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스·나혼자 등 속속 촬영 재개…시사교양국 재건 과제, ‘배신남매’ 거취 주목
# 예능·드라마 먼저, 시사·보도는 유보
MBC가 지난 9월 초 총파업에 돌입하며 대중이 가장 아쉬워한 분야는 예능이다. 드라마는 외주 제작 시스템으로 돌아가기 때문에 편성에 큰 문제가 없었으나 대부분의 프로그램이 예능국 자체적으로 제작되는 예능의 경우 누수가 컸다. 특히 ‘예능 왕국’이라 불리는 MBC는 <무한도전>을 비롯해 <라디오스타> <복면가왕> <나 혼자 산다> <섹션TV 연예통신> 등 동급 최강을 자랑하는 프로그램이 즐비하기 때문이다.
<나 혼자 산다>는 지난 6일 예비 스케줄을 진행하며 촬영 재개를 위한 물꼬를 텄고, 매주 수요일 녹화를 진행하던 <라디오스타>는 15일 재가동됐다. 여러 코너로 엮인 <섹션TV 연예통신> 역시 외부 촬영 등을 시작했고 18일 본방송 녹화를 재개한다.
<무한도전>은 ‘2018 평창동계올림픽 성화봉송’ 주자로 발탁돼 지난 1일 뭉친 바 있다. 하지만 공식 녹화는 아님을 분명히 한 상황이라 팬들을 애타게 만들었다. 매주 목요일 녹화를 진행하는 <무한도전>의 촬영 재개는 MBC 예능의 정상궤도 진입을 알리는 신호탄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무한도전> 측은 “우선 그동안 기다려주신 시청자 여러분들께 죄송하고 감사합니다”라며 “노조의 공식적인 방송 복귀 시점이 정해져야겠지만 소식을 접하고 방송 복귀와 녹화 일정 등을 논의 중에 있습니다”라는 입장을 전하기도 했다.
# 배현진·신동호 어찌 되나?…‘구 MBC의 입’에 이목 집중
김장겸 사장이 해임되면서 김재철 전 사장 시절부터 장기간 혜택을 누렸다는 질타를 받고 있는 신동호 아나운서 국장과 배현진 앵커의 거취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두 사람은 이 기간 동안 주요 프로그램을 섭렵했지만 노조원들에게는 ‘배신 남매’라 불리기도 했다.
배현진 앵커는 2010년 <뉴스데스크> 앵커로 발탁된 후 2012년 MBC 노조 파업에 동참했으나 파업 철회 및 노조 탈퇴를 선언한 후 <뉴스데스크> 메인 앵커로 복귀했다. 이후 그는 현재까지 앵커 직을 유지하며 백지연에 버금가는 <뉴스데스크>의 장수 앵커로 자리매김했다.
배현진 앵커는 13일 방송된 <뉴스데스크>에서 김장겸 사장 해임안 가결 소식을 직접 브리핑하기도 했다. 배현진 앵커는 이날 “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 이사회와 MBC 주주총회가 김장겸 사장을 해임했다”며 “정치권의 반응은 사필귀정이라는 환영의 목소리와 원천 무효라는 반발이 엇갈렸다”라고 담담하게 전했다.
최장수 아나운서 국장인 신동호 국장은 <100분 토론>에 이어 라디오 <시선집중> 등 굵직한 프로그램을 맡으며 김재철-김장겸 체제 속에서 특혜를 누린 인물로 지목되고 있다. 때문에 노조원들이 현업으로 복귀해 프로그램이 정상화되는 속에서도 <시선집중>은 정상 방송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송일준 PD는 지난 8월 자신의 SNS에 “MBC 경영진의 푸시와 신동호의 완장질로 쫓겨난 MBC 아나운서들의 수난사와 비통한 심정을 다룬 기사에 누리꾼들이 반응하고 있다”며 “부역체제의 ‘공주’ 배현진 아나운서도 조명 받고 있다. 그러고 보니 배현진이 ‘진실과 사실의 촘촘한 경계’ 운운하는 해독하기 어려운 말을 남기고 파업 대열에서 이탈해 부역자들의 품으로 돌아갔을 때 PD저널에 쓴 글이 생각난다”며 따가운 일침을 가하기도 했다.
서울 마포구 상암동 MBC 광장에서 전국언론노조 MBC본부 총파업 출정식에 전국에서 모인 조합원들이 참석하여 김장겸 사장 퇴진과 방송의 정상화를 촉구하고 있다. 최준필 기자
# MBC 정상화, 얼마나 걸릴까?
김장겸 사장 해임을 두고 한 MBC 노조원은 “이제 시작일 뿐”이라고 말했다. 새로운 체제를 구축할 발판을 마련했지만 지난 몇 년간 MBC가 대중에게 잃은 신뢰를 극복하기까지 적지 않은 시간이 소요될 것이란 전망이다.
기존 구성원들이 제자리를 찾아가는 과정에서 적지 않은 진통도 예상된다. 특히 보도국이 그렇다. MBC 경영진은 보도국을 이끌던 상당수 기자와 PD들을 타 업무로 발령 낸 뒤 경력 기자와 시용 기자를 채용했다. 이들 중 상당수가 현재 보도국에 몸담고 있다. 기존 멤버들이 돌아오면서 적잖은 마찰이 예상된다. 이 노조원은 “정식 발령을 통해 업무를 나누면서 서로 부딪히는 일을 최소화하는 작업을 해야 할 것”이라면서도 “그 기간 중 들어온 경력직이 적지 않기 때문에 내부 반발 역시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조심스럽게 내다봤다.
해체된 시사교양국의 재건 역시 MBC의 숙제다. MBC는 그동안 <PD수첩> <시사매거진 2580> 등을 통해 대한민국을 뒤흔들 만한 심층 취재에 강한 모습을 보였다. <북극의 눈물>과 <아마존의 눈물> 등은 웰메이드 다큐멘터리로 손꼽힌다. 하지만 시사교양국 해체와 함께 우수한 인력들이 갈 곳을 잃었다. 이들을 다시 모아 MBC표 명품 시사교양 프로그램을 다시 만드는 것도 향후 완수해야 할 임무다.
김소리 대중문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