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녀 ‘다리’ 놔주면 매출은 ‘양다리’
▲ 작은사진 위부터 남녀들의 ‘그룹 여행 패키지’, 골프 만남 이벤트에 참가한 남녀, 회원제 싱글즈 바. | ||
일본의 ‘게쓰쿠’(후지TV에서 월요일 9시에 방영되는 드라마를 뜻함)에 일본 최고의 그룹 스맙(SMAP)의 멤버 나카이 마사히로가 떴다. 이외에도 우에토 아야와 사토 류타 등 내로라하는 일본 드라마의 간판스타들이 대거로 출연해 화제를 모았던 드라마의 제목이 바로 ‘곤카쓰’다. 취직을 위해 결혼을 해야만 하는 남자가 ‘곤카쓰’를 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들을 코믹하게 연출한 이 드라마는 일본의 새로운 사회현상을 캐치하고 있다. 그리고 이런 움직임에 발맞춰 다양한 업종에서 결혼적령기의 남녀를 타깃으로 한 새로운 비즈니스를 기획 중이다.
‘곤카쓰’ 비즈니스의 중심인 결혼정보 서비스 업계에서는 특화된 서비스로 회원몰이에 한창이다. 그 첫 번째가 연애활동 지원 서비스다. 딱딱한 맞선형식의 자리에 거부감을 느끼는 젊은 연령층을 위해 업체가 남녀 지원자들을 모아 미팅을 진행한다. 결혼 상대자가 아닌 연애상대자를 찾겠다는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할 수 있어 인기다. 미팅 주선 사이트 ‘러시’는 일정 금액을 지불하고 회원가입을 하면 원하는 조건의 이성이나 그룹을 검색해 미팅을 신청할 수 있고, 신청을 받은 쪽에서 수락하면 ‘러시’의 중개로 미팅이 이루어진다. ‘러시’에서는 맛집이나 분위기 있는 레스토랑 등을 소개하고 지원자들의 다양한 취향과 스케줄에 맞춰 장소와 일정을 조율해준다. 즉 미팅의 예산이나 분위기도 지원자의 입맛대로 골라서 참여할 수가 있는 것이다.
두 번째 셀레브 특화서비스는 여성고객을 끌어들이기 위해 고수입의 남성고객을 유치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위시 요코하마’는 남성회원의 입회기준을 연수입 600만 엔(약 7800만 원)이상으로 설정해뒀다. 반년에 30만 엔(약 390만 원)이라는 비싼 회원비에도 불구하고 좋은 조건의 남성을 만나려는 여성들의 지지가 높다고 한다.
마지막으로 각종 이벤트를 활용한 만남 주선 서비스가 있다. 자연스러운 만남을 원하는 남녀를 위해 다양한 이벤트를 개최하는 곳이다. ‘파트너 에이전트’에서는 바쁜 일정에 쫓기는 오피스 남녀들을 위해 아침에 만남파티를 실시하는 ‘모닝 곤카쓰’, 마라톤이나 골프를 통해 만나는 ‘러닝 곤카쓰’, ‘골프 곤카쓰’, 쓰레기 줍기 등의 자원봉사활동을 통한 ‘에코 곤카쓰’, 일본전통의 고급 요리를 먹으며 본인의 자랑을 늘어놓는 ‘잘난 척하기 연회’ 등을 기획하고 있다. 단순한 만남뿐만이 아니라 스포츠나 자원봉사 등의 보람된 일과 재미있는 테마의 연회를 함께 즐길 수 있어 참여한 회원들의 반응이 좋다고 한다.
‘곤카쓰’붐으로 톡톡히 덕을 보고 있는 것은 결혼정보 서비스 업체뿐만이 아닌 ‘곤카쓰’로 인해 파생되기 시작한 주변의 비즈니스들이다. 음식점과 백화점, 여행사와 야구장까지 그 시장은 점점 넓어져 가고 있다.
동경 롯폰기에 위치한 회원제 싱글즈 바 ‘그린’은 오픈한 이래 반년째 적자를 기록하다가 ‘결혼이 성사되는 바’라는 홍보를 시작하자 예약이 힘들 정도의 인기를 얻고 있다. 남성은 30~40대, 여성은 20대 후반에서 40대 전반까지가 중심으로 남녀의 비율은 4:6 정도다. 남녀가 동석하게 되는 경우 여성의 기본요금과 음식 값 등은 남자가 지불하게 된다. 그렇게 남성고객이 하루에 쓰게 되는 비용이 약 1만 6000엔(약 21만 원)정도. 만만치 않은 가격임에도 불구하고 회원 중 한 명은 “신분증명이 필요한 회원제 클럽이기 때문에 안심하고 만날 수 있어 좋다”고 한다.
만남을 원하는 남녀들의 그룹여행을 주선하는 여행사도 등장했다. ‘두근두근 여행 패키지’는 인터넷 상에서 여성그룹이나 개인이 자기소개와 함께 여행 가고 싶은 나라와 여행 파트너의 조건을 프로필에 써서 올리면 남자들이 보고 응모를 하게 된다. 응모자 중 조건이 맞는 그룹이나 개인을 찾으면 함께 패키지를 선택해 해외여행을 떠나는 신개념 서비스다.
니혼햄 파이터즈는 야구장 안에 ‘곤카쓰 좌석’을 설치해 ‘곤카쓰 붐’에 동참했다. 남녀 각 50명씩 100명 한정으로 모집한 뒤 남녀가 교대로 자리에 앉아 있다가 자리를 바꾸는 시간이 되면 남자가 이동하는 방식으로 만남이 이루어진다. 여기에서 커플이 되면 시구를 하는 기회가 특전으로 주어지기도 한다.
이외에도 백화점에서는 승부를 결정지을 여성 곤카쓰용 원피스와 타이즈, 파티용 백, 부적 등을 1만 4000엔(약 18만 3000원)이라는 저렴한 가격에 10개 한정으로 내놓아 관심을 모으기도 했다.
폭넓은 업종에서 다양하게 내놓은 결혼활동 비즈니스. 현재 이 비즈니스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는 쪽은 여성이다. 야구장의 ‘곤카쓰 좌석’도 여성 좌석은 티켓 발매당일 매진이 된 반면 남성좌석은 빈자리가 보이는 등 남성에 비해 여성들의 참여도가 눈에 띈다. 초식남으로 유명한 일본남자들 성격 탓일까. 통례상 남녀의 만남 주선에서 회비를 적게 내는 쪽은 여성 쪽이다. 앞으로 결혼활동 비즈니스의 성공을 위해서는 결혼에 소극적인 초식남 회원들을 끌어들일 수 있는 새로운 아이디어가 필요할 듯하다.
김지혜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