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표용지 중복 교부 뒤 투표함에 들어가 회수 못 하기도…관리자 직인 오날인 등 관리 부실 의심 사례 잇따라
‘일요신문i’가 선거 당일 투표관리관 등이 작성·확인하는 공식 기록인 투표록을 분석한 결과, 투표용지나 기표를 마친 투표지가 기표소에 남겨졌는데도 최종 처리 결과 보고가 남지 않아 적법하게 조치가 이뤄져 있는지 확인이 불가한 사례가 서울 지역에서만 최소 8개 투표소에서 총 32건이 확인됐다. 투표용지 착오·중복 교부, 중복 투표지 회수 실패, 투표관리관 도장 오날인 등 투표 관리 절차의 전반적 부실함을 의심케 하는 사례도 최소 7개 투표소에서 10건이 확인됐다.

이번 분석 자료는 투표용지 부족 사태를 수사 중인 검경 합동수사본부가 확보해 국회 ‘투표용지 부족 사태 등 국민 참정권 침해 진상규명 및 선거관리 개혁을 위한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소속 주진우 국민의힘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다.
‘일요신문i’는 서울 지역에서 투표용지 부족 사태가 확인된 강남·광진·동작·서초·송파 등 5개 구, 439개 투표소에서 각각 작성된 투표록에 담긴 ‘투표진행 중의 특기사항’과 ‘공개된 투표지 처리상황’을 분석했다. 송파구는 전체 146개 투표소 가운데 투표록이 확보된 52개 투표소의 투표록만 분석 대상에 포함됐다. 나머지 4개 구는 모든 투표소의 투표록을 분석했다. 수기 내용 판독이 불완전한 내용은 집계에서 제외했다.
가장 많이 확인된 문제 사례는 선거인(유권자) 신원을 특정하지 못한 투표용지나 투표지가 기표소 등에 남겨진 것이 확인됐는데 최종 처리 결과가 제대로 기록되지 않아 사후 확인이 어려운 경우로, 총 32건이 확인됐다.
이런 사례는 동작구 노량진제1동 제1투표소에서 가장 많은 7건, 송파구 잠실2동 제7투표소에서 6건, 동작구 신대방제2동 제1투표소에서 5건, 송파구 잠실4동 제4투표소에서 4건이 확인됐다. 광진구 자양제1동 제6투표소 및 강남구 세곡동 제7투표소는 각각 3건, 송파구 잠실3동 제6투표소와 제7투표소는 각각 2건이 확인됐다.
예를 들어 동작구 노량진제1동 제1투표소 투표록에는 “오전 6시 50분경 (기표됨) 구청장 투표용지가 발견돼 ‘공개된 투표지 처리요령’에 따라 처리함”, “오전 8시 10분경 (미기표) 비례대표 시의원 투표용지가 발견돼 공개된 투표지 처리 요령에 따라 처리함”이라고 기록됐는데 해당 투표록 내 ‘공개된 투표지 처리상황’ 기재란에는 아무 내용이 기록되지 않았다.
기표소 등에 남겨진 투표지·투표용지가 발견된 것만으로 현장 관리자의 부실 책임을 단정하기는 어렵다. 다만 발견 이후 처리 결과가 투표록 내 기재란에 남아 있지 않다면 현장의 실제 관리 실태에 대해 투명성과 공정성 의문이 제기될 수밖에 없다.

투표록에는 투표소 현장에서 투표지 교부·안내·회수 절차가 매뉴얼에 따라 적정하게 운영됐는지 의심케 하는 상황이 다수 확인됐다. 우선 투표용지를 잘못 교부하거나 중복 교부한 사례가 여러 투표소에서 확인됐다. 동작구 상도제1동 제8투표소에서는 오후 3시쯤 한 선거인에게 서울시의원 선거 투표용지 2매가 교부된 사실이 확인돼 1매를 회수한 것으로 기록됐다. 광진구 군자동 제4투표소 투표록에는 오전 6시 10분쯤 투표용지 교부 과정에서 한 선거인에게 구·시의회의원 선거 투표용지가 중복(2매) 교부됐고, 이를 인지했을 때는 해당 투표지가 이미 투표함에 투입된 뒤였다고 기록됐다.
강남구에서도 비례대표 구의원 투표용지 중복 교부 사례 기록이 다수 확인됐다. 일원1동 제4투표소에서는 오전 11시 21분쯤 강남구의원 비례대표 선거용지 2매 교부가 확인돼 1매가 회수됐다. 논현2동 제4투표소와 개포1동 제5투표소에서도 강남구의원 비례대표 선거 투표용지 2매가 교부됐고, 이 가운데 1매가 회수된 것으로 기록됐다. 서초구 서초4동 제6투표소에서도 오전 6시 20분쯤 서초구의원 비례대표 선거용지 2매 교부가 기록됐다.
투표관리관 도장 오날인과 투표용지 보관·처리 과정에서 문제도 투표록에서 확인됐다. 광진구 광장동 제5투표소에서는 오전 10시 45분쯤 광진구청장 선거 투표용지에 투표관리관 도장이 잘못 찍힌 오날인 사례가 1건 기록됐다. 해당 투표록에는 투표사무원 A 씨가 광진구청장 선거 투표용지의 국민의힘 문종철 후보자란 쪽에 투표관리관 도장을 잘못 날인해 투표용지를 회수하고 투표용지 훼손사실 확인서를 작성한 것으로 기재됐다.

이 같은 문제 사례들에 대해 전문가들은 투표록 기록만으로 투표관리관·투표사무원의 과실 여부를 단정하기는 어렵지만 발견된 투표지 처리 결과를 정확히 기록으로 남기지 않았거나 현장에서 투표용지 중복 교부, 회수 불능, 관리자 직인 오날인 사례가 다수 발생한 점은 현장의 부실한 관리 실태를 보여주는 근거라고 지적한다.
공직선거법 사건 전문 변호사 B 씨는 “후보 당락에 미친 영향과 별개로, 비슷한 유형의 현장 관리 문제가 여러 투표소 투표록에 반복적으로 기록됐다면 선관위에 대한 신뢰가 훼손될 사안으로, 선관위가 관련 현장 매뉴얼과 교육, 사후 점검 체계를 다시 제시해야 할 필요가 있다”며 “다만 이러한 현장 행정 부실이 최근 제기된 재선거 필요성의 판단의 근거로 활용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고 말했다.
중앙선관위 관계자는 ‘일요신문i’에 “공정한 선거 관리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훼손한 점에 대한 책임을 통감한다”며 “현재 검경 합동수사본부의 수사와 추후에 진행될 국회 국정조사에 성실히 응한 뒤 결과가 나오면 원인과 대책을 소상히 밝히고 향후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김철준 기자 cj5121@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