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대우증권 인수로 기선…김, IB 진출 한걸음 앞서
박현주 미래에셋 회장(왼쪽)과 김남구 한국금융지주 부회장.
한국투자증권은 지난 13일 초대형투자은행(IB)의 핵심업무 가운데 발행어음 인가를 받았다. 4조 원 이상 자기자본을 가진 증권사 가운데 유일하다. 미래에셋대우, NH투자, KB증권은 ‘초대형IB’ 인가는 받았지만 발행어음 인가는 받지 못했다. 발행어음은 손쉽게 저리의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수단이다.
금융투자업규정은 금융회사의 신규 사업 진출 때 ‘최대주주가 최근 1년간 기관경고 조치 또는 최근 3년간 시정명령이나 중지명령, 업무정지 이상의 조치를 받은 사실’이 있으면 대주주 결격 사유가 된다.
금융감독원은 미래에셋대우의 유로에셋투자자문사 옵션 상품 관련 불완전판매 혐의에 대한 제재 결과가 나온 뒤 인가심사를 진행할 것으로 전해졌다. 그런데 제재심의위원회를 주재하는 수석부원장이 공석이다. 최근 열린 제재심의위원회에서도 수석부원장 부재로 미래에셋대우 안건은 논의되지 못했다.
금융투자업 규정은 또 최근 5년간 파산절차를 밟은 기업 주요주주가 이에 직간접 관련된 경우 금융투자업인가를 불허한다. 한국투자증권은 계열사인 코너스톤에쿼티파트너스가 2015년 파산했다. 하지만 한투증권이 아닌 한국금융지주의 자회사라는 점에서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평가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또 카카오뱅크 예비인가 과정에서 이미 대주주 적격성이 통과됐던 전력이 도움이 됐다는 풀이도 있다. 결국 미래에셋은 금감원에 발목이 잡히면서 발행어음 시장 선점권을 한투에 내준 셈이다.
문제는 이에 그치지 않는다. 만약 미래에셋대우에 3년간 ‘대주주 결격’으로 이어질 금감원 제재가 내려지면 종합투자계좌(IMA)와 부동산담보신탁 인가까지 늦춰진다. 미래에셋대우의 자기자본은 7조 3000억 원 수준이다. 현재 수익력으로 볼 때 2~3년 안에 8조 원 달성이 가능할 수 있다.
한투의 자기자본은 4조 3000억 원 정도로 8조 원까지는 거리가 멀다. IMA를 미래보다 먼저 인가받을 가능성은 낮다. 하지만 한국금융지주가 지배하는 카카오뱅크는 시중은행이 하는 업무를 모두 할 수 있는 ‘일반은행’ 면허다. 원칙적으로 부동산담보신탁 업무를 할 수 있다. K뱅크 특혜 논란으로 인터넷은행에 대한 은산분리 완화는 상당 기간 어려워졌다. 은산분리 완화가 안 되면 한국금융지주는 카카오뱅크 경영권을 카카오에 넘길 수 없다. 미래에셋대우가 선점하지 못하면 또 선수를 빼앗길 수 있는 셈이다.
최열희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