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인권위에 문건 정식 제출 방침…누가 사건 의뢰했는지 관심
구속 만기를 엿새 앞둔 박근혜 전 대통령이 10월 10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국정농단 사건 78차’ 공판을 마친 뒤 호송차에 오르고 있다. 최준필 기자
<CNN>은 10월 17일(현지 시간) MH그룹으로부터 박 전 대통령의 인권침해 내용이 담긴 문건을 제공받았다고 보도했다. 문건엔 “박 전 대통령이 더럽고 차가운 감옥에 갇혀 있으며, 계속 불이 켜져 있어 충분한 수면을 취하지 못하고 있다”는 내용이 담겨있다. MH그룹은 “박 전 대통령이 허리통증 및 무릎, 어깨관절염 등 만성질환과 영양부족으로 고통 받고 있으나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하고 있으며 제대로 된 침대에서 잠을 못자 질환이 더욱 악화되고 있다”고도 했다.
법무부는 “박 전 대통령은 바닥 난방시설과 TV, 관물대, 수세식 화장실 등이 구비된 수용실에 있다. 취침시간에는 움직임을 관찰할 수 있을 정도의 조도로 낮추고 있다”고 했다. 또 박 전 대통령은 구치소 내부 의료진으로부터 수시로 진료 받고 있으며 외부 전문 의료 시설에서도 2회 진료를 받는 등 충분한 진료 기회를 보장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MH그룹은 박 전 대통령과 직접 접촉하지 않았다고 했다. MH그룹 소속의 헤이디 딕스탈(Haydee Dijkstal) 변호사는 메일로 진행된 인터뷰에서 “구속 수감 중인 박 전 대통령과 접촉한 바가 없다. 문건은 공개된 정보에 근거했다. 우리는 정부 당국과 구치소로부터 어떠한 공식 문서에도 접촉할 기회가 없었다”고 말했다.
MH그룹 홈페이지
MH그룹이 어떤 곳인지는 정확히 알려지지 않고 있다. MH그룹 홈페이지엔 4건의 보도 자료만 게시돼 있다. 이 외에 설립 배경 등에 대한 정보는 명시돼 있지 않았다. 다만 홈페이지에서 MH그룹은 리비아 독재자 무하마드 카다피의 차남 사이프 알 이슬람 카다피를 변호했다고 밝혔다.
미샤나 호세이니언(Mishana Hosseinioun) MH그룹 대표는 영국에서 박사학위를 딴 뒤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주로 활동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홈페이지에선 호세이니언 대표가 영국 옥스퍼드 대학에서 강의를 하고 있으며 아프리카 국제형사재판소와 아프리카 인권법원에서 획기적인 판결을 내리는 데 영향을 미쳤다고 나와 있다.
호세이니언 대표는 10월 19일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박 전 대통령의 권리를 보호하려 하는데, 특히 한국 내에서 더는 법적 변호인이 없어졌기 때문에 우리가 국제 법률지원팀으로 활동하고 있다. 그의 권리가 대변되고 있음을 확실히 하고 싶다”고 밝혔다.
박 전 대통령 국제 법률 대리인은 영국 출신 로드니 딕슨(Rodney Dixon) 변호사가 맡게 됐다. 딕슨 변호사는 국제 범죄와 범죄인 인도 등을 전문으로 하며 왕실 변호사 자격을 갖고 있다고 알려졌다. 딕슨 변호사가 소속된 영국 런던에 위치한 법무법인 ‘템플 가든 챔버스(Temple Garden Chambers)’ 홈페이지에 따르면, 그의 이력에 ‘박근혜 전 대한민국 대통령’이라고 적혀 있으며 “박 전 대통령이 뇌물 등 혐의로 탄핵됐다. 그의 가족과 측근, 지지자들은 로드니 딕슨 변호사에게 박 전 대통령의 구금을 막기 위해 국제적인 모든 조치를 취해달라고 요청했고 특히 악화되는 건강 상태를 고려해줄 것을 당부했다”고 소개했다. 딕슨 변호사와 메일 전화 등으로 연락을 취했으나 연락이 닿질 않았다.
누가 MH그룹에 박 전 대통령 재판을 의뢰했는지에 대한 궁금증도 높다. 딕스탈 변호사는 “이번 사건은 구치소 안에 있는 박 전 대통령의 인권과 복리를 염려하는 박 전 대통령 지지자들 및 측근들이 유엔을 비롯한 국제기구들을 통해 국제적 수준의 법적인 조치를 취하기 위해 의뢰했다”고 밝혔다. 일각에선 박 전 대통령 탄핵 이후 미국에서 탄핵 규탄 강연을 열고 있는 탈북자 출신 이애란 박사와 박 전 대통령 탄핵 재판 변호를 맡았던 김평우 변호사 등이 거론되고 있지만 확인된 바는 없다.
