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 ‘윤·명 관계’ 번복 논란, 안철수·오세훈·이준석·김종인 ‘잘 모른다’ ‘손절했다’더니 다른 정황 속속
#해명 논란 대통령실
9월 5일 뉴스토마토는 2022년 6월 경남창원의창 재보궐 선거 때 윤 대통령 부부가 명태균 씨 부탁으로 김영선 전 국민의힘 의원 공천에 영향력을 행사했다고 보도했다. 명 씨는 언론에 김 여사가 직접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참여를 제안했다고도 했다. 윤 대통령 취임 뒤에는 대통령실 직원이 찾아와 ‘대통령 이름을 팔아도 된다’고 말했다고 주장했다. 명 씨는 자신이 검찰 조사를 받게 되면 “한 달이면 하야하고 탄핵일 텐데 감당되겠나”라며 엄포를 놨다.
대통령실의 윤 대통령이 국민의힘에 입당하기 전인 2021년 7월 이후 국민의힘 정치인들을 통해 명 씨와 두 번 만남을 가졌다고 했다. 대선 경선 이후에는 명 씨와 연락한 사실이 없다고 기억했다고 해명했다.
대통령실 해명은 거짓 논란에 휩싸였다. 명 씨가 여러 차례 윤석열 대선 후보에게 여론조사 결과를 보고한 정황이 드러나면서다. 뉴스타파는 명 씨가 여론조사 결과를 윤 후보에게 보내줘야 한다고 말한 날 서울로 가는 항공권을 예약했다고 보도했다. 윤 후보 자택에서 차로 약 10분 거리의 호텔에 투숙 예약을 했다고 밝혔다. 신용한 전 윤석열 캠프 정책총괄지원 실장은 명 씨 여론조사 보고서가 윤석열 대선 캠프 회의에 활용됐다고 증언했다.
대선 경선 이후 윤 대통령이 명 씨와 통화하는 녹취도 공개됐다. 녹취에는 2022년 5월 9일 윤 대통령이 명 씨에게 “(공관위에) ‘김영선이를 좀 해줘라’ 그랬는데 말이 많네 당에서”라고 말하는 대목이 나온다. 다른 녹취에서는 윤 대통령과 통화한 날 명 씨가 김 전 의원 캠프에 본인이 윤 대통령과 김 여사와 통화했고, 김 전 의원 공천이 확정됐다는 소식을 전하는 내용이 나온다.
대통령실은 “명 씨가 공천을 계속 이야기하니까 좋게 이야기한 것뿐”이라고 했다. 취임 후 윤 대통령과 명 씨 사이에 추가통화는 없었다고 말을 바꿨다. 당선인 신분이기 때문에 공천개입이 성립되지 않는다는 논리였다. 거짓 해명을 한 것은 아니라고 했다. 대통령 기억이 정확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대통령실 해명은 민주당이 새로운 녹취를 공개하면서 다시 뒤집혔다. 녹취에 따르면 명 씨는 윤 대통령 취임 이후인 2022년 6월 지인에게 “대통령 전화로 통화 아직도 하고요. 대통령은 자기가 그거 안 하는 사람은 안 받죠”라고 했다. 명 씨가 실질적으로 운영한 미래한국연구소에서 일했던 강혜경 씨도 한겨레21 인터뷰에서 취임 이후에도 명 씨와 윤 대통령 부부가 연락을 주고받았다고 전했다. 명 씨가 대통령실 내부 보고용 조사를 하는 싱크탱크 기능을 수행하려 했다는 주장도 덧붙였다.
윤석열 대통령은 11월 7일 기자회견에서 명 씨 전화를 받았다는 사실을 참모진에 전달했다고 말했다. 명 씨에게 여론조사를 요청한 사실이나 김영선 전 의원 공천엔 영향력을 행사한 적이 없다고 했다. 김 여사와 명 씨는 주로 ‘일상적인 것’들을 주고받았고, 연락도 몇 차례 없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해명했다.
#여권 정치인들 줄줄이
명 씨는 지난 대선 때 윤석열-안철수 단일화에 관여했다고 주장했다. 안철수 측 선거대책위원장이던 최진석 서강대학교 명예교수는 명 씨와 만났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이어 명 씨를 믿을 수 있는지 윤석열 후보와 통화했다고 전했다. 안 의원에게는 보고하지 않았다고 했다.
