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사람은 아이가 없는 가정 이만가구쯤에 아이를 낳게 해 줬어요. 인구가 줄어드는 대한민국에서는 공로자죠.”
서울대 교수고 옆에서 지켜봤으니 믿을 만 했다. 인공수정만 머릿속에 입력되어 있던 나는 한방에서는 어떻게 하나 궁금해서 “어떻게 아이를 낳게 하나요?”라고 물었다.
“임신도 근본적으로 정신적인 영향이 많아요. 인간의 두뇌에서 여러 종류의 화학물질이 생성 되서 그걸로 몸 전체에 지시를 하듯 임신도 그렇게 봅니다. 불임의 원인에는 깊은 내면의 상처가 도사리고 있는 경우가 많죠. 제가 최면에 대해 많이 공부하고 그걸 불임치료에 적용하고 있어요.”
그러고 보니 상상임신이라는 얘기를 들어본 것 같았다. 아이는 없는데 배는 불러오는 증상인 것 같았다. 인간의 내면에 있는 우주인 정신세계에 흥미가 끌렸다. 성경속의 마리아는 계시를 받고 예수를 홀로 잉태했다.
“어떻게 정신세계에 대해 공부하게 되셨죠?”
내가 물었다.
“제 아버지 역시 한의사셨어요. 아버지는 동양적인 기나 풍수 같은데 심취해서 공부를 많이 하셨죠. 저는 딸이지만 아버지의 뜻에 따라 한의대에 들어갔어요. 한의대에 입학했을 때 아버지가 저를 보고 한번 옛날 스님들 같이 면벽수행을 해 보라고 권하셨어요. 그렇게 했죠. 매일 자시(子時)에 그러니까 밤 11시부터 새벽 1시 사이에 벽에 찍어놓은 점 하나를 응시하면서 수행하는 거였어요. 저 역시 아버지같이 이상하게 그런 동양적 신비에 관심이 많았어요. 면벽수행을 꾸준히 했죠. 처음에는 몸이 뒤틀리고 다리가 아프고 그렇더라구요. 그러다 어느 날 보니까 갑자기 몸이 가벼워지고 몸이 붕 뜨는 것 같더니 다른 세계에 와 있는 느낌이 들었어요. 속으로 도를 닦는다는 사람들이 그런 신비로운 현상 때문에 그렇게 하는구나 싶었어요. 과학적으로 생각하면 뇌파가 바뀌는 거라고 생각했죠. 그렇게 되면 우주의 어떤 존재와 통하는 거죠. 아버지는 면벽수행을 해서 뭔가를 느끼게 되면 예습복습을 안 해도 공부를 잘할 수 있다고 하셨는데 정말 그랬어요. 교수님들 강의가 그대로 머릿속에 들어와 박히고 굳이 암기를 안 해도 되는 거예요. 그 면벽 수행 덕으로 제가 한의대를 일등으로 졸업했습니다.”
신기한 얘기였다. 그런 경우가 많았다. 성경을 보면 사도 바울은 사막에서 수행을 하다가 셋째하늘로 올라가 여러 신비로운 것을 보고 들었다고 고백했다. 그는 다만 혼만 올라간 것인지 아니면 몸도 올라간 것인지는 모르겠다고 했다. 불교에서 달마도 영혼이 몸에서 빠져나가 돌아다니는 장면이 있었다. 그녀가 말을 계속했다.
“그 다음으로 ‘육경신’이라는 수행방법이 있죠. 특정한날 특정한 시각에 잠을 자지 않고 수행하면 접신을 하는 거죠. 그건 귀신이 나타날까봐 무서워서 못했어요. 그 외 강증산에 관한 것도 보고 여러 가지 정신세계에 관한 책들을 읽었죠. 그렇지만 천주교 신자인 우리부부는 하나님과 성령을 기본중심으로 삼고 정신세계를 공부했습니다.”
젊은 시절에는 정신세계에 대한 얘기가 나오면 픽 웃었다. 그러나 나이를 먹어가면서 달라졌다. 인간의 정신을 지배하는 다른 영적인 세계가 있는 것 같다. 예수는 비둘기 같은 모습으로 하늘에서 내려오는 성령을 받았다. 너는 내 아들이라는 하나님의 소리를 들었다. 사도 바울은 길을 가다가 예수의 영을 만났다. 예수는 그에게 직접 사명을 얘기해 주었다. 불경을 보면 부처도 깨달음을 얻는 순간 어떤 절대적 존재와 접신을 했다고 한다.
마호멧도 동굴 속에서 수행을 하다가 천사를 보고 공포에 떨었다. 동학의 최제우도 대순진리의 강증산도 어떤 영적 존재를 만난 장면이 그들의 경전에 나오고 있다. 육체가 오감으로 세상을 느끼고 이성이 지식과 논리를 파악하듯 인간의 영혼은 어떤 절대적 존재를 맞이하는 건 아닐까.
엄상익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