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림질 중 감전사’ 생활 속 공포
▲ 중국의 한 공장 모습. | ||
전세계가 ‘메이드 인 차이나’에 벌벌 떨고 있다. 미국은 물론 유럽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최근 독일 시사주간 <포쿠스>는 유럽을 강타하고 있는 중국산 저질 상품들의 공포에 대해서 ‘동아시아로부터의 새로운 위험’이라고 보도했다. 중국이 저가 제품 공세로 유럽연합의 경제를 위태롭게 하는가 싶더니 이제는 건강까지 위협하고 있다면서 문제점을 제기하고 나선 것이다. 더불어 <포쿠스>는 식품은 물론, 생활용품, 자동차, 의약품 등 생활 깊숙이 침투한 중국산 제품들의 문제점과 함께 과연 어떻게 하면 조금이나마 불량제품으로부터의 피해를 줄일 수 있을지에 대해 소개했다.
얼마 전 유럽연합이 발표한 위험수준의 제품들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올 상반기인 1월~5월까지 적발된 인체에 매우 유해한 제품들은 모두 516개였으며, 이중 절반 가까이가 중국산 제품이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339개였던 데 반해 월등히 높아진 수치다.
나라별로 살펴보면 중국 제품이 46%로 가장 많았고, 그 다음으로는 출처가 불분명한 제품들을 제외한 독일, 이탈리아, 일본, 태국, 폴란드, 영국, 미국 제품 순이었다.
품목도 점차 다양해지고 있다. 가장 많이 적발된 제품은 어린이 장난감이었으며, 무려 전체 제품의 29%에 달했다. 그 다음으로는 자동차와 전자제품(비디오, 녹음기 등), 조명등, 아동용품(카시트, 담요 등), 화장품, 의류 순이었다. 일례로 아이들에게 인기 있는 중국산 ‘토마스 기차’ 장난감에서는 납 성분이 검출돼 한바탕 리콜 소동을 빚기도 했다.
좀 더 구체적인 경우를 살펴보자. 지난 2005년 그리스에서는 중국산 스팀 다리미를 사용하던 두 명이 감전으로 사망했으며, 2006년 영국에서는 중국산 해머 드릴을 사용하다가 얼굴과 손가락 등에 상처를 입는 사고가 아홉 차례 발생했다.
또한 중국에서 제조된 전기 주전자를 사용하던 이란인 두 명이 합선으로 화상을 입었는가 하면 독일에서는 최근 중국 회사인 ‘엘로’의 원격조종 콘센트가 제품 테스트 과정에서 화재가 발생해 전면 수입 금지됐다.
중국산 제품의 리콜은 그뿐만이 아니었다. 최근에는 어린이 장난감 전화기인 ‘클립-클랍’이 아이들 청력에 심각한 영향을 미친다는 테스트 결과 전량 리콜되기도 했다.
불량제품 외에도 중국의 짝퉁 제품도 끊임 없이 수출되고 있어 골머리를 앓고 있긴 마찬가지다. 지난해 전세계적으로 적발된 ‘아디다스’ 짝퉁 신발은 무려 600만 켤레에 달했다. 대부분이 진품과 거의 구별이 가지 않을 정도로 정교하기 때문에 적발 자체도 어려운 게 현실.
또한 지난달 함부르크 세관에서는 900만 갑의 짝퉁 말보로 담배가 적발되기도 했다. 이런 짝퉁 담배의 가장 큰 문제는 무엇보다도 소비자들의 건강을 해친다는 데 있다. 니코틴, 납, 카드뮴, 타르, 일산화탄소 등이 정품보다 과도하게 많이 함유되어 있기 때문이다.
▲ 제품 테스트 중 화재를 일으킨 콘센트와 납 성분이 검출된 토마스 기차, 짝퉁 말보로 담배. | ||
일례로 지난해 파나마에서는 중국산 짝퉁 감기약을 먹고 100여 명이 사망하는 대형 사고가 발생한 적도 있었다. 이 감기약에는 부동액 원료인 ‘디에틸렌글리콜’과 휘발유의 원료인 ‘솔벤트’가 함유되어 있었으며, 대부분의 희생자는 어린이들이어서 더욱 충격을 안겨 주었다.
이밖에 잘 알려진 바와 같이 중국에서 제조된 짝퉁 비아그라나 독성 치약도 심각하긴 마찬가지다.
유럽에서는 ‘인터넷 약국’의 문제점도 제기되고 있다. 여기에도 중국산 짝퉁이 범람하고 있긴 마찬가지. 제품의 이름만 살짝 바꾸거나 제약회사의 이름을 그대로 도용한 불량품들이 유통되고 있는 것이다.
이에 탈모제인 ‘프로페시아’를 제조하는 ‘머크’ 제약회사가 최근 한 실험을 해보았다.
인터넷 약국에서 직접 자사의 약품을 구매해 보는 것이었다.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구입한 12개의 약품 중 대부분이 포장도 되지 않은 채 낱개로 플라스틱 상자에 담겨 배달되었는가 하면 약품 설명서도 첨부되어 있지 않았다. 또한 이중 네 개의 약품에는 아예 성분 표시도 되어 있지 않았다.
이런 불량품들의 대부분은 상하이에서 항공편으로 배송되어 온 것들이었다.
하지만 어느 나라보다도 불량품으로 피해를 보고 있는 것은 다름 아닌 중국 자국민들이다. 한 보고서에 의하면 매년 불법 의약품으로 사망하고 있는 중국인들은 약 20만 명.
지난 6월 광둥성에서는 한 중국인이 휴대폰 충전기가 폭발해서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어이 없게도 충전기의 파편이 심장에 박혀서 사망한 것이다.
또한 2007년 상반기 중국에서 생산된 식품, 생필품, 농기구, 화학비료 등의 5분의 1이 모두 불량품이었다는 보고도 있었다. 다시 말해서 생산되는 제품 다섯 개 중 한 개는 불량이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왜 중국산 제품에는 이렇게 문제가 많은 걸까. 이에 대해 <포쿠스>는 몇 가지 원인을 꼽았다. 하나는 합법적으로 기술을 배우지 않은 불법 공장 노동자들이 많기 때문이라는 것. 제대로 된 기술을 터득하지 못한 채 주먹구구식으로 제품을 생산하다 보니 당연히 하자 있는 제품을 생산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또한 ‘규칙’이나 ‘규정’을 무시하는 중국인들의 태도도 문제다. 도덕의식이 결여된 채 그저 돈만 벌면 된다는 잘못된 생각이 바로 그것이다.
하지만 최근 중국 정부는 이런 ‘메이드 인 차이나’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불식시키려는 노력을 하기 시작했다. 불량품을 생산하는 업체에 대해 강력한 처벌을 하는가 하면 보다 강화된 규정을 제시하고 나선 것이다. 과연 중국 당국의 이런 노력이 악명 높은 고정관념, 즉 ‘중국 제품=저가 상품=불량품’이라는 공식을 깰 수 있을지 좀 더 지켜봐야 할 듯싶다.
김미영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