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파워는 서관에서 나온다
미국 대통령의 거처이자 집무실이 위치한 곳, 바로 백악관 주소다. 세계를 주무르는 권력의 중심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이곳은 미국인들이 가장 자랑스러워하는 건축물 가운데 하나인 동시에 미국의 얼굴이자 자존심이기도 하다. 이런 백악관이 최근 8년 만에 새 주인을 맞았다. 이번에 바뀐 주인이 그 어느 때보다도 더 의미가 있는 것은 백악관이 건설된 지 210년 만에 처음으로 맞이하는 ‘흑인 대통령’이기 때문이다. 바로 44대 미국 대통령인 버락 오바마(47)가 그 주인공이다. 1월 20일 취임과 동시에 공식적인 대통령 업무를 시작한 오바마의 백악관 생활은 앞으로 과연 어떻게 이루어질까. 이제 막 첫걸음을 내딛은 오바마의 백악관 입성에 즈음해서 백악관의 구석구석과 미처 알려지지 않은 재미있는 이야기 등 백악관과 관련된 이모저모를 살펴 보았다.
''백악관이란 이름 그대로 ‘화이트 하우스(White House)’ 즉 ‘하얀 저택’을 뜻한다. 하지만 백악관이 처음부터 흰색이었던 것은 아니다. 초대 대통령인 조지 워싱턴이 백악관을 설계한 후 처음 백악관에 입성했던 2대 대통령인 토머스 제퍼슨 시절만 하더라도 백악관은 흰색이 아닌 회색 건물이었다. 때문에 당시에는 백악관이란 명칭 대신 ‘대통령 궁’ ‘대통령 저택’ 등으로 불렸다.
그러다가 1814년 영국과의 전쟁으로 건물 일부가 불에 타버리자 그을음 자국을 가리기 위해서 하얀색으로 칠을 하게 됐으며, 그 후로 점차 백악관이란 이름으로 불리게 됐다. 처음으로 각종 공식문서나 대통령 전용 집기에 백악관이란 명칭을 새겨서 사용하기 시작한 것은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 때부터였다.
백악관 건물은 ‘대통령 관저’로 사용되는 건물 중앙부와 양 옆으로 뻗어 있는 서관과 동관 등 크게 세 부분으로 나뉘어져 있다. 중앙부에는 대통령 침실, 거실, 여가 시설 등 대통령 가족이 거처로 사용하는 사적인 공간들이 있으며, 서관에는 대통령 집무실, 회의실 등이 그리고 동관에는 영부인 집무실과 백악관 직원 사무실 등이 있다.
백악관의 총면적은 5110㎡이며, 중앙부는 지하 2층에서 지상 4층까지 총 6층이고 서관은 지하실과 지상 2층, 동관은 지상 2층 구조로 이루어져 있다. 모두 132개의 방과 35개의 욕실이 있으며, 방문만 무려 412개에 달한다.
백악관은 ‘대통령 공원’이라고 이름 붙여진 공원 안에 위치하고 있으며, 토지 소유권은 미국국립공원관리공단이 보유하고 있다.
백악관의 실내가 지금과 같은 모습을 갖추게 된 것은 존 F 케네디의 영부인이었던 재클린 케네디 때부터였다. 당시 대대적으로 백악관 내부의 인테리어를 개조했던 재클린은 특히 열렬히 미술품을 수집했던 영부인으로 유명하다. 당시 저명한 미술관장의 도움으로 미술품들을 수집했으며, 고풍스런 골동품과 그림들로 백악관 실내를 장식했는가 하면 파리의 유명 인테리어 디자이너를 고용해서 실내 장식을 전면적으로 뜯어 고쳤다. 그녀가 선호했던 스타일은 앤틱풍의 가구나 화려한 색감의 커튼과 벽지 등이었다.
하지만 현재로선 아무리 대통령 영부인이라고 해도 함부로 백악관의 실내 장식이나 외관을 바꿀 수 없도록 되어 있다. 가능한 백악관의 전통적인 모습을 그대로 보존하기 위해서 제한적으로만 개조 혹은 보수를 허용하고 있을 뿐이다. 대통령 가족들의 사적인 주거 공간에 한해서는 영부인의 취향에 맞춰서 부분적으로 개조할 수는 있지만 공식적인 업무를 주관하는 공간은 반드시 ‘백악관 보존위원회’의 허가를 받아야 가능하다.
