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 다스 실소유 정황 또 드러나…100억 횡령의혹 MB계 임원들 수사 의뢰 않고 해임
MB 측은 지난 검찰 수사 결과를 토대로 “다스는 MB의 형인 이상은 회장이 설립한 회사며, 다스의 BBK 투자는 MB와 무관하다”고 주장한다. 사진=청와대
경찰과 다스 사정에 밝은 인사들의 말을 종합하면 2007년 2월 이상은 다스 회장은 경북 경주에서 뺑소니 사고를 냈다. 이 회장은 MB 큰형으로 다스 지분 47.26%를 가진 최대주주다. 당시 이 회장은 경주 보문관광단지에서 동천동 방향으로 차를 몰다 지나가던 행인을 치어 상해를 입히고 현장을 빠져나갔다. 피해자는 즉시 경찰에 신고했고, 신고를 접수한 경주경찰서는 이 회장의 뺑소니 사실을 다스에 알렸다.
하지만 이 사건은 피해자의 병원 진료 기록이 없는 경미한 사건이란 이유로 내사 종결됐다. 언론 노출은 없었다. 2007년 2월은 MB가 17대 대선을 앞두고 박근혜 전 대통령과 한나라당(현 자유한국당) 17대 대선후보 경선을 준비하던 때다. 같은 해 8월 이 회장은 경주 보문관광단지 순환도로를 달리던 중 또 다시 교통사고를 냈다. 경찰 관계자는 “뺑소니 사건은 운전자 입건이 원칙”이라고 말했다.
공교롭게도 당시 경주경찰서 최고 지휘라인에 있던 간부는 2008년 이명박 정부가 출범하자 청와대 요직에 중용됐다. 이 간부는 “내사 종결된 사건에 대해 보고받지 못했고, 8월(이 간부는 사고 시점을 11월로 기억했다) 사건은 이 회장이 가로수를 들이받은 단순 사고였다”고 말했다. MB와 가까운 한 인사는 “평소 이 전 대통령이 큰형(이 회장)의 돌발행동을 경계했다”고 했고, 또 다른 인사는 “대선을 앞두고 MB가 다스를 자주 찾았다”고 증언했다.
다스는 1990년대부터 공동대표 방식으로 운영됐다. 최대주주는 이상은 회장이지만 진짜 실세는 ‘자금줄’을 쥔 김성우 전 다스 사장이었다고 관계자들은 입을 모았다. 김 전 사장은 현대건설 출신 ‘재무통’으로 이 전 대통령이 직접 영입한 전문경영인이다. BBK특검 때는 MB의 ‘자금 관리인’이란 의혹을 받기도 했다.
법인등기부등본을 보면 김성우 전 사장은 1996년부터 이상은 회장과 다스 공동대표를 지냈다. 그런데 17대 대선이 끝난 직후인 2008년 4월 김 전 사장은 돌연 공동대표직에서 해임됐다. BBK특검 당시 김 전 사장과 함께 조사받은 권승호 전 전무도 같은 날 해임됐다. 이들 자리는 이 회장의 아들 이동형 씨(현 다스 부사장)와 이 회장의 측근으로 알려진 이문성 씨가 채웠다. 이 회장은 이 무렵 다스 공동대표 규정을 없애고, 단독 대표가 됐다. 표면적으로 “MB가 다스 실소유주”라는 주장에 배치되는 일들이다.
그러나 김 전 사장 해임 전후 과정을 살피면 이 회장에게 과연 실권이 있었는지에 대한 의혹이 짙어진다. 특검 수사 종료 직후인 2008년 3월 다스는 차명으로 의심되는 여러 계좌에서 100억 원 이상을 입금받은 것으로 전해진다. 다스 내부적으로는 비자금 논란이 확대됐고, 회사 자금 담당이던 김 전 사장과 권 전 전무는 직격탄을 맞았다. 이 회장은 이 같은 사실을 뒤늦게 보고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심상정 정의당 의원은 국회 국정감사에서 40개의 차명계좌와 120억 원 규모의 다스 비자금 조성 의혹을 제기했다. 2008년 다스는 이미 이 같은 의혹을 인지하고 자금 담당 임원을 경질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다스는 100억 원대 횡령 의혹을 받는 두 임원에 대해 수사 의뢰를 하지 않았다. 다스가 2003년 BBK 사건 당시 투자금 140억 원을 돌려받기 위해 미국 법원에 투자금 반환 소송을 제기한 것과 대비된다.
