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조자는 변태 모델은 매춘부
▲ 바비인형을 만든 잭 라이언(오른쪽)과 그의 아내 중 한명인 50년대 글래머 스타 자자 가보. | ||
그러나 부고에는 실리지 못한 이 유명 디자이너의 은밀한 사생활이 최근 공개되어 화제가 되고 있다. 오는 2월 출판될 예정인 유명인사 전기 작가 제리 오펜하이머의 <장난감 괴물: 거대하고 사악한 마텔의 세계>라는 책에 따르면 바비인형의 디자이너였던 라이언은 변태성욕자였던 것으로 드러났다.
그의 성적 취향이 대중의 큰 관심을 끌고 있는 이유는 바로 그가 만든 바비인형이 단순한 하나의 상품을 넘어 전 세계 어린 소녀들의 친구이자 동경의 대상이기 때문이다.
지난 반세기 동안 수많은 여성들은 어린 시절 최고의 선물이었던 바비인형의 머리를 빗기고 옷을 갈아입히며 자란 추억을 간직하고 있다. 그런 이유에서 제조사인 마텔사도 ‘바비’에게 건강하고 우아하며 능력 있는 여성이라는 이미지를 심어주기 위해 부단히 애를 써왔다. 더구나 ‘바비’와 ‘켄’ 인형의 이름이 마텔사의 창립자 자녀들의 이름을 따서 만들어졌다는 것은 이미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그런데 <장난감 괴물>에 따르면 이렇게 동심과 추억의 대상인 바비인형을 만든 라이언은 사실 ‘매우 정력적인 70년대 스타일 쾌락주의자’이자 섹스광이었다. 심지어 동생 부부와 스와핑을 시도하다가 아내가 거부하자 제수와 동생 셋이서 성관계를 즐겼을 만큼 변태적인 성생활을 즐긴 것으로 밝혀졌다.
책에 실린 주변 인물들의 진술로 미루어볼 때 그의 성적 취향은 자신의 침실에만 국한되지 않고 인형을 고안하는 과정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영국의 일간 <인디펜던트> 등은 라이언이 독일의 한 신문 만화에 등장하는 ‘릴리’라는 매춘여성 캐릭터를 모델로 바비인형을 만들었다고 밝혔다. ‘바비’의 원형인 ‘릴리’란 캐릭터는 돈을 위해서는 뭐든지 하는 거리의 매춘여성이었다.
바비인형을 구상할 당시에 대해 라이언의 한 친구는 “‘바비’에 대해 설명하는 라이언의 모습은 마치 ‘성적인 체험’을 묘사하는 것 같았다”고 회고했다. 즉 그는 자신의 이상적인 여성상으로 풍만하면서도 가녀린 ‘바비’를 만들면서 자신의 성적 판타지를 실현한 것이었다.
그의 ‘바비 사랑’은 실생활에서도 그대로 반영됐다. 각종 판권으로 백만장자가 된 라이언은 침실 18개가 딸린 LA 인근의 호화저택에서 바비와 똑같이 생긴 ‘소녀처럼 생긴 깡마른’ 매춘여성들을 불러들여 난잡한 성관계를 즐겼다. 심지어 그가 매춘여성들을 구하기 위해 마담들과 연락을 취한 장소는 인형 디자인 구상이 이뤄지던 자신의 사무실이었다.
그의 성적 취향은 결혼에도 영향을 미쳤다. 그는 수차례나 결혼과 이혼을 반복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중 바비인형의 목소리 연기자로 활동하다가 라이언과 결혼한 그웬 플로리아는 라이언으로부터 ‘키가 크고 가슴에 코를 박을 수 있어서 당신이 좋다’는 솔직한 고백을 들었다고 밝혔다. 또한 홍보 전문가를 고용해 1년에 150여 회의 파티를 연 파티광이기도 했던 라이언은 인근 주민을 위해 연 파티에서 당시 같은 동네에 살고 있던 50년대 글래머 스타 자자 가보(91)를 만나 결혼했으나 오래잖아 헤어지기도 했다. 그는 1989년 심장마비로 쓰러졌으며, 2년 후 아내 마그다와 두 딸, 그리고 두 손녀 등 다섯 여성만을 유족으로 남긴 채 사망했다.
애초에 바비인형은 성인용 소장품으로 시판됐으나 판권을 산 마텔사는 조금 더 ‘정숙하게’ 모습을 바꾸고 가격을 낮춰 시장에 내놓았다. 그리고 그 결과 ‘바비’는 어린이 장난감으로 50여 년 동안 최고의 인기를 누려왔다.
한편 ‘바비’의 짝꿍 인형인 ‘켄’과 관련해서도 남다른 ‘성적 취향’의 문제가 얽혀 있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다름이 아니라 마텔사 창립자의 아들이자 ‘켄’의 모델이 됐던 실존인물 켄이 동성애자로 드러난 것. 1994년 에이즈로 사망한 켄은 두 명의 자녀까지 두면서 오랜 기간 결혼생활을 영위했다. 이 사실을 뒤늦게 안 부모와 아내가 깜짝 놀랐음은 물론이다.
이예준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