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 끝난 후 길어진 ‘숏타임’ 화근
세계적인 마술사 데이비드 카퍼필드(51)가 인생 최대의 고비를 맞았다. 한 젊은 모델 여성이 카퍼필드의 사유지인 바하마 섬에서 성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하면서 그를 고소했기 때문이다. 평소 신사라는 이미지를 쌓아온 그였기에 이번 사건은 망신이 아닐 수 없다. 현재 성폭행 혐의로 FBI의 수사를 받고 있는 카퍼필드는 모든 일정을 취소한 채 라스베이거스의 자택에 칩거한 것으로 알려졌다. 수사가 진행되자 덩달아 그의 사생활도 문제가 되고 있다. 특히 마술쇼 중간에 객석에서 미녀 관객을 무대 위로 불러들여 함께 마술을 하는 공연 방식도 도마 위에 올랐다. 그가 ‘금발의 젊은 미녀’만을 좋아하는 호색한이라는 주장도 제기됐다. 과연 그가 이번 사건을 어떻게 해명할지에 미국인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만리장성을 뚫고 지나가고, 자유의 여신상을 사라지게 만드는 등 온갖 기발한 마술을 부리던 그였다. 하지만 이번에는 마술로도 어찌할 수 없는 일이 터지고 말았다.
그에게 속아서 성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하는 여성(21)이 등장했기 때문이다. 시애틀 출신의 이 여성이 처음 카퍼필드를 만난 것은 그의 마술쇼에서였다. 올해 초 부모와 함께 워싱턴주 케네위크에서 열린 마술쇼를 관람하러 갔던 그녀는 카퍼필드의 비서로부터 직접 자리를 안내받는 행운(?)을 누렸다.
그리고 마술쇼가 시작됐다. 늘 그렇듯 카퍼필드는 쇼가 막바지에 다다를 무렵 “저를 도와줄 여성분이 필요하다”고 말하면서 객석을 둘러 보았다. 아니나 다를까 한참을 둘러 보던 카퍼필드는 그 여성과 눈이 마주치자 곧바로 무대 위로 올라오라고 손짓했다.
그렇게 환상적인 쇼가 끝난 후 무대 뒤에서 둘은 다시 만났다. 카퍼필드는 그녀가 모델이라는 말을 듣고 “앞으로 모델 경력에 도움을 주겠다”고 말했다. 그리고는 서로 전화번호와 이메일 주소를 주고 받았다.
그 후 그녀는 정기적으로 카퍼필드와 이메일을 주고받으면서 친한 친구가 됐다. 지난 7월에는 카퍼필드로부터 바하마 섬에서 열리는 파티에 초대까지 받았다. 4500만 달러(약 400억 원)에 사들인 자신의 개인 섬에서 성대한 파티가 열린다는 것이었다. 카퍼필드는 “연예계 종사자들 수십 명이 참석하니까 앞으로의 모델 경력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귀띔했다.
뛸 듯이 기뻐한 그녀는 혹시 남자친구와 같이 가도 되겠냐고 물었다. 하지만 카퍼필드는 “리조트의 정원이 24명인데 이미 예약이 꽉 찼다”고 말하면서 혼자 올 것을 부탁했다.
세계에서 가장 비싼 리조트 중 하나인 카퍼필드의 바하마 섬은 전세기나 개인 보트로만 접근이 가능한 곳으로 철저하게 사생활이 보장되는 곳이다. 하룻밤 숙박료만 5만 달러(약 4500만 원) 이상일 정도로 화려한 곳이다.
하지만 들뜬 마음으로 섬에 도착한 그녀는 순간 당황했다. 파티는커녕 섬에 초대받은 사람이라곤 자신뿐이었기 때문이다. 홀로 여성을 맞은 카퍼필드는 별다른 해명도 하지 않은 채 편히 쉬라는 말만 했다. 그녀가 당장 집으로 돌아가겠다고 말했지만 그는 “비행기 편이 없어서 내일에나 돌아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악몽의 밤’이 시작됐다. 그녀의 주장에 의하면 카퍼필드는 그날 밤 자신을 강제로 성폭행했으며, 심지어 주먹으로 때리기까지 했다. 그녀의 말에 따르면 카퍼필드는 “앞으로 입을 다무는 게 좋을 것”이라고 말하면서 협박까지 했다.
다음날 섬을 빠져 나온 그녀는 시애틀에 도착한 즉시 부모와 함께 병원으로 달려가 ‘성폭행 검사’를 받았다. 일부러 샤워도 하지 않은 그녀는 필요한 물증을 확보한 상태라고 말했다. 그녀가 카퍼필드를 성폭행 혐의로 고소하자 곧 FBI의 조사가 시작됐다. 지난 10월 FBI는 라스베이거스에 있는 카퍼필드의 창고와 아파트를 급습했으며, 당시 컴퓨터 하드디스크와 디지털카메라 메모리카드 등을 압수했다.
이 과정에서 마술쇼에 출연하는 여성들을 선발하는 데 필요한 지침을 담은 ‘쇼 참가 지침서’라는 문서도 발견됐다. 여성들을 헌팅하는 비서들이 참조하는 이 문서에는 ‘집이 어디인지’ ‘어느 호텔에서 묵고 있는지’ ‘누구랑 마술쇼를 보러 왔는지’ 등 여성들에게 해야 하는 질문의 형식을 소개하고 있다. 또한 항상 바하마 섬 브로셔와 언제든 사진을 찍을 수 있는 디카 등을 소지하고 다녀야 한다는 내용도 적혀 있었다. 하지만 이 문서가 앞으로 수사에서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아직 모르는 일.
하지만 카퍼필드 측은 이번 사건을 강력히 부인하고 있다. 카퍼필드의 변호인은 “100% 거짓말이다. 이런 거짓 소문은 유명인들이라면 자주 겪는 일”이라면서 결백을 주장했다. 또한 바하마 섬을 잘 아는 한 사람은 “그곳에는 보통 열 명가량의 직원들이 상주하는데 과연 그녀가 혼자였을까”라며 의심했다. 지난해 카퍼필드의 초대로 섬을 방문한 오스트리아의 바바라 뒤러라는 이름의 모델 역시 비슷한 경험담을 털어 놓았다. 하지만 내용은 전혀 달랐다. 그녀는 “카퍼필드가 성관계를 요구했지만 거절했다. 그러자 그 역시 정중하게 물러섰다. 그날 밤 우리는 웃고 떠들면서 근사한 저녁식사를 했다. 그게 다였다”고 말하면서 카퍼필드의 편을 들고 나섰다. 유명 디자이너이자 그의 절친한 친구인 로베르토 카발리 역시 “수많은 여성들이 그를 원하고 있다. 그런 그가 왜 여자 하나 때문에 위험을 감수했겠는가”라고 반문했다.
김미영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