▲ ※독일 잡지 <포쿠스>에 실린 백악관 내부도. 서관에 위치한 집무실. 둥근 형태의 방 모양 때문에 ‘오벌 오피스’라고도 불린다. (아래) | ||
-미니 골프장: 백악관 남측 현관 앞 잔디 한 켠에 마련되어 있는 퍼팅 장소로 대통령 집무실 문을 열고 나가면 바로 연결되어 있다. 1954년 드와이트 아이젠하워 대통령이 처음 만들었으며, 그 후 존 F 케네디, 제럴드 포드, 조지 H 부시, 빌 클린턴, 조지 W 부시 등 역대 골프광 대통령들이 애용했다. 밤낮을 가리지 않고 대놓고 골프를 치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았던 아이젠하워와 달리 케네디는 행여 누가 볼까 비밀 경호원을 세워두고 몰래 골프를 쳤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클린턴은 프로 골퍼들의 도움을 받아 자신의 취향에 맞게 골프장의 구조를 변경하기도 했다.
-조깅 트랙: 길이 0.4㎞, 너비 1.2m의 대통령 전용 조깅 코스다. 1993년 빌 클린턴 대통령이 백악관의 남쪽에 난 도로를 이용해서 만들었다. 당시 수시로 조깅을 즐기던 클린턴 때문에 교통이 마비된다는 이유로 처음 만들게 됐으며, 도로를 닦는 데에만 3만 달러(약 4000만 원)가 소요됐다. 또한 평소 운동을 즐겼던 클린턴은 관저 4층에 따로 ‘체력단련실’을 마련했으며, 이곳은 후임자인 부시 대통령도 즐겨 사용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야외 수영장: 1975년 수영 마니아였던 제럴드 포드 대통령이 처음으로 만들었다. 그 후 바바라 부시와 힐러리 클린턴도 즐겨 사용했으며, 여름이면 이곳에서 백악관 풀사이드 파티가 열리곤 한다.
권력의 중심은 건물 중앙부가 아니라 서관에 집중되어 있다. 이곳에는 대통령 집무실, 각료 회의실, 부통령 집무실, 회의실 등이 있다.
①집무실: 둥근 형태의 방 모양 때문에 보통 ‘오벌 오피스(Oval Office)’라고 불린다. 백악관의 상징과도 같은 장소며, 로즈 가든, 대기실, 대통령 사무실, 복도 등으로 통하는 네 개의 문이 있다. 대통령의 취향이 가장 대중에게 잘 드러나는 곳으로 부시 대통령의 경우 텍사스 출신답게 카우보이들의 소품들과 그림을 걸어 놓았다. 방이 둥글게 생긴 이유는 대통령이 어느 곳에서도 방 안의 사람들을 한눈에 볼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빌 클린턴 대통령은 이곳에서 인턴 사원이었던 모니카 르윈스키와 성관계를 맺은 사실이 발각되어 망신을 당한 바 있다.
②대통령 사무실: 집무실이 주로 상징적인 장소로 사용되는 데 비해 실제로 대통령이 업무를 보는 공간이다.
③부엌
④로즈 가든: 아담한 크기의 정원으로 백악관을 방문한 외국의 국가원수들과 함께 공동기자회견을 하는 장소로 자주 이용된다. 평소에도 대통령이 중요 내용을 발표하는 기자회견을 하는 곳으로 자주 사용되며, 백악관 내빈들과 기념 사진촬영을 하는 곳으로도 유명하다.
⑤각료 회의실: 정부 고위관리들이 모여서 회의를 하는 장소다.
⑥루스벨트 룸: 보통 백악관 직원들이나 정부 관리들의 미팅룸으로 사용되며, 최근에는 정부의 새 각료를 발표하는 장소로 사용되고 있다. 또한 대통령 집무실에 들어가기 전에 내방객들이 잠시 대기하는 장소로도 이용된다.
대통령 가족이 거주하는 공간으로 사적인 장소들이 위치해 있다.
볼링장, 영화관람실 등 오락 공간이 마련되어 있다.
-볼링장: 1947년 해리 트루먼 대통령의 생일 선물로 서관 1층에 지었던 것을 1969년 리처드 닉슨 대통령이 관저 지하로 옮겼다.
-영화관람실: 40개의 좌석이 마련되어 있으며, 전통적으로 흰색 천에 붉은색 꽃무늬 커튼이 드리워져 있었지만 2004년 로라 부시가 전부 붉은색으로 바꾸었다. 보통 대통령 가족들이 밤낮으로 시간에 구애 받지 않고 영화를 볼 수 있는 곳이며, 간혹 할리우드에서 직배송된 따끈따끈한 미개봉작을 상영하기도 한다. 부시 대통령의 경우 <오스틴 파워> 시리즈를 즐겨 보다가 9·11 테러와 아프가니스탄 전쟁 발발 후에는 <위 워 솔저스> <블랙 호크 다운> 등 전쟁 영화를 즐겨봤다.
또한 이곳은 가끔은 대통령이 주요 연설을 하기 전에 측근들 앞에서 리허설을 하는 장소로도 사용되기도 한다.
