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서울 상암동 MBC사옥에서 노조원들이 김장겸 사장과 고영주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 퇴진을 촉구하는 집회를 하고 있다. 사진=임준선 기자
방통위는 이날 정부과천청사에서 전체회의를 열어 구 여권 이사 2명 사퇴로 공석이 된 방문진 이사직에 김경환 상지대 언론광고학부 교수와 이진순 민주언론시민연합 정책위원을 선임하기로 의결했다.
김경환 교수는 MBC 전문연구위원, KBS 뉴스옴부즈맨위원, 한국언론학회 총무이사 등을 지냈다. 정치스타트업 와글 대표인 이진순 정책위원은 MBC 방송작가 출신이다.
방통위는 방문진법에서 정한 결격사유 해당 여부를 확인한 후 이들을 임명할 예정이다.
방문진 이사진은 모두 9명으로 구성된다. 여권이 6명, 야권이 3명을 추천해 이사회를 꾸린다. 방문진 보궐이사 2명이 현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추천 인사들로 채워지면서, 방문진 이사진 구도는 구 여권과 구 야권 6대 3에서 4대 5로 역전됐다.
이사회가 재편됨에 따라 구 야권 이사 3인이 지난 24일 방문진 사무국에 제출한 고영주 이사장 불신임 결의안 통과가 가능해졌다. 뿐만 아니라 김장겸 MBC 사장 해임안도 처리 수순을 밟을 것으로 보인다.
해당 안건은 오는 11월 2일 열리는 정기 이사회에서 논의된다. 고영주 이사장 불신임안이 이사회에서 통과되면 고 이사장은 비상임 이사직만 수행하게 된다. 이미 현 여권에서 방문진 이사진 과반수를 차지한 상황이라 고영주 이사장에 대한 불신임 결의안은 무난히 처리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후 김장겸 MBC 사장 해임안도 안건에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안건 의결은 이사진 과반수 찬성이 있으면 가능하며, 고영주 이사장이 물러나더라도 이사진 중 최연장자 주도 하에 의결 절차를 밟을 수 있다.
다만 김장겸 사장이 해임 효력정치가처분소송에 나서면, MBC 사태는 법정으로 갈 수도 있다.
과학기술방송통신위원회 자유한국당 박대출 간사 등 소속 위원들이 26일 국회 정론관에서 일방적인 방문진 보궐이사 선임은 무효라 주장하며 투쟁의사를 밝히고 있다. 사진=박은숙 기자
한편 이번 보궐이사 선임으로 정치권 진통이 예상된다. 자유한국당은 MBC 경영진 교체를 문재인 정부의 ‘방송 장악 시도’로 규정하고 강력 반발하고 있다.
정우택 한국당 원내대표와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의원들은 이날 방통위의 방문진 보궐이사 선임을 막기 위해 방통위를 항의 방문했다. 이에 따라 오전에 예정됐던 과방위의 KBS와 EBS 국정감사는 파행을 빚기도 했다.
한국당은 방통위가 방문진 보궐이사 선임을 강행한 것에 항의하기 위해 이날 오후 긴급 의원총회를 열어 국감과 국회 본회의 일정 보이콧 여부를 논의할 계획이다.
주호영 바른정당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도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방통위가 독단적으로 이사를 선임한 전례가 없어 매우 유감스럽다”며 “이사 사임 과정에서 협박과 강요 등 불법 행위가 있었는지 조사해야 하고 이효성 방통위원장의 거취도 심각히 고려할 것”이라고 전했다.
민웅기 기자 minwg08@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