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9월 여의도 국회 앞에서 정세균 국회의장 사퇴를 촉구하며 단식농성을 진행한 추선희 어버이연합 사무총장. 사진=박은숙 기자
23일 검찰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국정원 정치개입 의혹 전담수사팀은 어버이연합의 사무총장 추선희 씨를 지난 이틀간 소환조사하는 과정에서 이러한 정황이 담긴 진술을 확보했다.
추선희 씨는 국정원으로부터 받은 돈을 개인적으로 착복하지 않았다고 강조하는 과정에서, 이 돈을 집회에 나온 회원들에게 나눠주는 용도로 사용했다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국정원 예산이 보수성향 시민단체를 거쳐, 시위대에게 흘러들어간 것이다.
다만 추 씨는 검찰 조사에서 지원금의 출처가 국정원이라는 사실은 몰랐다고 주장했다고 한다.
그는 22일 검찰 조사를 앞두고도 기자들에 “회사 사장이 후원하신다 하기에 기업에서 도와주는 것으로 믿었다”며 “돈을 세탁해서 전달하는 등 의심스러운 부분이 없어 국정원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추 씨는 회사의 전무라고 밝힌 상대에게 먼저 후원 제의를 받았고, 이후 계좌로 송금 받거나 고속도로 휴게소 등에서 만나 한 번에 100∼300만 원의 돈을 받는 방식으로 총 3000만 원 정도를 받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추 씨는 어버이연합의 가두시위 등 활동에 대해서는 국정원에 특정한 행동 지시받은 적이 없으며, 자발적인 행위였다고 주장했다. 돈을 받았다는 객관적 사실은 인정하되, 국정원과의 연관성 등 관제시위 의혹과 직결되는 혐의는 부인하는 전략이라고 보인다.
그러나 검찰은 어버이연합의 시위에 국정원의 조직적 지시·공모가 있었을 가능성을 의심하고 있다. 국정원과 검찰 등에 따르면 지난 2011년 전후로 국정원은 박원순 서울시장 견제 계획을 담은 문건을 작성해 원세훈 전 국정원장에게 보고했고, 문건 내용대로 어버이연합 등 보수단체가 박원순 시장 반대 가두집회를 열었다.
문화예술인 블랙리스트에 올라 피해를 본 배우 문성근도 검찰에서 열람한 국정원 문건에 자신의 정치활동을 방해하려는 목적으로 ‘어버이연합을 동원한 시위’ ‘몇 회에 800만 원 지불’ 등의 내용이 있었다고 전한 바 있다.
한편 검찰은 추 씨에 구속영장을 청구하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민웅기 기자 minwg08@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