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근한 내집
▲ [1] 애완견과 함께 무덤 위에 앉아 쉬고 있는 소녀 [2] 무덤을 식탁과 의자 등 가구로 다양하게 사용할 수 있다 [3] 무덤을 도둑과 마약 상인들로부터 지키고 있는 무덤 관리인 [4] 납골당에서 생활하고 있는 남녀 [5] 죽은 어머니 무덤 옆에 살림을 차린 딸. | ||
필리핀의 수도 마닐라에는 일명 ‘공동묘지 주민’들이 1만 5000명가량 살고 있다. 말 그대로 공동묘지를 집 삼아 사는 사람들이다. 이들이 공동묘지에서 사는 이유는 단 하나. 집도 없고 돈도 없기 때문이다.
길바닥을 떠돌던 빈민가 사람들이 하나둘 공동묘지로 모여들면서 이제는 버젓이 하나의 마을을 이루게 되었다.
4000개의 묘지로 이루어진 작은 묘지인 ‘투가톡 공동묘지’의 경우를 보자. 현재 4000개의 무덤이 있는 이 묘지에 살고 있는 주민들은 모두 70여 명. 대부분 관을 하나씩 차지하고 살고 있으며, 관을 침대 삼아, 혹은 식탁 삼아 별다른 불편함 없이 생활하고 있다.
물론 물이 나오는 것도 아니고 다른 위생시설이 갖춰진 것도 아니지만 이 마을 주민들에게 이보다 더 편안한 보금자리는 없다. 적어도 빈민가처럼 범죄가 일어날 확률도 없는 데다가 다른 사람들의 눈총을 받을 필요도 없어서 마음 하나만큼은 편안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혹시 무섭지는 않을까. 한 마을 주민은 “귀신 같은 건 TV 속에서나 나오는 것이다. 오히려 죽은 사람들은 우리가 있어서 외롭지 않을 것이다”며 여유를 잃지 않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