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마사코 왕세자비와 일본 왕실의 불편한 관계는 우리나라에서도 심심치 않게 보도됐다. 장래가 촉망받던 외무성 엘리트 출신의 마사코 비가 1993년 나루히토 왕세자와 결혼한 이후 왕실의 엄격한 법도와 분위기에 적응하지 못하고 일왕 부처 및 궁내청과 종종 마찰을 빚어왔다.
가장 심각한 문제는 아들을 출산해 대를 이어야 한다는 부분. 왕실전범에 따르면 남자아이만이 왕위를 이을 수 있다. 그런데 왕세자와 마사코 비 슬하엔 아이코 공주밖에 없어 그동안 왕실로부터 상당한 압박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활달한 성격의 마사코 비는 감옥 같은 왕실생활에 대한 답답증에 왕손 스트레스까지 겹쳐 급기야 신경성 적응장애를 앓기 시작했다.
반면 동생인 아키시노노미야 부부는 지난해 9월 아들인 히사히토 왕자를 낳았다. 일본 왕실에서 41년 만에 태어난 남자아이였다. 오랜만의 경사 덕분에 마사코 비는 잠시 왕실과 언론의 집요한 관심에서 벗어나는 듯 보였다.
그러나 마사코 비의 중압감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었다. 왕자를 낳은 후에도 육아와 공무 모두 열심히 해내고 있는 동서 기코 비와 그동안 아프다는 이유로 왕족의 의무를 다하지 않은 것으로 세간에 비친 마사코 비가 비교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최근 들어 마사코 비가 많이 건강해진 모습을 보여주며 일왕 부처와의 사이도 좋아졌다는 소문이 들리고 있는 가운데 <프린세스 마사코> 일본어판이 출판됐다. 저자인 벤 힐즈는 “이 책은 일본 왕실을 모욕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마사코 비를 마음 속 깊이 지지한다는 내용”이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이번 소동이 정말로 마사코 비에게 도움이 될지 의문스럽기만 하다.
박영경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
온라인 기사 ( 2024.11.26 18:3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