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다 남은 고기는 기본...차례상에 올렸던 수박도 도로 가져와 환불 요구
명절 연휴가 끝난 뒤 마트에는 구매한 물건을 무리하게 환불 요구를 하는 ‘진상’ 고객이 증가한다고 합니다. 사진 출처= 온라인 커뮤니티.
<일요신문>은 명절이 끝나고 명절 때 받은 선물이나 구매한 신선식품들을 명절이 끝난 직후 마트로 다시 가져가 반품하는 사례가 증가한다는 제보를 받았습니다. 이를 확인해본 결과, 현실은 상상 이상이었습니다.
A 대형마트 홍보팀 관계자는 “명절이 끝나면 구매하거나 선물받은 물건을 다시 가져와 환불을 요구하는 고객이 많아집니다. 정당한 사유면 환불해야하는 것이 맞지만, 무리한 요구일 때가 많아 당황스럽습니다”라고 했습니다.
그는 이어 믿을 수 없는 사례들을 전했습니다. 차례상에 올릴 수박의 윗부분을 잘라내고 차례를 다 지낸 다음 “당도가 낮다”는 이유로 반품을 요구하기도 합니다. 또, 고기 1㎏을 구매했다가 그 중 일부인 200g만 도로 가져와 반품을 하는 사례도 있다고 합니다.
물론, 과일의 내부가 썩어 있거나, 고기의 육질이 질기면 환불해주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 때도 물건의 실물과 영수증을 가져와야만 환불을 해주는 것이 원칙인데, 고객들은 식품의 사진만 찍어와 환불을 요구하기도 합니다.
마트는 고객이 구매한 신선식품에 하자가 있으면 1주일 내에 교환 및 반품을 해주는 것을 원칙으로 삼고 있습니다. 사진= 온라인 커뮤니티
배 9개가 들어가 있는 한 상자를 구매해 놓고선 1~2개만 가져와 환불을 요구합니다. 원칙적으로 신선식품은 품질에 하자가 있으면 1주일 내에 교환 및 반품을 해주는 것이 맞습니다. 하지만 누가 봐도 먹을 만큼 다 먹고, 차례상에서 내려 놓고 환불을 요구하는 건 상식에서 어긋난 행동입니다.
A 마트 관계자는 “원칙적으로 이같이 무리하게 환불을 요구하는 건 받아줄 수 없습니다. 하지만 너무 완강하게, 강하게 요구를 하니 저희 입장에서도 어쩔 수 없이 환불을 진행해주기는 합니다”라고 고충을 토로했습니다.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자신을 마트 고객센터 직원으로 소개한 한 네티즌의 글도 화제가 됐습니다. 이 네티즌은 명절 때 마트 고객센터에서 일어난 일들을 소개했습니다.
사진 출처= 온라인 커뮤니티 보배드림 캡쳐
이 네티즌에 따르면 햄 선물세트 바꾸러 온 사람은 선물 포장 상자 없이 검정 비닐에 담아오고, 선물 받은 생활 용품 세트 중 샴푸가 본인이 평소 쓰던 제품이 아니기 때문에 다른 샴푸로 바꿔달라고 요구했습니다.
선물로 받은 과일이 맛이 없다고 컴플레인을 걸자 과일 코너 담당자가 당도 측정기로 당도를 측정했는데, 측정 결과는 ‘정상’으로 나왔다고 합니다. 그러자 이 고객은 본인이 당뇨병이 있다는 이유로 당 높은 과일은 먹지 않는다는 이상한 궤변을 늘어놓았다고 합니다.
이 뿐만이 아닙니다. 한 고객이 구매한 뒤 사용하지 않고 그대로 가져왔다는 전기 그릴 후라이팬에서는 삼겹살 냄새가 풍겼습니다. 또 다른 고객은 마트 직원의 멱살을 잡으며 텔레비전 환불을 요구했지만, 그 제품은 알고보니 마트가 아닌 인터넷에서 구매한 상품이었습니다.
물론 구매한 물건의 환불 규정은 각 마트에서 정해두고 있습니다. 영수증 뒷면에 명시된 ‘할부거래계약서’가 그 내용을 담고 있고 소비자는 소비자의 권리로 환불을 요구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소비자라는 입장을 악용해 비양심적인 행동을 일삼는 것이 진정한 소비자의 권리인지는 다시 한 번 뒤돌아볼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이수진 기자 sj109@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