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한 가객’ 고 김광석의 부인 서해순 씨가 9월 25일 JTBC <뉴스룸>에 출연해 그를 둘러싼 의혹에 대해 해명했다. 사진=JTBC <뉴스룸> 캡처
고 김광석의 죽음이 타살인지 자살인지, 그리고 그 죽음에 서 씨가 관여했는지 여부를 논하는 문제는 현재로썬 잠시 뒤로 물러나 있는 상황이다. 그보다 더 큰 문제인 고 김광석과 서 씨의 외동딸 서연 양의 죽음이 10년간 은폐됐다는 사실이 밝혀졌기 때문이다.
10년 만에 밝혀진 서연 양의 죽음도 서 씨가 직접 털어놓으면서 공개된 것이 아니었다. 영화 <김광석>을 제작한 고발뉴스 이상호 기자가 서연 양의 행방과 관련한 제보를 받은 뒤, 유족들의 확인 결과 서연 양이 이미 2007년 12월 23일 경기도 용인의 자택에서 급성 폐렴으로 숨졌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서 씨가 <뉴스룸>에 출연을 결정한 이유는 물론, 가장 열성적으로 해명하고자 한 것 역시 ‘왜 딸의 죽음을 은폐할 수밖에 없었는지”였다. 서 씨는 이에 대해 “아이가 갑자기 사망해 너무 놀라고 황당했다. 그 때 친정 식구들하고도 사이가 안 좋았고 소송이 안 끝나서 제가 좀 힘들었다. 경제적으로도 힘들고 그래서 (아이의 죽음을)알리는 게 겁이 났다”고 설명했다.
서 씨가 말한 소송은 고 김광석의 유족들과 맞붙었던 저작권과 저작인접권 소송을 말한다. 1996년 진행됐던 첫 소송에서 서 씨는 자신과 서연 양이 김광석의 저작권을 상속했다고 주장했고, 김광석의 아버지는 김광석 생전에 그로부터 저작권을 양수받았다고 주장했다. 이들의 소송은 김광석의 아버지에게 기존 4개 음반에 대한 권리가 인정되고, 서 씨에게는 라이브 음반에 대한 권리가 인정되는 것으로 합의 종결됐다.
그러나 2004년 김광석의 아버지가 사망한 후, 이번에는 김광석의 어머니와 형이 서 씨를 상대로 이 같은 합의가 무효라는 소송을 제기했다. 이 소송은 대법원까지 이어져 2008년 10월 파기환송심에서 저작권이 서연 양에게 귀속된다는 것을 재확인하는 조정합의로 최종 종결됐다. 이 당시 재판의 피고인은 서연 양 본인과 서 씨가 함께 기재됐다.
지난 9월 6일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가수 전인권 씨가 형사소송법 개정안(일명 김광석법) 입법 발의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더불어민주당 안민석 의원, 정의당 추혜선 의원, 전 씨, 영화 ‘김광석’ 감독인 이상호 씨. 박은숙 기자
고 김광석의 유족 측은 재판이 진행되던 초반인 2006년 경 서연 양을 마지막으로 봤다고 밝힌 바 있다. 서연 양이 2007년 12월 23일 숨졌고, 파기환송심이 2008년 10월 21일 종결됐으니 서 씨는 마지막 재판이 진행되는 약 1년 동안 서연 양의 죽음을 숨기고 서연 양에게 저작권이 상속된다는 판결을 받아낸 것셈이다. 서연 양은 발달장애를 앓고 있었고 미성년자였기 때문에 서연 양이 가진 재산과 권리는 모두 서 씨가 위탁 관리해 왔다.
민법상 저작인접권은 가수 등 실연자가 사망하면 아들, 딸 등 직계비속과 배우자가 1순위로 상속하게 된다. 만일 상속 개시 후 직계비속이 자녀나 배우자가 없는 상태에서 사망한다면 그 상속분이 배우자에게 넘어간다. 결국 서연 양이 사망했다면 그가 가진 고 김광석의 저작권을 자연히 서 씨가 모두 상속하게 된다는 것이다.
특히 서 씨와 고 김광석의 아버지 김 씨의 첫 소송에서, 김 씨는 자신의 사망 후 저작권을 손녀인 서연 양에게 넘기기로 한 바 있다. 김 씨가 2004년 사망하면서 김 씨가 소유한 저작권이 서연 양에게 넘어갔고, 서연 양마저 2007년 사망하면서 실질적으로 고 김광석과 관련한 저작권의 대부분이 서 씨에게 넘어간 상태다. 이 때문에 서 씨는 저작권 상속 관련 소송이 진행됐다고 해서 딸인 서연 양의 죽음을 고의로 은폐할 이유가 없었으며, 은폐가 본인에게 유리할 수도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문제는 이후 불거진 또 다른 저작권 소송에서 고 김광석 측의 유족이 서 씨와 합의한 이유가 서연 양의 생존을 전제로 이뤄진 것이라는 점이다. 유족 측 김상훈 변호사는 9월 26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서연 양이 피고로 돼 있던 사건에서는 아이가 살아있었기 때문에 그 아이의 장래를 위해 (유족들이) 조정합의를 한 부분이 있었다”라며 “그런 전제가 있었는데 사망 사실을 알리지 않았다는 것은 (당시) 경황이 있다, 없다는 차원의 문제가 아니다”라고 꼬집었다.
서 씨는 서연 양의 죽음을 “은폐한 것”이 아니라 “알리지 못한 것”이라고 거듭 주장하고 있는 상황이다. 오랜 저작권 싸움으로 갈등을 빚었던 시가 식구들에게 차마 서연 양의 죽음을 알릴 수 없었다는 것. 그런데 서 씨는 10년 동안 처가 식구들은 물론, 심지어 해외에서 새롭게 만난 사람들이나 지인들에게도 서연 양의 사망 사실을 말하지 않거나 “미국에서 잘 지내고 있다”는 식으로 거짓말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서 다시 고개를 드는 의혹이 고 김광석의 사망 당시와 마찬가지인 ‘타살설’이다. 지난 9월 21일 고 김광석의 유족들은 서 씨에 대해 “서연 양의 폐질환을 방치해 숨지게 했다”라며 유기치사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발장을 냈다. 이는 서연 양의 죽음에 서 씨의 고의성이나 책임이 있을 것이라는 의혹을 바탕으로 이뤄진 것이다.
서연 양의 타살 의혹에 대해 수사 중인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대는 9월 27일 오후 1시 고 김광석의 형인 김광복 씨를 소환해 조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피고발인인 서 씨에 대한 조사는 추석 이후에나 이뤄질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김태원 기자 deja@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