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대 초 일본의 사기 업계에서는 그럴듯한 이야기를 지어내는 ‘시나리오 작가’라는 직업까지 있었다. 이들의 사기 수법이 언론에 알려지고 경찰의 단속이 강화되면서 시나리오 작가는 사라졌지만 그 대신 최근에는 ‘시나리오 100선’이라는 자료가 유통되고 있다고 한다.
이 시나리오는 보통 개인 정보 리스트를 살 때 ‘덤’으로 딸려오는데 현역 사기꾼인 T 씨에 따르면 “시나리오 100선은 지금까지 나온 사기 시나리오를 모두 정리한 것으로 그대로 사용할 수는 없지만 조금만 손보면 다시 써먹을 수 있다”고 한다.
T 씨는 동료와 ‘시나리오 회의’를 통해 이미 쓸모없게 된 시나리오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새로운 시나리오와 사기 수법을 고안해낸다. 예를 들어 사기꾼과 목표물, 이를 냉정하게 관찰하는 제3자로 역할을 나누어 철저하게 롤플레잉을 하는 식이다. 완벽한 시나리오를 만들기 위해 실제로 사기를 당한 피해자를 끌어들이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박영경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