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기’도 진화한다… 휴대폰처럼!
휴대폰 사기
일본 도쿄에서 많은 여중고생 피해자를 내고 있는 것이 바로 ‘휴대폰 사기’다.
사기단은 우선 아르바이트 소녀를 고용해 여학생들이 즐겨 찾는 휴대폰 사이트에 가짜 개인 홈페이지를 개설하게 한다. 알바소녀는 여학생들을 꾀기 위해 ‘쉽게 돈 버는 법’이라는 미끼글을 올리고 연락을 기다린다.
이에 혹한 소녀들이 연락을 해오면 사기단은 이때부터 ‘감언이설’을 풀어놓는다. 여학생들끼리 모여서 컬러 콘택트렌즈 통신판매 회사를 만드는 프로젝트라는 명목으로 “컬러 콘택트렌즈의 원가는 단돈 100엔(약 770원)이기 때문에 하나를 팔면 2900엔(약 2만 2000원)의 이익을 챙길 수 있다”며 1만 엔을 출자하면 한 달 만에 5만 엔을 벌 수 있다고 유혹한다.
물론 실제로 존재하는 유명 콘택트렌즈 회사나 유명 모델의 이름을 도용한다. 이런 사기 광고에서는 소녀들의 관심을 끌기 위해 ‘한국에서 직수입’이라는 문구가 절대로 빠지지 않는다고 한다.
밴드 후원금 사기
대도시와 달리 오락거리가 없는 지방 도시의 공연장 등에서 활약하는 ‘비주얼 밴드(기괴한 분장과 퍼포먼스 등의 시각적인 요소를 강조하는 밴드)’에는 늘 그들을 동경하는 소녀 팬들이 있기 마련이다. 이런 소녀들은 때때로 ‘오빠들’의 데뷔와 성공을 위해 물심양면으로 지원을 하기도 한다. 이런 팬들의 심리를 이용한 사기 수법도 등장했다.
비주얼 밴드 복장을 한 사기단이 소녀 팬들에게 접근하여 “○○밴드의 보컬이 자살하는 바람에 연예계 데뷔가 무산됐다. 게다가 계약 위반으로 소속사에 돈까지 물어줘야 하는 상태”라는 거짓 정보를 흘려 팬들의 감정선을 자극한다.
곧이어 사기단은 밴드가 부활하기 위해서는 팬들의 도움이 절실하다며 5만 엔(약 39만 원)을 입금하도록 요청한다. 또한 “보컬의 자살이 밖에 알려지면 소동이 일어날 테니 비밀을 지켜달라”며 미리 피해자들의 입을 막는다.
데뷔 전부터 함께하면서 인기 밴드로 성장하는 과정에 참여하고 싶어 하는 최근의 팬 문화를 이용한 수법이라고 할 수 있다.
대학생을 등쳐먹는 윤락업소도 등장했다. 일본에서는 대학교의 생활협동조합이 혼자 사는 학생들을 위해 부동산을 알선한다. 문제는 이 부동산 계약서를 윤락업소가 불법적으로 입수하면서 시작된다.
수법은 이렇다. 윤락업소의 ‘부동산 리스트’에 올라있는 남학생이 업소를 이용하면 업소 측은 부동산 계약서에 보증인으로 올라 있는 학생의 부모에게 연락을 해서 협박을 한다. “당신 아들이 우리 출장 서비스를 이용했는데, 그로 인해 여성이 다치고 임신까지 하게 됐으니 합의금으로 30만 엔(약 230만 원)을 내라.”
윤락업소를 이용한 것은 명백한 사실이기 때문에 부모로서는 안 믿을 수도 없다. 사기단은 만일 경찰에 신고하면 업소 아가씨를 상해한 혐의로 아들을 고발하겠다고 으름장을 놓는다. 그런 사실이 밖으로 알려질 것을 꺼리는 부모로서는 꼼짝없이 돈을 내놓을 수밖에 없다.
동물 구조 사기
버려지는 애완동물들의 이야기로 동정을 산 후 돈을 뜯어내는 사기도 있다.
사기단의 타깃은 고급 주택가 근처에서 비싼 애완견을 산책시키는 부유층이다. “애완견 가게에서 팔리지 않고 남은 개들은 모두 죽임을 당한다. 야마나시 현에 그런 버림받은 개들을 구조하여 기르면서 새로운 주인을 찾아주는 시설이 있는데, 일반인들의 후원금으로 운영된다”는 이야기로 동정심을 유발한다. 이에 덧붙여 사기단은 자신도 얼마 전 시설을 견학하고 왔다며 그럴듯한 팸플릿까지 보여준다.
피해자들의 마음이 움직였다고 판단하면 사기단은 3만 엔(약 23만 원)의 기부금을 요구한다. “현금뿐 아니라 애완견 사료 등으로도 후원이 가능하다”는 말을 보태 리얼리티를 더하고 기부금 입금용지를 여러 장 건네면서 친구들에게도 소개해달라고 이야기한다.
3만 엔이라는 돈은 경제적으로 여유 있는 동물애호가라면 흔쾌히 낼 수 있는 액수다. 이렇게 보낸 기부금은 그대로 사라지고 사료는 수취인 불명으로 반송되어 돌아오게 된다.
박영경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