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미·현아·효린·씨엘 연속 ‘솔로’ 홈런포…‘왕관’ 벗은 티아라는 브라운관서 반짝반짝
# “걸그룹 최초 ‘유부녀’ 멤버” 원더걸스
지난 2월 10일 10년의 역사를 뒤로하고 해체된 원더걸스의 특징은 모든 멤버들이 고른 인지도를 가졌다는 점이다. 대부분의 걸그룹은 초반 인지도를 잡기 위해 이른바 ‘덕후(마니아)를 모으는 멤버 1~2명의 활동에 집중하는 경우가 많았다. 원더걸스 역시 초반에는 오디션 방송으로 얼굴을 알렸던 리더 선예를 앞세웠지만, 데뷔 직후 ‘Tell Me’로 폭발적인 인기를 누리면서 멤버들의 인지도 역시 자연스럽게 높아졌다.
원더걸스는 그룹 해체 이후 선미, 예은 등 솔로로 전향한 멤버들이 성공적으로 홀로서기를 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사진=JYP엔터테인먼트 제공
특히 ‘Tell Me’ 뮤직비디오에서 원더우먼 복장을 하고 등장한 팀내 막내 멤버 소희에 대한 관심이 압도적이었다. 가수로서는 다소 불안정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지만 가장 어린 멤버이고 귀여운 막내라는 포지션이 실력 논란을 감쌌다.
이 같은 초반 인기를 바탕으로 소희는 이후 원더걸스 활동 전에는 단편영화에 출연했고, 활동 시기에도 영화 <뜨거운 것이 좋아>에 출연해 배우로서의 초석을 다지기도 했다. 2015년 7월 20일 원더걸스를 탈퇴한 후에는 배우 전문 소속사인 키이스트로 옮겨 배우의 길을 걷고 있다. 지난해 영화 <부산행>에 이어 지난 2월 개봉한 영화 <싱글라이더>에 출연해 쟁쟁한 연기자들과 합을 맞췄다.
다만 연기력은 대다수 아이돌 출신 배우들이 그렇듯 아직 어설프다는 평이 많다. 원톱 주연이나 비중이 큰 조연을 맡기에 아직 부족하다는 평가가 이어지면서 배우로서 홀로서기에 성공했다고 보기에는 무리가 따른다는 지적이다.
원더걸스의 또 다른 특이한 점은 걸그룹 최초로 ‘24세에 결혼한 현직 아이돌’ 멤버를 보유했다는 점이다. 리더인 선예가 2011년 첫 공개연애 사실을 밝힌 뒤, 약 1년 6개월 뒤인 2013년 1월 26일 결혼한 것. 선예는 2013년과 2016년 캐나다에서 두 딸을 출산했으며, 2015년 7월 20일 소희와 함께 원더걸스를 완전히 탈퇴하고 가족과 함께 유부녀로서의 생활을 즐기고 있다.
2013년부터 솔로로 데뷔해 섹시 노선으로 입지를 다지고 있는 선미는 현재 원더걸스 출신으로서는 가장 활발하고 성공적인 연예 활동을 이어 가고 있다. 특히 지난 8월 공개한 신곡 ‘가시나’는 공개 직후부터 높은 평가를 받았으며, 지난 3일 SBS <인기가요>에서는 막강한 팬덤 파워를 자랑하는 워너원을 제치고 1위에 오르기도 했다.
# “멤버 마약 논란으로 결국 해체까지” 2NE1
2NE1은 해체한 2세대 아이돌 가운데 아마도 가장 불미스러운 사유로 해체에 이른 비운의 그룹일 것이다. 이들은 데뷔 전부터 출연한 CF의 삽입곡이 각종 음원 차트에서 1위를 할 정도로 인기몰이를 한 ‘매머드급 신인’이었다.
이처럼 국내외에서 상승세를 유지하던 2NE1의 날개가 꺾인 것은 2014년 6월 메인보컬 박봄의 마약류 밀수 혐의 입건 유예 사실이 밝혀지면서부터다. 비난의 목소리가 높자 YG 측에서는 박봄이 자숙을 하고 있다는 이유로 2NE1의 활동을 잠정적으로 중단했으며 2016년 5월 4일 공민지의 탈퇴 이후 6개월 뒤인 11월 25일 정식으로 그룹을 해체했다.