안 의원은 “명태는 기억나도 (명 씨는) 모른다”고 말했다. 그러자 명 씨는 페이스북에 안 의원과 찍은 사진을 공개했다. 2022년 1월 초 오송에 있는 한 카페에서 촬영된 사진이었다.
안 의원과 명 씨가 만난 정황이 담긴 녹취도 나왔다. JTBC에 따르면 2022년 12월 안 의원은 국민의힘 대표 출마를 앞두고 경남 지역을 찾았다. 명 씨는 강혜경 씨에게 안 의원이 식사할 곳을 잡으라고 지시했다. 안 의원 관련 현수막 문구를 두고 강 씨를 질책하기도 했다. 2023년 3월 3일 녹취에는 강 씨에게 안 의원을 만나러 서울에 간다고 말했다. 안 의원은 명 씨에게 도움받은 적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경남 지역을 찾았을 당시 만났던 수많은 사람들을 일일이 기억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했다.
오세훈 서울시장도 명태균 게이트에 연루됐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2021년 당시 오세훈 당선에 결정적 역할을 했다’ 명 씨 주장이 나오자 오 시장은 ‘가소로운 주장’이라고 일축했다. 김영선 전 의원 주선으로 명 씨를 만난 것을 맞지만, 위험한 사람이라는 판단이 들어 관계를 끊었다고 했다.
그러나 서울시장 보궐선거 당시 오 시장의 측근이자 스폰서로 알려진 김 아무개 회장이 강혜경 씨 계좌로 3300만 원을 송금한 사실이 드러났다. 오세훈-안철수 서울시장 후보 단일화가 있던 시기였다. 김 회장은 오 시장 관련 여론조사 대가였다고 주장했다. 미래한국연구소는 서울시장 선거 관련 13차례 미공표 여론조사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회장이 강 씨를 회유하려는 시도가 담긴 녹취도 나왔다.
오 시장은 김 회장이 3300만 원을 제공한 사실은 보도를 보고 알게 됐다고 했다. 김 회장은 ‘수많은 후원자 중 한 분’이라고 했다. 김 회장이 이득을 염두에 두고 후원하는 사람은 아니라고 말했다. 그리고 명 씨에게 돈을 주고 여론조사를 부탁할 이유가 없다고 했다. 당시 여러 언론에서 여론조사 결과가 나올 때였기 때문이다. 명 씨와는 두 번째 만남 때 여론조사 방법을 두고 충돌했고, 더 만난 일은 없다고 밝혔다(관련기사 오세훈 조은희…또 누구? ‘명태균 지뢰밭’에 빠진 여권).
그러나 오 시장 해명과 다른 녹취가 나왔다. 김 회장은 강혜경 씨에게 명 씨가 오 시장에게 이번에 서울시장에 나오지 말고, 다음 대선에 나오라고 했다고 전했다. 앞서 명 씨는 언론에 오 시장에게 “시장 할래요? 대통령 할래요?”라고 물은 적 있다고 말했다. 김 회장의 말과 명 씨의 말이 일치하는 지점이다.
김 회장은 처음에 오 시장이 명 씨를 경계했다고 기억했다. 그러다 김 회장에게 명 씨를 만나라고 지시했다고 주장했다. 명 씨와의 관계를 단절했다는 오 시장의 말과 엇갈리는 대목이다. 김 회장은 그래서 자신이 명 씨와 엮였다며 오 시장을 원망하는 취지로 말했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당원 명부 유출에 연루됐다는 의혹을 받았다. 명 씨는 대선 후보 경선 때 약 57만 명의 당원 명부를 ‘홍 시장 측 인사로부터 연결받았다’고 주장했다. 명 씨가 언급한 인물은 김영선 전 의원 보좌진 출신이다. 대선 경선 때는 홍 시장 후보를 도운 것으로 알려졌다. 홍 시장 측은 사실무근이라는 입장이다.
