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영부인은 ‘자유부인’?
▲ 프랑스 대통령 사르코지의 부인 세실리아. 영부인답지 않은 행동으로 언론의 관심을 받고 있다. AP/연합뉴스 | ||
요즘 영부인 세실리아 사르코지(49)에 대한 프랑스인들의 일반적인 생각이다. 이유는 세실리아의 끊이지 않는 돌출행동과 기존의 영부인들과는 확연히 다른 튀는 행보 때문이다. 가령 세계 정상들이 만나는 부부동반 모임에 갑자기 불참하거나 전통적인 국가 기념행사에 참석하지 않는 행동들이 그런 것들이다. 이에 평소 정치인들의 사생활에 대해서는 유난히 관대했던 프랑스 언론과 프랑스인들도 이례적으로 사르코지 대통령 내외의 사생활에 대해서는 지대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 프랑스 언론들은 사르코지 대통령의 국정 업무 외에도 연일 세실리아의 행보에 초점을 맞추고 있으며, 과연 세실리아가 앞으로 또 어떤 행동으로 프랑스인들을 놀라게 할지 예의주시하고 있다.
지난 8월 초 미국 뉴햄프셔주에서 여름 휴가를 보내고 있던 사르코지 부부는 부시 대통령 부부로부터 점심식사 초대를 받았다.
비록 비공식적인 오찬이긴 했지만 이날 자리에는 부시 내외를 비롯해 두 딸 등 부시 일가가 총출동했다. 하지만 사르코지 측은 사정이 전혀 달랐다. 어쩐 일인지 부인과 아이들을 대동하지 않은 채 사르코지 혼자만 나타난 것이다.
이유는 바로 세실리아의 감기 때문이었다. 약속시간 1시간 30분 전에야 비로소 세실리아는 로라에게 전화를 걸어 “인후염으로 몸이 아파서 참석할 수 없을 것 같다”고 해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물론 세실리아가 직접 양해를 구하긴 했지만 부시 부부 입장에선 꽤나 섭섭해했다는 후문.
그런데 진짜 문제는 다음날 벌어졌다. 몸이 아프다면서 점심식사 초대까지 마다했던 세실리아가 다음날 시내에서 친구들과 함께 쇼핑을 즐기는 모습이 목격된 것이다.
이에 프랑스 언론들이 한바탕 난리가 난 것은 물론이었다. “아파서 꼼짝 못한다더니 하루 만에 감기가 다 나은 것이냐”고 비아냥거리는가 하면 “혹시 영부인이 ‘외교 기피증’을 앓고 있는 것 아니냐”면서 비꼬기도 했다.
사실 세실리아의 이번 돌출행동은 처음이 아니었다. 지난 6월에는 독일 하일리겐담에서 열린 G8 정상의 부부동반 모임에도 갑자기 사라져 구설수에 올랐던 것. 당시 프랑스 영부인으로서 국제무대에 처음으로 모습을 드러내는 자리였기 때문에 더욱 중요했다. 하지만 그녀는 보란 듯이 자신만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당시 각국 정상 부부가 함께 한 만찬에서 단 1분만 있다가 홀연히 사라져버린 것이다. 이로써 사르코지는 그날 유일하게 배우자 없이 홀로 만찬에 참석한 꼴이 되고 말았다.
이에 대해 당시 세실리아는 “딸의 생일파티 준비 때문에 서둘러 파리로 돌아가야 했다”고 해명했다.
이밖에도 세실리아가 전통적인 영부인 역할을 수행하지 않고 있다는 것은 이미 여러 사례를 통해 나타난 바 있다. 가령 세실리아는 프랑스 혁명기념일인 7월 14일 상드마르스 광장에서 열렸던 기념음악회에도 불참했다. 대통령 부부가 나란히 참석하는 오랜 전통을 깨버린 것. 이에 사르코지는 기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내 유일한 근심은 세실리아”라고 털어놓았다.
