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들 개념은 밥 말아 드셨수?
▲ 도쿄 교육위원회는 ‘몬스터 페어런츠’가 극성을 부리자 퇴치 전담 부서를 설치하기도 했다. 사진은 일본 드라마 <몬스터 페어런츠>. | ||
몬스터 페어런츠라는 신조어가 유행하기 시작한 것은 최근의 일이지만 사실 이들은 오래 전부터 존재해왔다. 우리나라에서 흔히 말하는 ‘치맛바람’이나 ‘극성 부모’들이 조금 더 진화한(?) 형태라고 보면 될 것이다.
이들은 자신의 자녀가 학교에서 특별한 관심이나 대접을 받는 것이 마땅하다고 생각하며 학교나 교사의 권위를 부정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예를 들어 학예회에서 자녀가 주인공을 맡아야 한다고 우기거나 자녀가 학교에서 야단을 맞은 것에 분개하여 거칠게 항의하거나 혹은 시험 결과를 인정하지 않고 성적을 올려줄 것을 요구하기도 한다.
몬스터 페어런츠의 극성으로 정상적인 학교 업무에 지장이 생기자 도쿄의 교육위원회는 몬스터 페어런츠를 전담하는 새로운 부서를 설치하기도 했다.
그러나 ‘몬스터 퇴치’는 여기에서 끝나지 않았다. ‘몬스터~’라는 표현이 유행하면서 다양한 ‘몬스터’들이 속속 등장하기 시작했다. ‘몬스터 칠드런’ ‘몬스터 네이버’ ‘몬스터 페이션트’ 등 개념 없고 비상식적인 행동을 하는 사람들이라면 어디에나 갖다 붙일 수 있다.
몬스터 칠드런은 몬스터 페어런츠의 자녀들로, 학교나 학원에서 멋대로 행동하는 경향을 보인다. 이런 아이들은 대체로 인내심이나 협동심이 부족하며 자신의 뜻대로 안 되면 난동을 부리는 등 골칫거리가 되기 쉽다.
몬스터 페이션트는 차례를 무시하고 자신을 먼저 진찰할 것을 요구하거나 괜찮다는 의사의 설명에도 불구하고 다른 검사를 하거나 약을 달라고 떼를 쓰는 막무가내 환자를 가리킨다. 이들은 의사와 간호사는 물론이고 다른 환자들에게도 위협이 되기 때문에 위험하다.
몬스터 네이버는 다른 사람과 함께 사용하는 공간을 멋대로 사용하거나 아무데나 쓰레기를 버리는 등 주위 주민들에게 피해를 주는 이웃이다.
그러나 남성들에게 있어 가장 공감이 가는 것은 ‘몬스터 와이프’일 것이다. 몬스터 와이프는 단순히 바가지를 긁는 아내가 아니다. 이들은 연애할 때나 신혼 때와는 백팔십도 달라진 ‘괴물 같은’ 모습으로 남편들을 정신적, 신체적으로 괴롭히는 무서운 아내들이다. 몬스터 와이프는 크게 네 종류로 나눌 수 있다. ‘비주얼 몬스터’는 연애할 때와는 달리 결혼 후 펑퍼짐한 아줌마로 변해 외모에 전혀 신경을 쓰지 않는다. ‘멘탈 몬스터’는 끊임없이 남편을 의심하며 휴대폰과 이메일을 열어보거나 시도 때도 없이 전화를 걸어 어디에서 무엇을 하는지 확인하며 정신적인 고통을 준다. ‘섹슈얼 몬스터’는 섹스를 지나치게 밝히거나 혹은 전혀 관심이 없는 경우다. 어느 쪽이건 남편들에게는 고통스러운 상황이다. 마지막으로 ‘바이얼런트(Violent) 몬스터’는 평소에는 잠잠하다가 갑자기 폭력적으로 돌변하는 아내로, 남편은 물론 아이들에게도 위험하다.
박영경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