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발한 30분’ 부부는 어디에 있었나
▲ 포르투갈 경찰은 매들린 맥캔(위) 실종 사건의 용의자로 아이의 부모를 지목했다. | ||
‘사라진 30분이 결정적인 단서다.’
포르투갈 경찰이 맥캔 부부를 용의자로 지목한 데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었다. 경찰이 가장 먼저 수상하다고 여긴 것은 바로 사건 당일 맥캔 부부의 행적에 대한 ‘엇갈린 증언’들이었다.
매들린이 실종된 5월 3일 밤, 맥캔 부부는 매들린과 쌍둥이 남매를 재운 후 친구들과 저녁을 먹기 위해서 호텔 수영장 건너편에 있는 타파스 레스토랑으로 갔다. 부부의 주장에 따르면 이들이 레스토랑에 도착한 것은 저녁 8시 30분경.
하지만 함께 저녁식사를 한 친구들의 증언은 달랐다. 맥캔 부부가 레스토랑에 나타난 것은 9시가 조금 못 된 시각이었다는 것이다. 가장 먼저 레스토랑에 도착했다고 말한 제인 태너를 비롯한 네 명의 친구들이 도착한 시각이 8시 45분쯤, 그리고 8시 55분쯤 다른 부부가 도착했고, 그 뒤를 이어 2~3분 후 맥캔 부부가 도착했다는 것이다. 맥캔 부부가 거짓말을 한 걸까.
엇갈린 진술은 또 있었다.
맥캔 부부를 비롯해 그날 동석했던 부부들은 저녁식사를 하면서 수시로 아이들을 살피기 위해서 호텔방을 왔다갔다했다. 게리 역시 경찰 심문에서 “9시 5분께 레스토랑을 나와 호텔방으로 갔다. 아이들을 살핀 후 레스토랑으로 돌아오는 길에 리조트에서 알게 된 제레미 윌킨스를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었다”고 증언했다. 그는 윌킨스를 만난 시각이 9시 10분경이었으며, 그렇게 15분 동안 길에 서서 이야기를 하다가 9시 25분경 레스토랑으로 돌아왔다고 주장했다.
그런데 제인 태너의 얘기는 달랐다. 맥캔 부부의 옆 동에 묵었던 태너 역시 9시 10분쯤 아이들을 살피기 위해서 게리가 갔던 길을 따라 호텔로 갔다고 증언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태너는 게리와 윌킨스의 모습은 보지 못했고, 대신 어떤 남자가 어린 소녀를 안고 지나가는 것을 보았다는 증언을 했다. 남자의 품에는 맨발에 분홍색 잠옷을 입은 여자 아이가 잠들어 있는 것 같았으며, 뒤늦게 생각해보니 매들린과 닮은 듯했다고 진술했다.
윌킨스의 주장은 또 달랐다. 게리의 결백을 믿고 있는 그는 오히려 “길에 서 있는 동안 아무도 보지 못했다. 매우 좁은 길이어서 만일 태너가 지나갔다면 분명히 봤을 텐데 아무도 눈에 띄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날 밤 8개월 된 아들을 안고 산책을 나왔던 윌킨스는 태너가 혹시 자신을 그 ‘수상한 남자’로 착각한 건 아닐까 의문을 제기했다. 하지만 태너는 “절대로 윌킨스와 아들은 아니었다. 분명히 다른 사람이었다”고 팽팽하게 맞섰다.
이밖에도 포르투갈 경찰이 맥캔 부부를 용의선상에 올려 놓은 이유들로는 다음과 같은 것이 있었다.
수색견이 호텔방에서 시체의 냄새를 감지했다는 점, 그리고 맥캔 부부가 매들린이 실종되고 24일이 지난 후에 렌트한 자동차 안에서 매들린의 혈흔과 함께 머리카락이 발견됐다는 점이다. 정확하게는 혈흔이라기보다는 체액이었지만 DNA를 검사한 결과 이는 매들린의 것이었음이 증명되었다.
