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생물 통해 내 정치관도 성숙...절대 진보와 보수는 혼자갈 수 없어...균형이뤄 함께 가야”
- “공중부양? 책임감 느껴...당시 지혜롭지 못했다”
- “유해균 박멸하면 유익균도 퇴화...상호 균형 이뤄야...진보와 보수도 마찬가지”
- “지방선거 출마가능성?...”
[일요신문] 강기갑 전 의원은 이번 <일요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미보고 유익균(K3유산균) 발견과 미생물 유기농법을 활용한 관행농법 개혁의 필요성에 대해 언급했다. 그와의 인터뷰는 자연스레 현실정치 이야기로 이어졌다. 독자들은 ‘미생물’로 시작된 이번 인터뷰가 왜 ‘정치’라는 동 떨어진 주제로 옮겨가느냐고 의문을 표할 수 도 있다. 하지만 강 전 의원의 말을 찬찬히 들어보니, 이 둘은 전혀 동떨어지지 않았다. 강 전 의원은 ‘미생물’을 알게 되면서 자신의 정치관도 성숙하게 됐다고 담담히 고백했다. 무슨 말일까.
강기갑 전 의원은 ‘미생물’을 공부하면서 부터 자신의 ‘정치관’ 역시 성숙했다고 고백했다. 한병관 기자 wlimodu@ilyo.co.kr
강기갑 전 의원은 앞서 우리 몸과 흙에 기생하는 미생물들을 설명했다. 그 비율은 유익균이 2.5, 유해균이 1.5, 그리고 중간 성질의 미생물이 나머지 6.0이라고 덧붙였다. 그리고 그 핵심을 ‘중간 미생물’로 꼽았다. 유익균과 유해균이 몸 안에서 서로를 이기기 위해 싸움하는 동안, ‘중간 미생물’은 그 싸움을 지켜보다 결국 이기는 쪽으로 나아간다고. 그래서 그들을 ‘해바라기성 미생물’이라고 부른다고.
그는 “현직에서 내려와서도 내가 지금까지 일절 정치에 대한 멘트를 안 해 왔다”면서 넌지시 미생물과 연결지어 ‘정치’ 얘기를 꺼냈다.
“이러한 미생물들의 성질이 딱 ‘표심’과 비슷하지 않나. 난 사실 현역 시절 국민들의 ‘표심’에 회의를 많이 느꼈다. 원망도 했다. 그런데 이 미생물을 알고부터 깨달았다. 내가 참 생각이 짧았다는 것을. 결국 정권을 결정하는 것은 소수의 좌와 우가 아닌 대다수의 ‘중간 표심’이었다. 조물주는 ‘생존 본능적’으로 힘 있는 쪽에 맘이 기울도록 창조한 것이다. 미생물도 사람도 말이다.”
그리고 강 전 의원은 미생물의 또 다른 성질을 설명했다.
“미생물을 공부하면서 서범구 원장(카이스트 산하 EM생명과학연구소)께 이런 질문을 던지 적이 있다. 우리 몸 속 유해균들을 아예 뿌리 뽑으면 그만 아니냐고. 이에 서 원장께서 ‘안 된다. 그러면 유익균이 게을러지고 퇴화한다. 그런 상황에서 외부침입을 받으면 질병에 노출된다. 유익균도 전투를 하면서 자기 진화를 해야 한다’고.”
이어 그는 이렇게 말했다.
“소름이 끼치더라. 난 솔직히 현역 때 진보가 보수를 싹 청산하고 진보만이 정치를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정말 그랬다. 그게 강기갑 스타일이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이게 얼마나 유아적 발상인가 싶다. 우리 몸에도 유익균만 있다면 게을러지고 자하여 퇴화하듯이 진보도 마찬가지다. 유익균과 유해균이 서로 견제하고 경쟁하여 진화하듯이 정치도 진보와 보수가 균형을 이뤄야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과거 불도저 같았던 진보 정치인 강기갑과는 왠지 어울리지 않은 말이었다. 그런데 이게 끝이 아니었다. 그는 기자가 묻지도 않던 과거 ‘공중부양’ 일화를 스스로 꺼냈다. 강 전 의원은 2009년 미디어법과 4대강법 등 MB정부 주요 법안 및 개정안 상정에 반대하며 국회 사무총장실 원탁에 올라 발을 굴렀던 바 있다. 이 장면은 여러 의미에서 우리 헌정사에 길이 남아 있다.
“지금 생각해 보면, 현명하지 못했다. 결과적으로 이유가 어찌됐건 국민 앞에서 국회의 폭력적 인식을 심어주는 데 역할을 했다. 거기에 대한 책임감이 크다. 지혜롭지 못했다. 소아적 가치관이고 범주에서의 행동이었다.”
그러면서 그는 지금의 정치 상황에 대해서도 덧붙였다.
“지금 난 자유한국당이 밉지 않다. 결국은 (문재인 정부가) 다 끌어안고 가야한다. 지금 정부가 적폐청산에 임하고 있다. 이에 앞서 국민이 (지난 대선에서) 자유한국당을 심판했다. 자유한국당도 이를 인정해야 하지만, 결국 서로 정리하고 함께 가야 한다. 절대 진보와 민주 하나 만으론 성공하기 힘들다. 진보와 합리적 보수가 함께 가야 한다. 과거의 강기갑과 지금의 강기갑은 다르다. 예전의 나였으면 씨를 말렸어야 하지만 이제 그게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
마지막으로 <일요신문>은 강기갑 전 의원에게 내년 지방선거 출마 가능성에 대해 물었다. 이에 강 전 의원은 답했다.
“안 된다. 그럼 오히려 내가 하고자 하는 일을 못한다.”
사천=한병관 기자 wlimodu@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