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하진 도지사 재도전 유력…자천타천 8명 물망
-국민의당 인물난, 정동영·유성엽 출마 ‘미지수’
-정동영 등 거물 차출론 ‘솔솔’
[전주=일요신문] 이경재 기자 = 정치권의 시계는 벌써 내년 6월로 향해 있다. 민선7기 지방자치를 꽃피울 주인공을 뽑는 6·13 지방선거 때문이다. 현역 국회의원은 물론 각 지역의 걸출한 정치인들의 대결이 예상된다. 호남 지역에서는 누가 선수로 나설지 하마평이 무성하다. 호남권은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이 서로 텃밭이라며 맹주가 되고 싶어하는 곳이다. 양당 체제로 갈라진 뒤 현재까지 1승 1패, 내년 지방선거에 민주당도 그렇지만 국민의당은 사활을 걸었다.
전북도청 전경
지난 총선에서 참패한 민주당은 절치부심한 뒤 ‘촛불의 힘’으로 이번 대선에서 뒤집기에 성공했다.‘문재인은 절대 안 된다’는 반문 정서도 언제 그랬냐는 듯 대선이 끝나면서 사라졌다. 국민의당은 호남 의석 28석 중 23석을 싹쓸이하며 확고한 성지를 만들었다고 생각했지만, 대선에서 패하면서 앞마당을 내주게 됐다.
대선을 거치며 호남 주도권은 민주당에 넘어갔지만 지방선거까지 9개월, 호남 민심이 어떻게 변할지 아무도 모르는 상황이다. 호남에서 승패를 주고받은 양당은 내년 지방선거를 통해 마지막 승자가 되기 위해 필승을 보장할 최적의 인물 찾기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내년 전북도지사 선거 관전 포인트는 ‘한 뿌리’에서 갈라진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 승부로 압축된다. 전통적 지지기반인 민주당과 현재의 맹주인 국민의당 간의 치열한 한판 싸움이다. 현 단체장을 보유하고 있는 더불어민주당과 2016년 20대 국회의원 총선거에서 의석을 석권한 국민의당 간의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
지난해 총선에서는 국민의당이, 올해 대선에서는 민주당이 전폭적인 지지를 얻으며 엎치락뒤치락하고 있다. 두 당은 1승 1패 성적표를 안고 내년 지방선거에서 사실상 결승전을 치른다.
매 정권마다 나오는 호남홀대론의 시작점은 전북이다. 일자리나 예산, 기업 수 등 어느 것 하나 광주·전남을 넘어서는 게 없다. 낙후된 이 지역에선 인구가 계속 빠져나간다. 정치공학의 산물인 새만금만 덩그러니 남아있다. 정치인들은 선거때만 되면 새만금을 들고 나온다. 그 세월이 30년 가까이 된다.
190만 전북도민들은 내년 지방선거를 새로운 도약의 발판으로 생각하고 있다. 전북 출신의 걸출한 정치인들의 각축장이 될 전북도지사 선거는 도민의 염원을 현실화 시키는 영웅을 뽑는 기회가 될 전망이다.
지역 정가에서는 일단 여론 주도권이 민주당으로 넘어간 것으로 판단한다. 이 같은 지역 정서를 반영하듯 민주당 소속으로 뛰는 후보들의 활동이 왕성하다. 반면 국민의당엔 비상이 걸렸다. 활동은 고사하고 출마 의사를 내비치는 후보자도 거의 없다. 이에 따라 전북도지사 선거는 현역인 송하진 도지사의 재도전이 확실시 되고 있는 가운데 이에 맞설 국민의당 후보군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는 모양새다.
더불어민주당에선 현 송하진 도지사가 재선 의지를 다지고 있다. 당내에서 송 지사 외에는 유력 후보가 안 보인다. 민주당 대선 승리와 전북에서 높은 당 지지율, 현역 프리미엄이 송 지사가 독주하는 이유다. 당내 일각에선 송 지사 대항마로 김춘진 전북도당위원장 출마설이 나오기도 한다. 김대중 전 대통령 치과 주치의를 지낸 김 위원장은 3선(17~19대) 의원 출신이다.
김 위원장은 “현재로서는 출마 계획이 없다”는 입장이지만 여러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하지만 송 지사가 업무 수행능력 평가도 좋고 전북도정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누구보다 유리하다는 평가다.
국민의당에서는 중진 의원들이 오랫동안 다져온 지역 조직을 발판으로 광역단체장에 도전할 지가 관전 포인트다. 본인 의지와 무관하게 정동영 의원(4선)과 유성엽 의원(3선), 조배숙 의원(3선)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다. 정동영 의원은 불출마 의사를 밝혔지만 ‘거물급’이 필요하다는 요청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어 차출론도 나오는 상황이다.
공교롭게 전북도지사 후보군인 이들 4명은 모두 호남의 명문 전주고 출신이다. 김춘진 위원장이 46회로 가장 선배다. 송하진 지사와 정동영 의원이 48회로 동기고, 유성엽 위원장이 55회 막내다.
전북 국회의원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국민의당 입장에서 내년 지방선거는 정치적 생존 문제다. 하지만 이들 중진들이 의원직을 버리는 데 부담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국민의당 중진들이 송 지사나 김 위원장 등과 대적하려면 문재인 정부의 실패가 전제돼야 한다. 지금처럼 문 대통령과 민주당의 전북 지지율이 절대적이면 정치적 희생을 감내하며 도지사 출마가 쉽지 않다. 지방선거에 나오려면 국회의원 배지를 버려야하기 때문이다.
보수 야당에서는 마땅한 후보 발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 등 다른 당에선 후보군이 안보인다. 정운천 바른정당 의원 정도가 후보군에 이름을 올리지만, 전북 정치 정서를 감안하면 국회의원직을 사퇴하면서까지 나설 가능성은 없다는 게 중론이다.
자유한국당은 김항술 도당위원장과 전희재 전주갑당협위원장 등이 직접 출마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온다. 정의당에서는 권태홍 전북도당 위원장, 강상구 교육연수원장이 후보군이다.
여당의 절대적 우세 속에서 야당이 정치적 모험을 할지 주목된다. 지역 정가의 한 관계자는 “민주당과 국민의당은 내년 지방선거 결과로 호남 정치의 중심인 전북에서 살아남느냐 죽느냐의 분수령이 될 것”이라면서도 “야당이 국회의원 의석수가 줄어드는 것을 감안하면서까지 도전할 것인가가 관건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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