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영배] 68세 최호수 시니어부 최고령 우승…내셔널리그 MVP 김희수는 최강부 접수
덕영배 아마대왕전 시니어·여성부에서 우승한 최호수 선수.
그런 의미에서 ‘덕영배 아마대왕전’은 아마바둑대회 중 최고의 권위를 갖췄다고 할 수 있는 대회다. 35회라는 역사는 프로 대회에서도 찾기 힘든 전통이고, 아마랭킹 상위 전국 최강부 32명과 전국 시니어·여성부 32명의 선수들만 초청받기 때문에 바둑 좀 둔다하는 사람이면 누구나 초청받길 원하는 그런 대회다. 전국 최강부에 1000만 원, 시니어 여성부 우승자에게 주어는 500만 원의 우승상금도 매력적. 이만하면 국내 최고의 대회 중 하나로 꼽아도 부족함이 없다.
제35회 덕영배 전국아마대왕전이 11일과 12일 이틀간 대구시 중구 서문로 덕영치과병원 특별대국장에서 열렸다.
매일신문이 주최하고 덕영치과병원이 후원한 이 대회는 대한바둑협회 아마 랭킹 상위 전국 최강부 32명과 시니어·여성부 32명을 초청해 토요일 예선전을 거쳐 16명이 4라운드 스위스 리그 방식으로 진행됐다.
덕영치과병원의 원장이자 대구광역시 바둑협회장이기도 한 이재윤 회장은 “최고의 선수가 최고의 바둑을 둘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면서 “승부 외에도 이기회우(以棋會友)라는 말처럼 친구를 만드는 소통의 도구로 바둑을 이용하자”고 말했다.
대구 덕영치과병원 7층 대회장에서 제35회 덕영배 아마대왕전이 열렸다.
전국아마대왕전은 1980년대 초 창설됐으나 중간에 자금 문제로 어려움을 겪던 것을 1990년부터 이재윤 회장이 후원을 시작하면서 ‘덕영배 아마대왕전’으로 대회 명칭을 바꿔 이후 27년간 한 해도 빠짐없이 이어오고 있다. 대구광역시 바둑협회 회장, 대한바둑협회 수석부회장이기도 한 그는 덕영배 개최 외에도 내셔널바둑리그와 프로암리그 대구 덕영팀의 후원을 맡고 있으며 각종 바둑행사에 연간 2억 5000만 원을 후원하고 있다. 아마바둑계의 손 큰 후원자인 셈이다.
적지 않은 상금 1000만 원이 걸린 최강부에서는 최종 라운드에서 김희수가 임상규를 꺾고 우승을 차지했다. 연구생을 나와 올해 아마바둑대회에 모습을 내민 김희수는 부산시장배에 이어 올해 두 번째 우승. 올해 내셔널바둑리그에서도 김희수는 14승 3패 발군의 성적으로 MVP에 오르며 소속팀 서울 푸른돌의 정규시즌 우승을 이끌었다.
덕영치과병원의 원장이자 대구광역시 바둑협회장인 이재윤 회장.
메인대회는 전국 최강부였지만 대회 최고의 화제는 시니어·여성부에서 나왔다. 부산의 강자 최호수가 첫날 2연승으로 가볍게 예선을 통과하더니 이튿날 열린 본선에서도 4연승을 거두며 우승컵을 들어 올린 것이다. 최호수 선수의 올해 나이는 1950년생이니까 68세. 정식으로 집계되지는 않았지만 아마추어 바둑대회 사상 최고령 우승일 것이다.
사실 최호수는 독특한 이력의 소유자다. 그는 1970년대 말부터 90년대 초까지 최철수라는 이름으로 지하 바둑세계를 누비는 ‘내기 바둑꾼’으로 유명했다. 그는 프로에 버금가는 막강한 실력을 갖추고 있었음에도 공식 대회보다는 내기 바둑을 즐겼다. 결승전 전 심판위원 김신영 초단이 “기자님, 시니어 결승전에 처음 뵙는 모르는 분이 올라왔어요?”라고 물었는데 입단 전 아마대회를 제법 누빈 김신영 초단도 모를 정도로 베일에 가린 인물이었던 것이다.
“요즘은 내기 바둑을 두지 않는다. 기원에 나가면 요즘 하수들은 칫수를 유리하게 맞춰 내 돈을 따먹으려고 든다. 아마대왕전 출전은 수십년 만이다. 작년 내셔널바둑리그 부산 이붕장학회 선수로 뛰었더니 팀에서 차비도 주고 출전비도 보조해주더라. 그게 재밌어서 올해도 열심히 두었는데 그 사이 바둑이 는 모양”이라며 껄껄 웃었다.
내로라하는 아마 고수들이 총출동한 탓에 올 한 해 아마바둑계의 달라진 판도도 덕영배를 통해 읽을 수 있었다.
주니어들이 주를 이룬 전국 최강부에서는 지난대회 우승자 최광호와 김정훈, 조남균 등 소문난 강호들이 부진했던 반면 현 아마랭킹 1위 문종호를 비롯해 임상규, 최우수, 이상빈 등 상위랭커들은 이름값을 해냈다.
또 시니어·여성부에서는 자타공인 랭킹1위 조민수가 첫날 차은혜에 이어 김세현에게도 패해 예선탈락하는 이변이 일어났고 대구의 강자 조병탁, 박영진, 박강수도 홈그라운드의 이점을 살리지 못했다.
유경춘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