하지만 법의학 전문가들은 이것이 반드시 결정적인 단서가 될 수는 없다며 신중한 태도를 취하고 있다. 왜냐하면 가족들 옷이나 소지품에 이미 매들린의 체액이나 머리카락이 묻어 있다가 떨어진 것일 수 있고, 또 만일 자동차로 시체를 운반했다면 그보다 더 많은 양의 체액이나 혈흔이 묻어있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케이트가 매들린의 인형을 세탁한 점도 의심을 받고 있다. 수색견이 투입되고 4일 후에 갑자기 인형을 세탁했던 것이다. 이에 대해 케이트는 “인형이 더러웠고, 또 선탠 크림이 많이 묻어 있어서 세탁한 것뿐”이라고 설명했다.
결백을 주장하는 맥캔 부부와 달리 이들을 끊임없이 추궁하고 있는 포르투갈 경찰은 사건의 전말을 다음과 같이 추측하고 있다.
매들린은 저녁 6시~9시 사이 맥캔 부부에 의해 호텔방에서 우발적으로 살해됐으며, 맥캔 부부는 한동안 호텔 가까운 곳에 시체를 숨겨 놓았다가 자동차를 렌트한 5월 27일 이후 자동차를 이용해 시체를 어딘가로 멀리 옮겼다는 것이다.
문제는 호텔방에서 시체를 언제 어떻게 옮겼느냐 하는 것이다. 사건 당시에는 자동차가 없었기 때문에 직접 시체를 안고 나왔어야 했는데 아무도 부부가 매들린을 안고 나오는 모습을 본 사람은 없었다.
이에 대해 포르투갈 경찰은 세 가지 가설을 제시했다.
첫째 ‘아빠 게리가 혼자 범행을 저질렀을 경우’다. 즉 아이들을 확인하기 위해서 자리를 뜬 9시 5분에서 다시 돌아온 25분 사이 매들린의 시체를 호텔 근처에 몰래 숨겨 놓고는 태연하게 레스토랑으로 돌아왔다는 것이다.
둘째 ‘엄마 케이트 혼자 범행을 저질렀을 경우’다. 케이트가 아이들을 살피기 위해서 호텔로 간 시각은 밤 10시경. 그로부터 5분도 채 되지 않아서 그녀는 “우리 애가 납치됐어요!”라고 비명을 지르면서 달려 나왔다. 경찰이 의심하는 것은 어떻게 그녀가 아이가 사라진 것을 보고는 무조건 ‘납치’라고 결론을 지었는가 하는 점이다. 이에 케이트는 “매들린의 인형이 어른 키 높이의 선반 위에 놓여 있었다. 그리고 애는 없어졌다. 더 말해 뭐하겠는가”라고 반박했다.
셋째 ‘게리와 케이트가 함께 범행을 저질렀을 경우’다. 부부가 외출을 하기 위해서 저녁 6시에서 9시 사이 매들린에게 과량의 수면제를 먹이다가 그만 사고가 발생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시체를 유기하고는 태연하게 레스토랑에 모습을 나타냈다는 것.
이 모든 가설에 대해 강하게 부인하고 있는 게리는 오히려 포르투갈 경찰의 수사를 맹렬히 비난하고 있다. 그는 “포르투갈 경찰이 협박을 하고 있다. 아내에게 실수로 딸을 죽였다고 자백하면 짧은 형을 선고받도록 도와주겠다고 회유했다”면서 분노를 나타냈다. 이어 그는 “나는 아내의 결백을 확신한다. 설령 아내가 딸을 죽였다고 하더라도 시체를 숨길 만한 충분한 시간이 없었다. 아내와 나는 그날 밤 서로 10분 정도밖에 떨어져 있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날이 갈수록 더욱 미궁으로 빠져들고 있는 ‘매들린 실종 사건’의 수사는 포르투갈 경찰과 맥캔 부부가 팽팽하게 맞섬으로써 앞으로 당분간 혼선을 빚을 전망이다. 어쩌면 숱한 실종사건들처럼 영원히 미제로 남을지도 모를 일이다.
김미영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