제를 구축하는 균형예산을 편성해야 한다. 국회의 올바른 예산심의가 과거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이필상 서울대 초빙교수, 전 고려대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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