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아인, 전직 연습생 한서희와 신경전…몇몇 커뮤니티에선 유아인 위상 높아지기도
지난 11월 18일 유아인이 던진 농담이 ‘애호박게이트’가 돼 남혐과 여혐 논란으로 번졌다. 사진=유아인 트위터
사건은 지난 11월 18일, 이른바 ‘애호박게이트’로 알려진 유아인의 SNS 설전에서 시작됐다. 한 트위터 이용자가 쓴 “유아인은…그냥 한 20미터 정도 떨어져서 보기엔 좋은 사람일 것 같다…친구로 지내라면 조금 힘들 것 같음…막 냉장고 열다가도 채소 칸에 뭐 애호박 하나 덜렁 들어 있으면 가만히 들여다보다가 갑자기 나한테 혼자라는 건 뭘까? 하고 코 찡끗할 것 같음”이라는 글을 본 유아인이 “애호박으로 맞아봤음?(코 찡끗)”이라는 답글을 달면서부터다.
순식간에 트위터에서 유아인의 ‘인성 논란’이 불거졌다. 단순히 재미삼아 쓴 농담 글에 배우 본인이 직접 “애호박으로 맞아 봤냐”는 협박성 답글을 단 것에 불편함을 표시한 것. 트위터는 시스템 특성상 검색어를 입력하지 않으면 자신이 팔로하지 않는 이용자들의 글을 대부분 볼 수 없게 돼 있다. 유아인은 ‘애호박’이 아니면 ‘유아인’이라는 자신의 이름을 검색해서 이와 같은 글을 보게 됐고, 그에 따라 자신 역시 장난스럽게 답글을 단 것으로 추측할 수 있다.
그러나 ‘맞아 봤냐’라는 그의 장난스런 말이 함의하고 있는 폭력성이 문제가 됐다. 일부 이용자들은 “그런 말을 쓰면서 장난이라고 생각하는 것 자체가 잘못됐다. 애호박으로 맞아 봤냐는 뜻은 뭐고 목적은 뭐냐” “사람 자주 때려 봤나 보네” “남자가 ‘맞아 볼래?’라고 한 말은 그냥 하는 말이 될 수 없다. 엄청난 위협이 됨과 동시에 당신의 사람 됨됨이가 다 드러난다” 등등의 글로 유아인의 발언을 지적했다.
다소 비약된 해석이라는 비판도 있을 수 있다. 그렇지만 이미 유아인 전에 강남의 여성 연예인들을 향한 “패고 싶다” 발언, 신인 보이그룹 JBJ 소속 노태현의 “(여성 팬들) 탈덕하면 이렇게 맞아요” 발언 등으로 인해 농담일지라도 ‘폭력적인 언사’에 대한 대중들의 거부감이 화제가 된 바 있다. 유아인 역시 앞선 논란 연예인들처럼 대중들이 불편해 한 점을 인정하고 사과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유아인은 자신을 둘러싼 대중들의 비판에 정면으로 맞서는 것을 선택했다. 그것도 자신에게 비판의 목소리를 낸 대중들을 ‘메갈(메갈리아. 2014~2016년까지 운영된 온라인 여성우월주의 커뮤니티)’이라 낙인찍은 뒤 정면돌파를 시도했다.
SNS상으로 페미니스트들과 설전을 벌이면서 유아인은 단숨에 남성 진영의 ‘선봉장군’으로 떠올랐다. 사진=유아인 인스타그램
이 직후부터 유아인에게 애호박 언급을 문제 삼으며 지적 댓글을 달면 유아인으로부터 직접 답글을 받을 수 있었다. “가만히 있으면 반이라도 간다는데…”라는 글에는 “너는 왜 가만히 안 있니? 반이라도 가지”라는 답글을, “유아인 진짜 쓸데없는 말해서 신세 조진다”는 글에는 “내 신세, 아님 네 신세? 뭐가 더 나은 신세일까?”라는 답글을 달았다.
대부분 유아인을 비판하는 사람들이 페미니스트를 상징하는 이모티콘을 달고 있었기 때문에 유아인의 SNS 설전은 남혐 vs 여혐 구도로 소비됐다. 특히 “개소리 포장해서 멋있는 척하는 전형적인 한남 짓 그만”이라는 글에는 “증오를 포장해서 페미인 척 메갈짓 이제 그만”이라고 답글을 달아 이목을 집중시켰다. 메갈리아가 사회적 이슈로 떠올랐던 3년 동안 직접적으로 이를 언급해 비판을 가한 유명 남성 연예인은 유아인이 최초다.
여기서부터 그간 온라인상에서 여성들의 ‘남혐’에 거부감을 보이던 남성들도 환호의 목소리를 냈다. 한국에서 가장 민감한 병역 문제와 관련한 논란이 약 7개월 동안 이어진 뒤에야 ‘면제’로 정리됐던 유아인이었던 만큼 그에 대한 일반 남성들의 반감이 상당했다. 병역과 관련 없는 유아인의 활동 기사에도 늘 병역 관련 비꼬는 댓글이 달릴 정도였다. 그러나 ‘애호박게이트’에 이은 ‘메갈과의 SNS 전쟁’이 발발하면서 그 선봉장으로 유아인을 받아들인 것. 인기 있는 남성 연예인이 직접 페미니스트를 부정하고 ‘메갈’이라고 비난한 글은 순식간에 리트윗 6700여 회를 넘을 정도로 큰 파장을 일으켰다.
