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선거 앞두고 조직 재정비 내세워 ‘친정체제’ 구축 나설 수도
11월 3일 오전 여의도 자유한국당 당사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에 홍준표 대표가 참석했다. 박은숙 기자
한국당 당무감사위원회(위원장 이용구)가 10월 27일부터 11월 말까지 전국 모든 당원협의회(당협)에 대한 당무감사를 실시한다. 각 당협 별로 당원 관리 실태 및 지역 조직 운영 활동에 대한 현황을 파악할 예정이다.
중앙당 자료조사, 감사반 현장점검, 당원 여론조사 등 입체적으로 감사를 실시한 뒤 결과를 종합·정리해 최종 보고서를 작성한다. 보고서를 기반으로 부실·사고 지역 당협을 대거 정비할 계획이다. 한국당은 이번 당무 감사를 위해 중앙당과 시·도당 인원 200명이 조를 편성했다. 중앙당 인력이 부족해 시·도당이 인력을 지원했다고 한다.
당무감사는 통상 1년마다 이뤄진다. 평소라면 중앙당 예산이 허투루 쓰이는 곳이 없는지 점검하고 사고 지역구를 정리하는 형식적인 수준에 그친다. 하지만 선거를 앞두고 있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과거 당무감사 직후 당협위원장에 대한 ‘물갈이’가 이뤄진 경우가 적지 않아서다.
2006년 최병렬 한나라당(현 한국당) 대표 측에서 총선을 앞두고 현역 의원을 상대로 등급을 매긴 당무감사표가 유출되면서 파문이 거세게 일었다. 이재오 맹형규 이상득 등 친이계 중진은 A·B등급을 받은 반면 친박계 서청원 김기춘 이주영 의원 등은 C등급을 받아 반발이 일어났다.
2012년 19대 총선을 앞두고는 전 당협을 대상으로 실시한 당무감사와 여의도연구소 여론조사 등을 기반으로 현역 의원 가운데 하위 25%를 공천에서 배제하겠다는 원칙을 세워 갈등으로 번진 바 있다.
20대 총선을 앞둔 2015년 실시한 당무감사에서도 뒷말이 나왔다. 비박계 김무성 당시 대표 측이 당무감사를 통해 친박계를 물갈이하려고 한다는 게 골자였다. 친박계가 반발하자 현역 의원 당협위원장에 대한 당무감사는 실시하지 않았다. 하지만 당무감사가 끝난 뒤 교체대상에 이름이 거론된 당협위원장 대다수가 친박계 인사들로 알려졌다.
이번 당무감사 또한 ‘친박 지우기’의 일환이란 얘기가 설득력 있게 나돈다. 한 한국당 보좌진은 “표면적인 이유는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조직을 재정비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홍준표 대표는 인적 청산을 강조하고 있다. 이번 당무감사가 ‘홍준표 체제’를 다질 수 있는 하나의 기회가 될 것이란 말이다. 어차피 지방선거는 후보공천권을 누가 쥐느냐의 문제다. 홍 대표 입장에선 일석이조인 셈”이라고 말했다. 홍준표 대표가 당무감사 결과를 기반으로 친정 체제 구축에 나설 수도 있다는 얘기다.
전계완 정치평론가도 “홍 대표가 한국당 운영을 민주적이고 통합적으로 운영하고 있지 않고 ‘홍준표식 리더십’으로 당을 장악하고 있다. 따라서 자신과 노선을 달리하는 정치 세력을 당무감사를 통해 입지를 좁히려고 할 수도 있다. 자기 사람을 심는 건 그 다음 문제다. 특정 지역에 자기 사람을 심기 위해서 손을 본다면 당내 반발과 진통이 올 수 있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당무감사를 받고 있는 당협위원장들은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한 당협위원장은 “정례적인 당무감사일 뿐이다. 그동안 당무가 체계적으로 안 된 부분이 있으면 점검할 수 있는 좋은 기회다. 당 또한 조직이기 때문에 지침대로 되고 있나 확인하는 절차”라고 선을 그었다. 또 다른 당협위원장 또한 “위원장을 맡은 이후로 매년 받아 온 정기적인 감사일 뿐이다. ‘친박 솎아내기’는 확대해석이다”라고 말했다.
형식적으로 치러지던 당무감사 분위기가 사뭇 달려졌다는 얘기도 들린다. 중앙당 당무감사 인사들은 10월 30일 대구 지역 당무감사에서 “국회의원이 지역에서 활동을 잘하고 있느냐” “당협위원장이 구설에 오르거나 언론에 좋지 않은 기사가 보도된 적이 있었느냐” “당 조직 관리에 문제가 있다고 들었는데, 어떻게 보느냐” 등의 송곳 질문을 쏟아냈다고 전해진다.
김경민 기자 mercur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