다른 아이돌 그룹과 차별화된 실력과 ‘걸크러시’ 콘셉트로 사랑 받은 걸그룹 2NE1은 불미스러운 사건으로 활동 중지와 해체에 이르게 됐다.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해체 후 리더인 CL은 미국에서 활발한 솔로 래퍼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2013년 성공적인 국내 솔로 데뷔 이후 미국 활동을 시작해 지난해에는 미국 데뷔 싱글 ‘LIFTED’로 빌보드 차트의 메인 차트인 ‘US 빌보드 차트 핫 100’에 94위로 진입했다. 한국 여성 솔로 가수로서는 첫 번째 차트 진입이다. CL의 경우는 그룹 내에서도 카리스마 넘치는 독보적인 캐릭터로 자리매김했기 때문에 해체 후 솔로 활동도 대중들의 예상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탄탄대로를 밟아가고 있다.
보컬 멤버인 산다라박은 웹드라마나 다양한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해 존재감을 알렸다. 그는 예능에 잘 적응하지 못한다는 2NE1 멤버 가운데서도 낯가림이 심하고 돌발 상황에 대처하지 못해 가장 예능감이 없다는 지적을 받아 왔다. 그러나 최근 출연한 MBC 예능 <발칙한 동거-빈방 있음>에서 보여준 ‘낯가림 캐릭터’로 “신선하고 귀엽다”는 재평가를 받고 있어 오히려 전화위복이 됐다는 평가다.
막내인 공민지는 지난해 4월 5일 YG와의 재계약을 거절하고 2NE1을 탈퇴, 뮤직웍스와 계약을 체결하고 솔로활동에 매진하고 있다. 산다라박과 마찬가지로 예능에 다소 약한 모습을 보였으나 올초 KBS 2TV <언니들의 슬램덩크>에 출연, 프로젝트 걸그룹인 ‘언니쓰’의 리더로 활약해 좋은 평가를 받았다.
박봄은 국내 활동을 잠정적으로 중단한 지 약 1년여 만에 엠넷 아시안 뮤직 어워드에 서프라이즈 출연, 공식적으로 방송에 복귀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대중들의 부정적인 반응을 인식했는지 이후로는 방송 출연을 하지 않은 채 2NE1의 공식 해체 약 6개월 전인 2016년 5월 YG와의 계약이 종료됐다.
# “멤버 전원이 배우로 활약” 티아라
2세대 걸그룹 가운데 가장 굴곡지고 다사다난한 커리어를 가진 그룹이다. 완전 해체에 이르지는 않았지만 불미스러운 사건으로 인한 멤버 탈퇴와 증원을 거쳐 2009년 데뷔 당시 6인조였던 멤버가 4인조로 재편성됐다.
티아라는 다사다난했던 역사만큼 히트곡도 많고, 음원 성적 역시 상위권에서 밀려나가는 적이 없을 정도로 팬덤은 물론 일반 대중들에게도 절대적인 지지를 받아 왔다. 그러나 2012년 하반기 ‘화영 왕따 사건’이 불거지면서 티아라의 이미지가 회복 불가능할 정도로 곤두박질쳤다.
국내 최상위급 걸그룹이었던 티아라는 2012년 ‘화영 왕따 사건’으로 이미지가 회복 불가능할 정도로 곤두박질쳤다. 사진=MBK엔터테인먼트
이후 국내에서 반응이 좋지 않자 2014년부터 중국으로 노선을 선회해 중국 내에서 높은 인기를 누렸다. 이후 올해 다시 국내로 복귀했으나, 지난 5월 보람, 소연의 계약이 만료되면서 재계약을 체결한 큐리, 은정, 효민, 지연의 4인조로 올 12월까지만 그룹 활동을 지속하게 된다.
티아라의 특징은 멤버들이 전원 배우 활동을 선택했다는 점이다. 아역으로 먼저 데뷔해 탄탄한 연기 실력을 인정받은 은정을 제외하더라도 효민, 지연, 큐리도 영화와 드라마, 시트콤 무대를 종횡무진하며 활동하고 있다.