이런 상황에서 대마초 흡연 유죄와 페미니스트 선언으로 웬만한 연예인보다 더 유명해진 전 아이돌 연습생 한서희가 참전했다. 지난 11월 24일 한서희는 유아인의 “여성이니까 여성 인권에만 힘쓴다는 말은 남성들에게 남성이니까 남성 인권에만 힘쓰라는 말과 같다”라는 트위터 글에 “여성이니까 여성인권에만 힘쓰죠. 흑인한테 백인 인권 존중하는 흑인 인권 운동하라는 거랑 뭐가 다른 건지. (중략) 페미 코스프레하고 페미 이용한 건 내가 아니라…ㅎ”라는 글로 응수했다. “증오를 포장해서 페미인 척하는 메갈짓 이제 그만”이라는 유아인의 앞선 글에 대한 반박이기도 했다.
한서희는 대마초 흡연으로 집행유예를 선고 받은 뒤 SNS를 통한 페미니스트 활동을 이어왔다. 지난 11월 초순에는 국내 1호 트랜스젠더 연예인 하리수와 ‘트랜스젠더를 여성으로 판단해야 하는가’라는 주제로 논쟁을 벌여 관심이 집중되기도 했다. 이후 트랜스젠더와 동성애자 등 성소수자를 모두 페미니즘에 포함시켜야 한다는 강성 성소수자 옹호 집단과 갈등을 빚으면서 “이럴 바엔 페미니스트를 그만두고 싶다”고 호소했던 바 있다. 다시 페미니스트로 돌아온 직후에 유아인과 한 판 붙게 된 것이다.
유아인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유아인이 한서희의 참전을 보고 지난 11월 26일 자신의 SNS에 올린 글은 의미심장했다. ‘그 분노 마음껏 태우시라고, 다시 전해드리는 #선물’이라고 적힌 그의 글에는 #선물이라는 단어 옆에 알약 이모티콘이 그려져 있다. 유아인이 공식적으로 밝히진 않았으나 대마초 흡연 혐의로 집행유예가 선고된 한서희를 저격한 글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유아인과 남혐, 여혐 설전이 붙었던 한서희가 자신을 겨냥한 댓글에 ‘좋아요’를 누른 유아인의 글을 캡처해 SNS에 올렸다. 한서희와 유아인은 열 살 가까이 차이난다. 사진=한서희 인스타그램
여기서 멈췄으면 남혐과 여혐의 선봉장으로만 남았을 텐데 기어이 유아인이 한서희를 저격한 다른 네티즌의 댓글에 ‘좋아요’를 누른다.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몰려온 네티즌들을 겨냥해 “한XX 시녀들 또 난리치고 있네”라는 댓글이었다. 이 사태는 한서희가 유아인의 글을 그대로 퍼간 뒤 “아 삼촌!!”이라고 비웃는 데서 종료됐다.
트위터에서 유아인이 ‘애호박게이트’를 연 직후 트위터의 실시간 검색어에는 ‘누가 유아인’이라는 말이 순위권에 들었다. 자신을 향한 속사포같은 비난에 못 이긴 유아인이 속사포처럼 트위터에 글을 올리자, “제발 누가 유아인한테 SNS 좀 그만두라고 말해 달라”는 호소 글들이 대거로 게시되면서 결국 실시간 검색어 순위권에까지 오르는 기염을 토한 것. 여기에 남혐과 여혐 논란으로까지 이어지면서 결국 10살 가까이 어린, 그것도 연예인이 아닌 아이돌 연습생 출신 일반인 한서희와 상처뿐인 싸움만 벌인 셈이 됐다.
그러나 11월 27일 현재까지도 유아인은 반(反) 남혐의 선봉에 선 것과 동시에 여전히 열려있는 ‘애호박게이트’를 본인이 직접 이끌고 있다. 이날 유아인은 트위터에 “저의 애호박에 신체적, 정신적 피해 보신 분들이 계신다면 기꺼이 사과하겠습니다. 피해에 대해 타당하고 논리적인 정황 증거를 수집하여 저의 소속사로 컨택하시기 바랍니다”라는 글을 남겨 또 다른 논란을 낳고 있다. 여기에 더해 자신의 언어에 피해를 입었다면 여성임을 직접 밝히고 피해 사실을 입증하라고도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유아인을 비난해 왔던 극우 성향 커뮤니티 일간베스트는 이번 사태로 유아인을 응원하고 지지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사진=일간베스트
한편 처음으로 온라인의 ‘남혐 여혐 논란’에 입을 연 남성 연예인이라는 이유로 남성 커뮤니티 내에서 유아인의 위상이 상당히 높아졌다. 유아인의 병역 문제와 정치적 성향 등을 문제 삼아 비난해 왔던 극우 커뮤니티 ‘일간베스트’에서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유아인을 ‘킹아인’ ‘아인장군’으로 부르며 “병역 면제된 건 사이버 사령부 최전방에 근무한 것으로 해주자”라는 우호적인 분위기로 선회했다. 일간베스트와 대척점에 있던 진보 성향 커뮤니티 ‘오늘의 유머’ 역시 이번 사건과 관련해서 일간베스트와 같은 입장을 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유아인으로 온라인 좌우 커뮤니티가 하나가 됐다는 우스갯소리도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김태원 기자 deja@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