또한 6월 초 엘리제궁을 방문한 멕시코 대통령 내외를 맞이하는 자리에서도 세실리아는 영부인 특유의 환하고 따뜻한 미소 대신 무뚝뚝한 얼굴로 일관했다.
스스로 “난 영부인감이 아니다. 내게 영부인 자리는 따분하다”고 말했던 것처럼 그녀는 애초부터 남편의 선거운동에는 관심이 없는 듯 보였다. 이를 증명하듯 대선 결선투표에서 투표조차 하지 않았다는 의혹이 불거졌으며 당선이 확정되던 날 밤에 그녀가 사르코지 옆에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심지어 사르코지가 당선수락 연설을 할 때에도 세실리아는 보이지 않았다.
그리고는 자정이 조금 못 된 시각 콩코드 광장에서 열렸던 당선 축하 행사장에서 세실리아는 비로소 모습을 드러냈다. 편안한 바지와 니트 차림이었던 세실리아는 무표정한 얼굴로 남편 뒤에 서 있었다.
실제로 이번 미국에서 보낸 휴가기간에도 세실리아가 친구들과 시내 관광을 하는 동안 사르코지는 홀로 조깅을 하는 등 거의 함께 보낸 시간이 없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에 더 나아가 세실리아가 다른 남자를 마음에 품고 있으면서 억지로 결혼생활을 유지하고 있거나 아이들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살고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추측도 나오고 있다.
이런 세실리아의 튀는 행보는 남편의 당선 당시부터 불거져 언론의 시선을 모은 바 있다. 당선 직후 사르코지는 “모든 가족이 곧 엘리제궁으로 이사를 올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몇 주가 지나도록 세실리아와 자녀들은 이사를 오지 않았다. 이에 사르코지는 뒤늦게 “대가족이 한꺼번에 이사를 하려면 시간이 걸리지 않겠냐”면서 얼버무렸다.
당시 엉뚱한 소문이 돌기도 했다. 사실은 세실리아가 이사할 마음이 없어서 일부러 미적거렸다는 것이다. 그녀가 쉽게 이사를 못 가는 이유가 바로 당시 살던 집이 쇼핑하기 더없이 편리한 위치였기 때문. 지척에 루이비통, 펜디, 셀린느 등 단골 명품 숍들이 있어 쇼핑을 즐기는 그녀에겐 아쉬울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이에 세실리아의 사치스런 생활도 도마 위에 올랐다. 이탈리아 명품 브랜드인 ‘프라다’ 마니아로 알려진 세실리아는 늘 값비싼 프라다 의상만 입고 다니는데 프라다 홍보담당 대표가 절친한 친구다. 대통령 취임식에서는 전통적인 정장 대신 팔뚝이 드러나는 민소매 프라다 원피스를 입어 눈길을 끌었다.
또한 세실리아는 취임식 당시 초대 손님 목록을 직접 작성했었고 행사장의 군악대에게 스페인 출신의 유명 작곡가이자 자신의 외조부인 이삭 알베니츠의 음악을 연주하도록 지시하기도 했다.
한편 세실리아의 등장으로 인해 프랑스 언론에서도 조금씩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정치인들의 사생활에 대해서 시시콜콜 떠들길 꺼려하던 언론의 태도가 조금 바뀐 것. <르 몽드>는 올해 초 ‘왜 세실리아는 부활절 휴가 내내 사르코지 곁에 없었나?’라는 제목의 심층기사를 보도하기도 했다.
한 언론사 편집장은 이러한 현상에 대해 “세실리아는 분명히 매력적인 여성이다. 물론 영국의 다이애나비만큼은 아닐지 몰라도 기존의 영부인들과는 달리 앞으로 세실리아에 대한 기사를 더 많이 접하게 될 것이다”라고 예견했다.
현재로선 그녀를 바라보는 시선은 반반이다. “신선하고 열정적인 모습이 인상적이다”라고 긍정적으로 보는 사람들이 있는 반면 “무례하고 제멋대로다”라며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사람들도 있다. 그녀에 대한 진정한 평가는 조금 더 시간이 지나야 가능할 듯싶다.
김미영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