명 씨가 2022년 6월 지방선거에서 강원도지사 공천에 관여한 정황도 나왔다. 당시 김진태 강원도지사는 5·18광주민주화운동 왜곡 발언 등으로 물의를 일으켜 컷오프됐다. 그러다 단식농성에 돌입했고, 대국민 사과 뒤 경선 기회를 얻어 당선될 수 있었다. 이후 명 씨가 김 지사 공천에 개입했다는 의혹이 제기되자 김 지사 측은 ‘사실무근’이라고 했다.
11월 22일 민주당은 명 씨는 자신이 김 여사에게 말해 김진태 강원도지사 공천을 받았다고 주장하는 녹취를 공개했다. 명 씨가 김 지사가 자신에게 ‘살려달라’며 도움을 요청했다고 말하는 내용이 나온다. 명 씨는 자신이 윤 대통령 측에 연락했고, 밤 12시경 결과를 뒤집었다고 주장했다.
#김종인과 이준석
명태균 게이트에서 가장 많이 언급되는 인물은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이준석 의원이다. 김 전 위원장은 명태균 게이트가 불거진 이후 명 씨를 ‘잘 모르는 사람’이라고 했다. 언론 인터뷰에서 명 씨를 자신을 팔아먹는 ‘미친놈’이라는 거친 표현까지 썼다. 김 전 위원장에 따르면 그는 2021년 3월 5일 명 씨와 처음 만났다. 김영선 전 의원이 명 씨를 소개했다. 대선 이후에도 한두 달에 한 번씩 찾아왔다. 명 씨가 서울시장 선거, 국민의힘 당대표 경선 등에 관여했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허풍’이라고 일축했다.
명 씨 변호를 맡았던 김소연 변호사는 명 씨와 김 전 위원장 첫 만남은 2020년 10월경이라고 했다. 거의 매일 명 씨에게 자문을 구하던 관계라고 했다. 아침 6시부터 김 전 위원장이 명 씨에게 전화를 걸었다고 강조했다. 명 씨 아내도 김 전 위원장이 새벽 6시면 전화를 해서 잠을 깼다고 기억했다. 검찰은 명 씨의 PC에서 김 전 위원장이 대구시장 선거 후보 단일화에 대해 “명 박사 어떻게 생각하냐”고 묻는 등의 카카오톡 메시지를 확보했다. 명 씨도 검찰에 매일 의견을 묻는 사이라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관련기사 [단독인터뷰] 명태균 부인 “이준석 때문에 우리 일상 다 망가져”).
명 씨는 이준석 의원과는 2021년 6월경 만났다고 검찰에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명 씨와 김영선 전 의원은 22대 총선 때 개혁신당 비례대표 자리를 달라고 요구했다. 대가는 김 여사 공천개입 폭로였다. 이러한 논의는 이른바 ‘칠불사 회동’에서 이뤄졌다. 김 전 의원은 비례대표 공천을 받지 못했다. 앞서 명 씨는 페이스북에 이 의원, 천하람 개혁신당 원내대표가 기념식수를 하는 사진을 올렸다. 이 의원은 주지 스님과 명 씨의 부탁이 있었다고 해명했지만,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11월 20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선 이 의원이 궁지에 몰리는 장면이 나왔다. 김종배 진행자는 ‘김종인 전 위원장, 이준석 의원, 명태균 씨가 함께 모인 적 있는지’ 물었다. 이 의원은 없다고 말했다. 진행자는 재차 확인 질문을 했다. 이 의원은 다시 없다고 했다. 그러자 김 진행자는 2021년 8월 16일 양양 설해원에 김 전 위원장 부부가 있었다는 사실을 언급했다. 그러자 이 의원이 “설해원에 갔을 때 한 번 본 적 있다”고 말을 바꿨다. 다만 명 씨는 밖에 있었다고 주장했다.
민주당과 강혜경 씨 등은 연일 확보한 녹취를 정리해 폭로하고 있다. 검찰은 11월 28일 국민의힘 당사를 추가 압수수색을 하며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검찰은 당시 대표였던 이 의원과 공천관리위원 등 사이에서 오간 전산 자료를 확보하는 데 주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명태균 게이트 후폭풍은 검찰 수사와 관련 녹취 폭로로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이강원 기자 2000wo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