전 멤버이긴 하지만 ‘왕따설’로 인한 계약 해지가 오히려 전화위복이 된 화영 역시 배우로서 입지를 다지고 있다. 특히 지난해에는 JTBC 드라마 <청춘시대>에 강이나 역으로 출연하면서 뛰어난 감정 연기로 대중들의 호평을 받았다. 화영은 본명인 ‘류화영’으로 탈퇴 이후 매년 공중파와 종편, 케이블, 네이버캐스트 등 웹드라마 플랫폼을 통해 다양한 주조연을 맡아 연기 활동을 펼치고 있다.
# ‘배우 둘·가수 둘’ 균형 맞춘 씨스타
여름하면 떠오르는 대표적인 걸그룹이자 ‘건강한 섹시 디바’ 씨스타도 아이돌 그룹 7년 징크스를 깨지 못하고 지난 6월 해체됐다. 건강미 외에도 뛰어난 가창력이 트레이드 마크였던 그룹인 만큼 해체 후 이들의 솔로 가수 활동에 대중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상황이다.
‘섹시 디바’ 씨스타 역시 아이돌 그룹 7년 징크스를 깨지 못하고 해체됐다. 멤버 둘은 배우로, 나머지 둘은 솔로가수로 개인활동을 진행할 계획이다. 사진=스타쉽엔터테인먼트
다만 그룹 활동 당시에도 드라마 출연으로 배우 활동을 병행했던 다솜이나 보라의 경우는 해체 후 배우로 전향할 의사를 확실히 밝혔다. 보라는 영화 <썬키스트 패밀리>에 주조연급으로 출연해 첫 스크린 데뷔를 앞두고 있다. 다솜의 경우는 이미 그룹 활동 당시에도 일일드라마의 여주인공으로 낙점돼 배우로서 인지도를 톡톡히 쌓은 상태다. 올해 4월에는 김순옥 작가의 드라마 <언니는 살아있다>에 악역인 양달희 역으로 출연해 일취월장하는 연기력과 카리스마를 보여줬다는 평가를 받았다.
효린은 올해 초 본격적인 미국 진출을 통해 현지 관계자들과 팬들의 뜨거운 관심을 한 몸에 받았다. 미국 빌보드지는 효린에 대해 “K-pop 시장에서 가장 눈에 띄는 목소리”라는 극찬을 한 것으로 전해지기도 했다. 아직 거취를 결정하지 않은 상태로 진로를 고민하고 있다는 효린은 지난 6월 키썸과의 컬래버레이션 곡 ‘프루티’로 음원차트를 석권하며 여전한 ‘서머 퀸’의 위상을 떨쳤다.
다솜과 함께 스타쉽에 잔류한 리드보컬 소유는 지난 2월 EXO의 멤버 백현과 함께한 곡 ‘비가 와(Rain)’로 차트 1위를 차지해 피처링과 컬래버 흥행을 이어갔다. 해체 이후 뚜렷한 활동은 보이지 않고 있지만 이전처럼 피처링과 컬래버, 솔로 활동에 주력할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 “원톱 멤버의 한계?” 4MINUTE(포미닛)
원더걸스의 원년 멤버이자 ‘패왕색기’로 유명한 섹시 디바 현아가 득이면서도 실이 된 그룹이다. 2009년 ‘Hot Issue’로 데뷔해 ‘Muzik’, ‘HUH’ 등으로 같은 시기 데뷔한 여자 아이돌 그룹 가운데 독자적인 색을 드러냈으나, 무대 활동에서 현아의 스포트라이트 독점이 심해 ‘현아와 아이들’이라는 조롱을 받기도 했다.
‘현아 원톱 그룹’이라는 비판을 받았던 포미닛은 해체에 이르기까지 멤버간 불화가 있었다는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사진=큐브 엔터테인먼트
이처럼 현아의 원톱 그룹이라는 이미지가 강한 상태에서 결국 지난해 6월 현아를 제외한 나머지 네 명의 재계약 결렬이 확정돼 완전 해체가 결정됐다. 현아만이 원 소속사인 큐브 엔터테인먼트에 잔류하며 솔로 활동을 진행하게 됐으며, 리더였던 남지현과 메인보컬을 맡았던 허가윤은 새 소속사와 계약하면서 배우로 전향했다.
