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족 ‘공수’ 위구르족 ‘판매’ IS 연계설까지...중국, 북한에 수사 공조 요청
북-중 무역의 상징인 중국 단둥의 ‘압록강 철교’의 모습. 최근 중국 국가안전부는 단둥에서 북한 재래식 무기 밀매를 시도한 공민 23명을 긴급체포했다. 연합뉴스
[일요신문] 안보리 결의안 통과 이후 국제사회의 대북제재가 점차 확대되고 있다. 섣부른 감이 있지만, 일각에선 북한의 버티기에도 곧 한계가 올 것이라는 희망 섞인 전망도 내놓고 있다. 그런 가운데 최근 북-중 접경지역에서 뜻밖의 사건이 포착됐다. 필자는 최근 중국 국가안전부(한국의 국가정보원과 같은 안보당국)가 북한의 재래식 무기 밀매를 시도한 자국민들을 긴급체포한 사실을 처음 확인했다. 이들은 총 23명으로 사들인 북한 무기를 넘기려고 시도한 곳은 IS 등 중동의 테러조직이었던 것으로 알려진다. 중국은 현재 그 루트와 출처를 두고 북한을 압박하고 있으며 북한 역시 이를 두고 깊은 고민에 빠진 것으로 알려졌다. 그 내막을 단독 공개한다.
사건은 지난 9월 7일과 8일 사이에 발생했다. 북한과 중국을 오가는 한 소식통에 따르면, 중국의 국가안전부는 북한의 재래식 무기를 불법적인 루트로 사들여 밀매를 시도한 혐의로 자국민 23명을 단둥(丹東)에서 긴급 체포했다.
체포된 혐의자들 중에서는 4~5명의 조선족 브로커와 위구르족, 티베트족 등 중국의 변방 공민들도 대거 포함된 것으로 확인된다.
일단 핵심은 조선족 브로커 김 아무개 씨와 박 아무개 씨다. 40~50대의 중년으로 알려진 두 조선족 브로커들은 오랜 기간 단둥을 거점으로 북-중 무역을 꾀해온 인물이다. 그들은 북한에서 일정한 영향력을 과시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이들은 북한 평안북도 용천군을 자주 드나들며 여러 품목의 해상무역을 꾀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용천은 북한의 최서단으로 중국 단둥과 북한의 압록강 동강항 사이에 위치한 해안지역이다.
중국 국가안전부는 김 씨와 박 씨를 비롯해 체포한 밀매 브로커 조직에 속한 조선족 인사들이 북한 재래식 무기의 밀거래 공수책을 맡았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들이 밀매한 세부적인 품목은 북한에서 생산된 AK자동소총, 중기관총, 이에 맞는 전용 총탄, 척탄통, 일반 보병지뢰, 대 탱크 지뢰 등이며 그 압수 규모는 수백만 달러 수준으로 알려졌다.
중국 국가안전부가 주목하고 있는 또 다른 지점은 판매처다. 안전부는 밀매조직에 속한 위구르족과 티베트족 혐의자들이 판매책을 맡았을 것으로 보고 있다. 신장 위구르와 티베트 지역은 현재 중국 중앙 정부와 대치하며 간헐적으로 군사적 충돌이 발생하는 곳이다. 특히 이슬람 세력과 연계돼 있는 위구르는 IS를 비롯한 중동 지역의 테러집단과 검은 커넥션이 의심받고 있는 곳이다.
재래식 무기는 북한이 불법적으로 거래하고 있는 핵심 수출 품목이다. 사진은 1998년 당시 우리 해군이 노획한 북한 잠수정의 재래식 무기들. 연합뉴스
이 때문에 중국 국가안전부는 이번에 체포한 밀매조직의 상용전술무기 밀거래를 대단히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실제 밀매조직은 이번에 확보한 북한의 재래식 무기들을 IS세력과 연계된 이라크 주변의 테러집단에 넘기고자 시도한 것으로 확인된다.
현재 중국 국가안전부는 당연히 무기 밀매 출처로 북한을 지목하고 있다. 또 다른 북한 내부 소식통에 따르면, 중국의 안전부는 이미 이번 사건과 연계된 북한 내부 인물 및 기관의 공동 수사와 구속 절차 문제를 두고 북한의 국가안전보위부와 논의를 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중국 안전부의 협조 요청을 받은 북한 국가안전보위부를 비롯한 당국은 당연히 골머리를 앓을 수밖에 없는 입장이다.
이미 알려졌다시피 재래식 무기는 슈퍼노트, 마약, 가짜담배 등 북한의 불법적이고 음지적인 수출품목 중 대표적인 품목이다. 이미 오래전부터 북한의 재래식 무기는 중동의 테러집단과 아프리카 반군세력 사이에서 아주 인기가 좋은 품목으로 인식돼 왔다. 또한 실제 많은 양이 거래돼 왔다. 참고로 내부 소식통에 의하면 북한에서 재래식 무기를 통한 판매수익금은 평균적으로 한 해 1억 달러에 달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된다.
다만 중국 현지에선 이번에 (아직 정확히 어떤 기관인지 밝혀지지 않았지만) 북한의 밀매 시도 기관이 무리수를 던졌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북한에서 무기 밀매를 다루던 무역기관들은 이전에 발각 위험이 비교적 적은 해상과 항공편을 선호했다. 하지만 항공과 해상에 대한 중국 정부의 대북제재 강도가 높아짐에 따라 어쩔 수 없이 육로 밀매를 시도했다는 추측이다.
이번 사건은 초기에 진압됨에 따라 아직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지는 않았지만, 향후 북-중 관계와 더 나아가 미-중 관계에까지 적잖은 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높다. 일단 중국 당국은 앞서 말했듯 북한에 수사 공조를 의뢰하는 한편, 이번 사건 직후 최근 10월 들어 중국 황해와 북한 서해 사이의 해역 통제를 강화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중국 정보당국은 이번 사건을 두고 자국의 이익에 어떤 방향이 더 긍정적일지 심사숙고할 것으로 보인다. 북한 문제를 두고 미국에 일정한 협조 액션을 보여줘야 하는 중국 입장에서 이번 사건을 미국과의 협상에 이용할지, 아니면 북한 길들이기에 적극 활용할지는 중국 당국이 선택할 문제다.
물론 이번 무기 밀매 발각으로 단단히 발목을 잡혀버린 북한이 향후 어떻게 대응할지도 유심히 지켜볼 대목이다. 북한은 현재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이후 중국의 대응을 두고 촉각을 세우고 있는 입장이다.
이윤걸 북한전략정보서비스센터 대표
정리=한병관 기자 wlimodu@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