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성남시장과 안희정 충남지사. 연합뉴스
안 지사와 이 시장의 공통점은 탄탄한 ‘자치행정’을 바탕으로 중앙정치 무대에 등장했다는 점이다. 안 지사는 약 7년 동안 충남도정을 안정적으로 이끌면서 차기 주자 이미지를 각인시켰다. 이 시장은 성남 시민들의 압도적인 지지를 바탕으로 이슈 몰이에 성공했다. “여의도 정치에서 멀어질수록 대권과 멀어진다”는 통념을 뒤집으면서 대권 잠룡군에 포함된 것이다.
두 사람의 차이점은 ‘출신성분’이다. 이 시장은 스스로 자주 언급했듯이 ‘변방’에서 중앙으로 파고 들어온 정치인이다. 과거 정동영계로 분류되긴 했지만 ‘친노’나 ‘DJ’의 유산 없이 정치를 시작한 인물이다. 반면 안 지사는 ‘친노직계’다. 노무현 전 대통령을 보좌하면서 정치를 시작했고 스스로도 친노 간판을 부정하지 않는다.
내년 지방선거가 8개월 앞으로 다가오면서 두 사람의 행보에 정치권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안 지사가 재보궐 선거를 통해 중앙정치 무대에 진출한다는 설이 흘러나오고 있다. 민주당 전대에서 당대표에 도전할 것이라는 예측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 시장은 경기지사 도전이 유력하다. 남경필 현 경기지사의 아들 문제가 터지면서 이 시장이 유리한 고지를 선점했다는 관측도 나온다.
두 사람의 차기 대권 경쟁을 관전하기 위해선 ‘숨은 일인치’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안 지사는 ‘약점’을 보완하는 전략을 구상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안 지사는 지난 대선 때 당내 우군이 부족해 선거에서 패배했다. 문 대통령이 당권을 틀어쥐고 있었기 때문에 안 지사가 설 자리는 부족했다.
대선 경선은 전국 선거다. 선거에 함께 뛰어줄 ‘우군’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하지만 안 지사는 막판에 합류한 박영선 의원 정도를 제외하고는 중량감 있는 당내 우군이 부족했다. ‘당대표’나 ‘재보궐’ 선거 출마가 안 지사의 약점을 충분히 보완할 수 있는 선택인 것이다. 부족한 점을 극복하는 것, 안 지사가 원내 진입을 꿈꾸는 이유다.
이 시장은 ‘강점’을 부각하는 전략을 사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 시장 역시 안 지사와 마찬가지로 당내 우군이 없어 대권 경선에서 한계를 드러냈다. 여의도 의원들은 물론 핵심 당직자들의 색채는 ‘친문’ 일색이었다. 하지만 이 시장은 안 지사와 다른 선택을 할 것으로 보인다.
이 시장은 자신의 강점을 알고 있다. ‘성남시정 성공-시민지지 확보-전국적 지지’ 견인이라는 도식을 따를 경우 ‘경선 3위’까지는 갈 수 있다는 것이다. 즉 자신이 가장 자신있는 ‘자치행정’을 바탕으로 대권 승부를 걸겠다는 심산이다. 이같은 전략의 교두보가 ‘경기지사’ 출마다.
비교 모델도 흥미롭다. 이 시장을 보면 ‘이명박 모델’이 보인다. 당내 우군이 없었던 이명박 전 서울시장은 서울시정에서 공전의 ‘히트’를 기록하면서 여의주를 거머쥐었다.
당시 박근혜 전 의원은 국민의 지지를 바탕으로 당 바깥에서 안쪽으로 빠르게 치고 들어왔던 이 전 시장에게 속수무책으로 당했다. ‘시정’이나 ‘도정’을 통해 국민적인 지지를 확보하고 밖에서 안으로 대권에 도전하겠다는 이 시장의 전략에서 ‘이명박 모델’이 보이는 까닭이다.
반면 안 지사의 행보에선 ‘문재인 플러스(+)’ 모델의 색채가 보인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지방자치단체장을 단 한 번도 맡지 않았다. ‘청와대 비서실장-국회의원(초선)-당대표’ 경로로 대권을 차지했다. 문 대통령은 ‘노무현의 남자’로 전국적인 인지도를 확보했고 당대표를 맡아 당내 우군을 얻었다.
안 지사도 도지사를 맡아 대권 경선에 출마해 전국적인 인지도를 확보한 상태다. 경선 과정에서도 친노 직계 출신을 부정하지 않았다. 이제 당 대표 경선에 출마해 한층 더 강력한 ‘문재인 모델’로 차기 대권을 넘보겠다는 것이 안 지사의 전략이다.
여당의 차기 대권 구도는 당분간 ‘안-이’의 전쟁으로 흘러갈 가능성이 높다. 특별한 변수가 없는 이상 역대 대통령선거에선 경선 선두권에 있던 주자들이 차례로 청와대행을 확정지었다. 이명박 전 대통령과 박근혜 전 대통령은 경선 1,2위를 다퉜다. 문 대통령도 당내 경선 선두권이었다.
‘강점’을 극대화한 이 시장과 ‘약점’을 보완한 안 지사, 두 잠룡의 선택을 두고 여의도가 들썩이고 있다.
최선재 기자 su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