이를 두고 정치권에선 박 전 대통령의 꼼수라는 비판이 나온다.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는 10월 19일 “법정에서 형이 확정되기 전 조기석방을 목표로 하는 ‘박근혜 조기 출소 프로젝트’가 본격 가동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김경민 기자 mercury@ilyo.co.kr
‘치료 보장 받도록 즉각 석방 돼야’ 헤이디 딕스탈 변호사 인터뷰 전문 <일요신문>은 헤이디 딕스탈 변호사에게 박 전 대통령 재판과 관련한 여러 질문들을 메일로 보냈다. 이에 딕스탈 변호사는 다음과 같은 답변서를 보내 왔다. 다음은 그 전문이다. MH그룹과 국제 변호인단은 박근혜 전 대통령 구속에 관해 8월 15일 유엔 인권위 산하 자의적 구금에 관한 실무그룹에 요청을 제기했고, 10월 18일에는 관련 보고서를 유엔 인권위원회에 제출했습니다. MH그룹 및 국제변호인단이 취한 조치에 대해 다음과 같이 밝힙니다. MH그룹은 인정받는 국제 자문회사로, 세계 각국의 인권 사건을 맡아왔습니다. 이번 사건은 구치소 안에 있는 박 전 대통령의 인권과 복리를 염려하는 박 전 대통령 지지자들 및 측근들이 유엔을 비롯한 국제기구들을 통해 국제적 수준의 법적인 조치를 취하기 위해 의뢰했습니다. 박 전 대통령 지지자들 및 측근들은 유엔의 절차에 따라 법적 조치를 제기할 충분한 권리가 있습니다. MH그룹은 로드니 딕슨 왕실 변호사를 필두로 하는 국제 인권법 전문가들을 국제 변호인단으로 선임해 필요한 법적 요청을 유엔에 제기해 왔습니다. MH그룹은 서울에서 구속 수감 중인 박 전 대통령과 접촉한 바가 없습니다. MH그룹과 국제 변호사들은 어떤 방식으로도 국내 재판 과정에 개입하지 않고 있습니다. 저희는 박 전 대통령의 구속 연장과 관련한 인권 문제를 해당 국제기구들에 제기하는 것에만 집중하고 있습니다. 저희는 박 전 대통령이 인도적이고 공정하게 대우 받아야 하며, 진료를 받기 위해서라도 재판을 계속하는 동안 구치소에서 석방되어야 한다고 개진하고 있습니다. 저희는 어떤 방식으로든 더 큰 범위의 정치적 문제에 관여하고자 하지 않습니다. 대한민국을 포함한 국제 사회의 모든 시민들이 기소 또는 구속되었을 때에 보장받아야 마땅한 권리를 준수하기 위해 국제법에 따른 국제적 수준의 단순 법적 행위를 하는 것입니다. 박 전 대통령의 구속 요건 및 건강과 관련해 저희가 유엔에 제출한 내용은 공개된 정보에 근거했습니다. 저희는 정부 당국과 구치소로부터의 어떠한 공식 문서에도 접촉할 기회가 없었습니다. 저희는 대한민국 정부가 이러한 문제들을 조사하고 유엔이 박 전 대통령과 접견할 수 있도록 승인하는 것을 포함해 유엔의 절차에 협조하기를 촉구하는 바입니다. 저희는 박 전 대통령의 인권을 보장하고 박 전 대통령의 건강이 더 이상 악화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적절한 유엔 채널을 통하여 접촉하고 있습니다. 저희는 박 전 대통령이 ‘독립적인’ 의료진에게 지체 없이 진찰받기를 요청합니다. 이는 정부 당국이 허용해야 하는 가장 최소한의 수준입니다. 진찰을 한다면 사실이 명백히 드러날 수 있습니다. 관계 당국이 어떠한 위반도 부인한다면, 이 문제를 공개적으로 처리할 준비를 해야 합니다. 저희는 논란이 아닌 건설적인 해결책을 추구합니다. 대한민국이 지켜야 하는 국제법 기준에 따라, 저희의 개진 사항은 박 전 대통령의 구속 연장은 정당화될 수 없으며 박 전 대통령을 조건부로라도 잠정적으로 석방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구속은 예외적인 것이며 구속 명령은 반드시 필요할 때에만 내려져야 합니다. 본 건의 경우 박 전 대통령에게 도주 및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다는 주장이 입증되지 않기 때문에 재판 동안 박 전 대통령을 계속 수감해야 할 어떠한 적절한 법적 근거도 없습니다. 어떠한 일 때문에 진정으로 필요한 조건이 있다면, 그 조건 하에서라도 박 전 대통령은 석방될 수 있습니다. 저희는 박 전 대통령이 노쇠한 여성으로서 적절한 치료를 보장받을 수 있도록 즉각 석방되어야 한다는 것을 강조하겠습니다. 유엔 실무 그룹은 판단을 내릴 특정 날짜를 밝히지는 않았지만, 이 문제를 시급히 처리하고 있습니다. [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