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투자 줄고 해외 자산 증가…“사촌간 경영권 다툼 가능성”
이명박 전 대통령 아들 이시형 씨. 일요신문DB
박근혜 정부 들어 다스는 이명박 정부 때와 비교해 성장세가 둔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명박 정부 출범 직후인 2009년 감사보고서 기준 4139억 원의 매출을 올린 다스는 2011년 매출 6491억 원으로 50% 이상 성장했다. 그러나 박근혜 정부 들어서는 2013년 매출 7746억 원, 2015년 8737억 원으로 13%가량 성장하는 데 그쳤다. 지난해에는 8379억 원의 매출로 마이너스 성장했다. 영업이익 또한 같은 기간 58억 원에서 34억 원으로 줄었다.
국내 성장이 사실상 한계에 부딪힌 다스는 폭스바겐과 접촉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다스 사정에 밝은 한 인사는 “다스가 독일 현지에 약 2000억 원을 들여 공장을 세우고 폭스바겐에 직접 납품하는 조건”이라며 “본사 이전을 위한 계획이 오래전부터 실행돼 왔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인사는 “이미 다스는 국내보다 해외 사업 비중이 높다”며 “반드시 회사가 국내에 있어야 할 이유는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폭스바겐코리아 측은 “독일 본사에 문의해야 할 사항”이라며 “사업 파트너와 계약 문제는 대외비”라고 답했다.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완성차 공장과 부품 공장은 거리가 가까울수록 좋다. 품질 관리가 용이하고, 물류비가 절감돼 제품 원가를 낮출 수 있어서다. 현대차도 해외 공장 설립 시 국내 협력사와 동반 진출한 사례가 적지 않다. 다스가 독일에 공장을 세우면 폭스바겐뿐 아니라 벤츠, BMW 등을 상대로도 영업망을 확대할 수 있다. 이번 폭스바겐 납품 건을 자동차업계가 주목하는 이유다.
다스는 2004년 중국 베이징에 해외 1호 공장(대세기차부건)을 설립한 뒤 2006년 인도와 미국, 2013년 체코와 브라질, 2015년 터키 등 생산라인을 넓혔다. 설립 당시 매출 135억 원에 불과하던 중국법인 대세기차부건은 9년 뒤인 2013년 매출 1805억 원으로 10배 이상 성장했다. 다스는 2011년과 2012년 잇따라 중국 2호 공장(문등대세기차배건)과 3호 공장(강소대세기차부건)도 세웠는데 지난해 기준 다스 중국법인의 매출은 3000억 원에 달했다. 다스 중국법인 대표는 이시형 씨다.
11월 15일 취재진에 둘러싸인 이명박 전 대통령. 일요신문DB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다스 해외법인 9곳의 총 자산 규모는 2016년 기준 6247억 원이다. 이는 다스 국내법인 자산 총액인 5770억 원보다 많다. 그런데 다스 중국법인을 제외하고 가장 많은 매출을 올린 미국법인(매출 2686억 원)과 체코법인(매출 1290억 원)은 나란히 자본(-53억~52억 원) 대비 부채(619억~1450억 원)가 월등히 많은 ‘부실 계열사’로 나타났다. 쉽게 말해 빚으로 회사를 세운 것이다.
다스 국내법인은 이들 해외 계열사에 대해 1500억 원 규모의 지급보증을 서고 있다. 그러나 일부 계열사는 자본잠식이 심해 회계상 ‘대손충당’ 처리하고 그 손실을 다스가 떠안았다. 200억 원이 넘는 브라질 공장에 대한 투자 회수를 포기한 것이 대표적이다. 다스는 2015년과 2016년 각각 285억 원, 286억 원을 대손충당 처리했다. 즉 매년 국내 자산이 ‘투자 손실’ 명목으로 해외로 빠져 나간 셈이다. 앞의 다스 사정에 밝은 인사는 “인도법인을 제외하고 남은 해외법인은 모두 이시형이 장악했다”고 말했다.
다스 해외 본사 이전설은 2011년 정치권에서 처음 제기됐다. 실소유 논란을 빚고 있는 다스가 국내 감시망을 피해 조세회피처인 싱가포르로 이전할 것이란 내용이다. 이 주장의 근거가 된 회사는 2005년 9월 싱가포르에 설립된 1달러짜리 페이퍼컴퍼니 Intier DAS SEATING SYSTEMS Co.Pte .Ltd.(인티어 다스)다. 앞서 다스는 “외국계 자동차 회사와 합작투자를 하겠다”며 인티어 다스를 만들었지만 투자 유치가 무산되면서 서류상 회사만 남겼다. 인티어 다스는 다른 다스 법인을 지배하고 있으며, 해외법인의 자금 중개와도 연관이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즉 다스가 마음만 먹으면 조세회피처 등을 통해 자금을 움직일 수 있는 셈이다. 다스 측은 “어떤 내용을 물어도 답변할 사람이 없다”고 했다.
