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 죽자마자 남편 동창과 동업…미국 서류엔 “남편”
먼저 ‘내연남’ 의혹에 대해서 서 씨는 다소 강한 어조로 해명과 함께 불만을 털어놨다. 고 김광석의 사망 전부터 서 씨의 내연남으로 지목돼 온 이 아무개 씨는 김광석의 고교 동창으로 알려져 있다. 그는 1995년 11월 고 김광석의 뉴욕 공연이 열리던 때, 서 씨와 함께 2박3일간 잠적했다가 공연 직전 돌아왔다. 이들이 잠적은 이른바 ‘밀월여행’ 의혹으로 제기돼 왔고 고 김광석 역시 자신의 일기에 이 같은 내용을 언급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김광석의 사망 직후부터 이 씨와 서 씨가 이 같은 관계를 지속했는지 여부는 명확히 드러나지 않았다. 그러나 이들의 관계가 급속도로 진전돼 ‘공식’적으로 외부에 인정받은 정황이 드러났다.
고 김광석 부인 서해숙 씨. JTBC<뉴스룸> 캡처.
<디스패치>의 단독보도에 따르면 서 씨는 2007년 12월 23일 고 김광석의 딸인 서연 양(개명 전 서우·당시 17세)의 사망 3개월 뒤인 2008년 2월 24일 미국 하와이에서 법인 ‘해성 코퍼레이션(Hae Sung Corp.)’을 설립하고 호놀룰루의 슈퍼마켓인 ‘스피드 마트’를 인수했다. 그런데 이 법인의 이사가 이 씨로 명시된 사실이 확인됐다.
이후 서 씨와 이 씨는 2012년 3월 하와이 부동산 연결업체에 고소를 당했는데, 당시 피고소인에 명시된 이 씨는 서 씨의 남편(husband)으로 표기됐다. 그것도 ‘함께 거주하는’ 남편이었다. 1995년 당시 내연남으로 불렸던 남성이 17년 만에 최소한 동거남의 지위에는 오른 셈이다.
서 씨는 <한겨레>와의 인터뷰에서 이 씨와 함께 살게 된 계기에 대해 “서우(서연)를 예뻐하는 사람이 가장 중요했고 그 사람(이 씨)이 서우를 예뻐하고 학교도 데려다 주고 했으니까 그분에 대해서 좋아한 것”이라고 밝혔다. 숨진 딸 서연 양은 발달장애를 앓고 있었다. 소송 문서에 남편으로 표기된 것에 대해서는 “그냥 같이 사니까 그렇게 쓸 수도 있는 거지”라며 정식으로 혼인신고를 낸 것이 아니라는 것을 은연중에 밝히기도 했다.
특히 이 씨를 내연남이라고 지목한 언론에 대해서는 강한 불쾌감을 나타냈다. 서 씨는 “내연남이라는 건 실제 남편 김광석이 있는데 내가 남자를 만난 거라는 건데 그건 아니지”라며 동거남이라는 점을 명백히 했다.
그러나 이 씨와의 인연이 1995년 이후 계속 이어진 것인지, 서연 양 사망 시기인 2007년 전후부터 이어진 것인지에 대해서는 설명하지 않았다. 또 서연 양 사망 전부터 이 씨와 동업 또는 동거 생활을 계획했는지 여부에 대해서도 밝히지 않아 의혹은 더욱 커지고 있다. 아이의 사망 직후 하와이로 건너가 이 씨와 함께 법인을 차리기까지 기간이 너무 짧다는 것이다.
두 번째로는 ‘영아살해’에 대한 의혹을 해명했다. 영화 <김광석>의 제작자인 고발뉴스 이상호 기자는 영화 시사회에서 “서해순이 경기도의 한 병원에서 9개월 된 아기를 출산해 사망시켰다”고 주장했다. ‘영아살해’라는 자극적인 문구는 고 김광석의 타살설이 부상하면서 서 씨의 범죄전력 꼬리표로 따라붙었다.
이에 대해 서 씨는 “김광석을 만나기 전에 만난 남자가 문제가 있었다. 그 남자의 애를 가져서 결혼을 했는데 사기꾼이라는 사실을 알고 산부인과에서 아이를 낙태했다”고 해명했다. 당시 뱃속의 아기는 7개월이라고도 덧붙였다.
서 씨의 과거 행적이 지속 문제시됐던 것은 서 씨가 자신의 과거를 숨기고 고 김광석과 결혼해 사기결혼이 아니냐는 의혹 때문이었다. 그러나 서 씨는 이에 대해서도 “김광석은 다 알고 결혼했다”라며 일축했다.
해명이라기보다는 새롭게 드러난 주장도 있었다. 외도는 고 김광석이 먼저했다는 것. 서 씨는 고 김광석 사망 6개월 전 집을 수리하는 과정에서 남편이 다른 여성과 주고받은 편지를 발견했다고 말했다. 편지에는 한 여성에 대한 그리움과 그와의 사이에서 아이를 낙태했다는 내용이 들어있었다.
서 씨는 이 편지를 보고 “남편과의 부부 사이는 끝난 거였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후 부부사이의 갈등이 심화돼 고 김광석 사망 3개월 전인 1995년 11월 이 씨와 잠적한 것으로 미뤄 보면 이미 파탄난 결혼 생활을 유지할 의사가 없었기 때문이라는 해명이 짜 맞춰진다.
다만 서 씨는 자신이 남편과 불화가 있었을지언정, 그로 인해 살인에까지 이를 이유는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헤어지면 끝나는 일인데 굳이 남편을 살해해야 할 이유가 전혀 없다는 것이 서 씨의 일관된 주장이다.
서 씨는 고 김광석의 타살설을 반박하기 위해 그의 부검소견서를 공개하겠다고는 의사까지 밝히면서 김광석의 친형 김광복 씨와의 전면전을 선포하기도 했다. 이제까지 서 씨 측은 의사의 검안으로 작성된 사망소견서만을 공개했었다.
부검소견서에는 고 김광석의 구체적인 사망 원인이 적시돼 있어 정확한 자·타살 의혹이 해소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서 씨는 지난달 27일 CBS와의 인터뷰에서 자신만만하게 “부검소견서도 공개할 수 있다”라고 밝혔고 이후 <한겨레>와의 인터뷰에서는 고 김광석의 시신에 저항흔 등 타살흔적이 전혀 없었다고도 말했다.
프로파일러 출신 표창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2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김광석 사망사건은 자살이라는 부검소견서와 변사사건 내사(수사 보고서)에 의미 있는 반론을 제기할 만한 증거는 아직 발견되지 않았다”라고 밝혔다. 당시 참여했던 5명가량의 부검의도 타살의 의혹을 배제한 상황이다. 다만 의혹이 지속 제기되는 만큼 부검소견서의 공개 등을 통해 좀 더 면밀한 검증은 이뤄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김태원 기자 deja@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