▶1층
①지도실: 입구 왼쪽에 있으며, 루스벨트 대통령이 2차 세계대전 당시 각료들과 함께 지도를 펴놓고 전투 작전을 지휘했던 데서 이름이 붙여졌다. 현재는 영부인의 개인적인 미팅룸으로 사용되고 있다.
②외교 접견실: 건물 로비와도 역할을 하는 장소로 바닥에 깔린 카페트에는 미국 50개 주의 문장들이 짜여져 있다. 보통 대통령은 이곳에서 손님들을 처음으로 공식적으로 맞이한다.
③차이나 룸: 역대 백악관 도자기 식기들이 보관되어 있는 전시실이다. 역대 영부인들이 수집했던 도자기들로 꾸며져 있다.
이밖에도 1층에는 서재, 부엌, 플로리스트 작업실, 큐레이터 사무실, 대통령 주치의 사무실 등이 있다.
▶2층
④식당: 140명을 동시에 수용할 수 있으며, 보통 백악관을 찾는 내빈들의 연회가 열리는 장소다.
⑤레드룸: 붉은색 실크 카펫으로 꾸며져 있는 공간이며 재클린 케네디가 직접 꾸민 방으로 유명하다. 보통 응접실 혹은 거실로 사용된다.
⑥블루룸: 대통령이 공식적으로 손님을 맞이하는 장소다. 백악관을 찾은 손님들을 위해 작은 음악회가 열리는 등 환영 행사가 열리는 곳으로 사용된다. 또한 전통적으로 백악관의 대표적인 크리스마스 트리가 세워지는 곳이다.
⑦그린룸: 간혹 고위 정치인들이 모여서 체스를 두는 장소로 이용되고 있으며, 한때 대통령 가족들의 응접실로 사용되었다.
⑧이스트룸: 대연회가 열리는 곳으로 무도회, 리셉션, 콘서트, 결혼식, 시상식, 기자 회견실 등으로 두루 사용된다. 리처드 닉슨 대통령이 워터게이트 사건으로 사임을 발표한 곳이기도 하다. 백악관 내에서 가장 넓은 공간으로 지미 카터 대통령의 영애였던 에이미가 롤러 스케이트를 타고 놀다가 바닥에 흠집을 낸 후부터 롤러 스케이트가 전면 금지되었다. 또한 케네디 대통령이 사망한 후 입관식이 행해졌던 곳이기도 하다.
▶3층
⑨드레스룸: 영부인의 의상실로 사용된다.
⑩마스터 베드룸: 대통령 침실이지만 보통 영부인들의 침실로 사용된다. 재클린 케네디를 비롯한 몇몇 영부인들의 전용 침실로 사용되었다.
⑪거실: 대통령 개인 침실과 응접실이 있으며, 대통령 가족이 한데 모이는 거실로 이용된다.
⑫링컨 침실: 손님방으로 사용되는 곳이며, 링컨 시대 사용했던 가구들이 그대로 비치되어 있다. 하지만 이름과 달리 링컨 대통령이 묵은 적은 한 번도 없었다. 클린턴 대통령 시절 스티븐 스필버그 등 거액의 기부자들에게 감사의 의미로 방을 내주었다가 물의를 빚기도 했다.
⑬퀸스 베드룸: 과거 영국 왕족과 처칠 총리가 종종 머물다 간 방이다. 보통 한 번 머물면 장기간 머물다 갔기 때문에 늘 이들을 위해 비워두곤 했다. 이밖에 유럽의 왕족들이 백악관을 방문하거나 혹은 공로를 세운 동료들이나 정치적 후원자들에게 보답하는 차원에서 내주는 방이다.
▶4층
한때 백악관 직원들이 기거하는 곳이었지만 현재는 대통령 가족들의 사적인 공간으로 이용되고 있다. 옥상에는 탁 트인 통유리창이 설치되어 있는 일광욕실이 있으며, 이곳에서는 바깥 경치를 구경하면서 산책을 즐길 수 있다.
⑭게임룸: 당구대가 설치되어 있다.
⑮뮤직룸: 빌 클린턴 대통령이 색소폰 연습을 하던 곳으로 유명하다.
?체력단련실: 빌 클린턴 대통령이 만든 공간으로 각종 운동 기구가 비치되어 있다.
영부인 집무실과 백악관 비서진들의 사무실이 위치해 있다. 보통 일반인 관람객들에게 공개되는 곳이기도 하다. 처음으로 동관에 자신의 집무실을 마련한 영부인은 1977년 로잘린 카터였다. 2차 세계대전 당시 지어졌으며, 처음에는 비상사태 발생시 백악관의 대피 장소였던 지하 벙커의 입구를 숨길 목적으로 만들어졌다.
김미영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