한편 다스가 본사를 이전하기 위해선 넘어야 할 산이 적지 않다는 의견도 나온다. 가장 큰 쟁점은 이상은 다스 회장의 아들 이동형 씨의 반발이다. 이동형 씨는 다스 해외법인을 이시형 씨가 장악한 데 이어 자신이 대주주로 있는 에스비글로벌로지스에 대해 다스가 ‘입김’을 넣자 주변에 고충을 토로한 것으로 전해진다. 최근 부사장으로 강등되는 과정에선 책상까지 빼려 해 다스 안팎에서 논란이 확대됐다. 다스 사정에 밝은 다른 인사는 “현재 이동형 씨에게 실권이 없지만 만약 이상은 회장과 함께 소유권을 주장하면 다스 내부에서 경영권 분쟁이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강현석 기자 angeli@ilyo.co.kr
[단독] 다스 해외 자산 증식 ‘열쇠’ 쥔 에스비글로벌로지스 짜고 치는 ‘클레임’…해외 계열사 지원·협력사 강탈 의혹 경북 경주시 외동읍의 (주)다스 3공장 정문 모습. 일요신문DB 다스 협력사인 물류·포장업체 에스비글로벌로지스는 다스 해외 자산 증식의 핵심 축이란 의혹을 받고 있다. 에스비글로벌로지스는 이시형 씨가 최대주주로 있는 에스엠과 같은 주소지를 쓰고 있는데 <일요신문>은 지난 10월 14일 ‘[단독] 이명박 아들 이시형 ‘제2의 다스’ 설립 확인’ 기사에서 에스비글로벌로지스가 출처불명의 자금 1485억 원을 다스에 지급한 정황을 보도한 바 있다. 이후 다스는 정정공시를 통해 에스비글로벌로지스에서 지급받은 돈을 7500만 원이라고 수정했지만 논란은 가라앉지 않고 있다. 2006년 성보라는 이름으로 설립된 에스비글로벌로지스는 2010년 이시형 씨가 다스에 입사하면서 에스비글로벌로지스로 사명이 바뀌었다. 성보는 당초 Y 사, 또 다른 Y 사와 함께 다스 제품 포장 업무를 맡았는데 에스비글로벌로지스가 되면서 두 Y 사에 하청을 주고 있다. 즉 에스비글로벌로지스가 다스와 두 Y 사 사이에서 중간 마진을 챙기는 구조다. 또 에스비글로벌로지스는 다스에서 물류 업무를 맡던 J 사, 또 다른 J 사에도 일감을 주고 있는데 이 역시 중간 관리비를 챙기기 위해 물류 채널을 장악했다는 말이 나온다. 2009년 다스는 제품 운반비(물류비)로 64억 원, 포장비로 55억 원을 지출했다. 그런데 이시형 씨 입사 이후인 2011년 운반비는 121억 원, 포장비는 113억 원으로 2배가량 급증했다. 2011년부터는 운반비가 200억 원이 넘었고, 포장비도 150억 원에 육박했다. 이 돈의 약 70%는 고스란히 에스비글로벌로지스의 매출로 이어졌다. 이시형 씨 입사 직후인 2010년과 2011년 다스는 당초 10억 원대였던 ‘판매보증충당부채’를 78억~86억 원으로 늘렸다. 판매보증충당부채는 납품한 제품에 클레임이 생길 시 이를 처리하기 위해 사용하는 돈이다. 즉 이시형 씨 입사 후 갑자기 클레임이 늘어난 것이다. 다스의 이 같은 클레임 증가는 해외 투자 확대와 연관이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먼저 다스 해외 계열사가 다스에 클레임을 걸고 다스가 그 손실을 보전하면 해외 계열사는 그만큼 이득을 본다. 이어 다스는 손실 부분에 대해 에스비글로벌로지스 등 국내 하청업체에 책임을 묻는다. 이 과정에서 클레임이 다수 발생하면 다스 하청업체는 영업에 타격을 입는다. 실제 다스 협력업체였던 다온은 다스의 클레임으로 재정난이 이어지다 이시형 씨 회사 에스엠에 인수됐다. 옛 다온 관계자는 “클레임이 과도했는지 여부에 대해선 판단하기 나름이지만 당시 불량률이 높았던 것은 맞다”고 말했다. 에스비글로벌로지스는 클레임으로 얼핏 손해를 입는 것 같지만 또 다시 해외 납품을 위한 포장·운송 일감을 맡게 되면서 이득을 남긴다. 에스비글로벌로지스의 지난 3년간 영업이익은 28억~35억 원이다. 또 해외 운송 중인 제품은 회계상 다스 재고자산으로 처리되지만 결과적으로 해외법인에 인계된다. 다스 측은 “어떤 내용을 물어도 답변할 사람이 없다”고 했다. [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