유일하게 음악 활동을 지속하고 있는 전지윤은 지난해 11월 전곡 작사 작곡에 참여한 첫 싱글을 발매해 프로듀싱 능력을 발휘하기도 했다.
포미닛은 해체에 이르기까지 다소 잡음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는데, 해체 소식이 보도된 직후 포미닛 멤버들이 SNS에서 전원 현아를 언팔로(친구 관계를 끊는 것)한 것이 밝혀지기도 했다. 이 때문에 재계약 과정에서 다른 멤버들이 불편할 상황이 발생했고, 이에 대한 불만이 소속사에 잔류한 현아에게 돌려진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현아 역시 해체 이후 마음고생이 심했는지 그 직후 이뤄진 인터뷰에서 눈물을 보이기도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 ‘국내뿐 아니라 일본 홀로서기도 성공’ 카라
원더걸스, 소녀시대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동시대 2세대 걸그룹 카라도 대부분의 멤버와 소속사인 DSP미디어와 전속계약이 종료돼 사실상 해체 수순에 들어갔다. DSP 측은 “언젠가 멤버들이 다시 뭉쳐 ‘카라’라는 이름으로 활동할 수 있어 해체라는 말을 쓰지 않았다”고 밝혔지만 배우, 솔로 가수로 각자 홀로서기에 나선 멤버들의 재결합 여부는 아직까지 미지수다.
카라는 전 멤버들의 전속계약이 종료되기 전 그룹과 소속사 간 수익 정산과 멤버 처우 문제로 인한 갈등이 불거졌다. 사진=DSP미디어
특히 2011년 이른바 ‘카라 사태’로 멤버들과 소속사의 갈등이 표면으로 드러났던 것을 생각한다면 이들이 동일한 소속사에서 카라로 다시 뭉쳐 활동을 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들 수밖에 없다.
해외 활동이 왕성했던 2세대 아이돌 가운데서도 카라는 성공적인 일본 활동으로 큰 주목을 받았다. 2010년 일본 첫 싱글 앨범 ‘미스터’로 발매 첫 주 아시아 그룹 최초로 오리콘 차트 톱 10에 진입했고, 현지 데뷔 3개월 만에 일본 골든 디스크 신인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이 때문에 카라의 멤버 가운데 일부는 해체 이후 일본에서 왕성한 개인 활동을 보였다. 막내였던 강지영은 2014년 4월 탈퇴한 뒤 같은 해 8월 일본 배우 전문 소속사인 스위트파워와 전속계약을 체결했다. 일본어로 연기하는 게 미숙해 초반에는 박한 평가를 받았지만 주로 ‘귀국자녀’ ‘외국인 혼혈’ 역할의 캐릭터를 맡으면서 부자연스러운 일본어에 대한 나름대로 변명을 갖추기도 했다. 드라마나 영화 외에도 라디오 고정 프로그램을 맡아 진행하는 것은 물론, 음원 발매로 차트 상위권에 안착하는 등 안정적인 일본 활동을 보여주고 있다.
같은 시기 탈퇴한 니콜 역시 B2M엔터테인먼트와 계약을 체결하고 국내와 일본에서 앨범을 발매해 활동했다. 솔로 가수로서 역량은 다소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지만 발전 가능성을 보여줬다는 점에서 팬들은 만족하는 모습을 보였다.
박규리와 구하라는 국내에서 배우 활동에 시동을 걸고 있다. 구하라는 지난해 1월 배우 전문 소속사인 키이스트와 전속계약을 체결했으며, 박규리는 다인엔터테인먼트와 전속 계약을 체결하고 영화배우로 활약 중이다. 한승연 역시 영화와 드라마에서 장르를 넘나들며 각종 주조연을 맡아 활동하고 있다. 특히 박규리는 아역 배우 출신으로 탄탄한 연기력이 검증됐기 때문에 배우로 선회한 아이돌 가운데서도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김태원 기자 deja@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