또 이상은 회장 단독 대표 체제는 불과 4개월 만에 막을 내렸다. MB 매제인 김진 전 다스 부사장은 2008년 8월 다스 공동대표에 등기됐다. 이듬해에는 MB 최측근이자 서울메트로 사장을 지낸 강경호 전 코레일 사장이 다스 공동대표로 부임했다.
다스는 1990년대부터 공동대표 방식으로 운영됐다. 최대주주는 이 회장이지만 진짜 실세는 자금줄을 쥔 김성우 전 다스 사장이었다고 관계자들은 입을 모았다. 사진 경주 다스 공장 전경. 일요신문DB
그러나 MB 측은 지난 검찰 수사 결과를 토대로 “다스는 MB의 형인 이 회장이 설립한 회사며, 다스의 BBK 투자는 MB와 무관하다”고 주장한다. 이명박대통령재단이 보낸 ‘BBK 관련 자료’에 따르면 다스는 2000년 4월 27일~12월 30일 모두 190억 원을 BBK에 투자했다. 재단은 이 190억 원의 출처를 다스 정기예금, 만기해약금, 납품대금, 이상은 회장의 가지급금 회수금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다스는 2000년 4월 27일~6월 8일 50억 원, 같은 해 10월 10일 50억 원을 투자했고, 12월 28일에도 80억 원을 보탰다. 12월 30일에는 최종적으로 10억 원을 김경준 씨가 설립한 역외펀드에 송금했다. 앞서 BBK 특검은 MB 차명 소유 의혹이 일었던 도곡동 땅 매각대금이 BBK 투자에 사용됐는지 조사했지만 별다른 혐의점을 찾지 못했다.
하지만 BBK특검이 이 회장의 가지급금으로 판단한 ‘10억 원’에 대해 기존 수사 결과를 뒤집는 주장이 나온다. 가지급금이란 회사가 대주주나 경영진 등 특수관계인에게 용도 지정 없이 임시로 빌려주는 돈이다. 일종의 가불인 셈이다. 다스 사정에 밝은 앞의 인사는 “이 회장은 당시 자금 운용에 대한 실권이 전무했고, 한 달에 사용 가능한 판관비(판매관리비) 규모도 수백만 원으로 제한됐다”고 밝혔다. 즉 이 회장이 개인 판단으로 10억 원이나 되는 회사 돈을 가불했을 가능성이 낮다는 것이다.
더구나 다스는 2000년 수차례에 걸쳐 BBK에 190억 원을 투자하고, 이 가운데 50억 원만 다음해에 돌려받았는데 남은 140억 원에 대해선 당장 회수가 어렵다고 판단해 전액 손실 처리했다. 이는 2003년 1월 다스가 김경준 씨를 사기 혐의로 검찰에 고발한 배경이다. 그런데 당시 BBK 투자에 관여하고, 자금 운용을 총괄한 김 전 사장은 회사에서 어떤 징계도 받지 않았다.
또 MB는 2000년 2월 김경준 씨와 BBK 투자사인 LKe뱅크를 설립하고, 30억 원을 들여 LKe뱅크 지분 50%를 확보한 뒤 이중 3분의 2만 서류상 회사(A.M파파스)에 팔아 50억 원의 수익을 냈다. 그러나 MB에게 수익을 안긴 서류상 회사의 자금 조달 방법이 불분명한 점, LKe뱅크 설립 당시 김경준 씨에게 돈이 없었다는 점 등은 이 같은 지분 거래 과정에 다스 자금이 쓰인 것 아니냐는 의혹과 연결된다.
다스를 둘러싼 수상한 자금 흐름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MB 아들 이시형 씨가 최대주주로 있는 에스엠 계열사 다온에는 다스가 34억 원, 금강이 16억 원을 각각 빌려준 것으로 나타났다. 금강은 MB 처남 고 김재정 씨의 부인 권영미 씨가 최대주주(지분 64%)로 있는 자동차 부품회사다. 권 씨는 다스 지분 23.6%도 보유해 2대 주주에 올라 있기도 하다. 즉 다스 최대주주와 2대 주주 모두 이 씨 회사를 돕고 있는 것이다. 다스 계열사 가운데 본사 차원의 자금 지원이 확인된 곳은 에스엠이 유일하다.
또 MB 여동생인 이말분 씨는 2013년 3월 서울 은평구 진관동 아파트 1채를 6억 원에 매입한 것으로 확인되는데 중국 선양에서 20년 넘게 선교활동을 한 이말분 씨가 갑자기 국내 주택을 매입한 경위에 대해서도 여러 해석이 뒤따른다. 앞서 MB는 2007년 대선 경선 과정에서 은평구 진관동 일대 부동산을 매입한 사실이 드러나 투기 의혹을 받기도 했다.
강현석 기자 angeli@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