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얼굴’ 침실에선 ‘미스 콘돔’
얼마 전 일본 TV의 간판 아나운서 나쓰메 미구(24)가 콘돔 박스를 손에 든 채 환하게 웃고 있는 사진이 유출되어 일본 언론을 떠들썩하게 했다. 일본 주간지 <플래시>에 네 페이지에 걸쳐 게재된 여섯 장의 사진 속에는 콘돔을 들고 있는 사진뿐만 아니라 한 남성과 침대 위에 나란히 누워있는 사진, 그리고 사적인 데이트를 즐기고 있는 모습 등이 담겨져 있었다.
사진의 흐름으로 볼 때 그녀가 콘돔박스를 든 사진을 찍은 뒤 곧 그 콘돔을 사용했을 것이라는 추측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손에 들고 있던 콘돔 박스에 ‘사가미 오리지날’이라는 콘돔 제조회사 이름이 선명하게 찍혀 있었다. 사진이 유출된 이후 회사명이 거론된 횟수만 해도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은 데다 ‘여자 아나운서가 쓰는 콘돔은 어떨까’라는 소비자의 호기심을 자극해 한때 이 콘돔은 불티나게 팔리기까지 했다.
재미를 본 것은 방송사 측 역시 마찬가지. 대표 아침방송의 여자 아나운서가 부적절한 사진 유출로 이미지를 실추시킨 것을 못마땅하게 생각하고 있던 찰나, 오히려 그녀가 출연하는 방송의 시청률은 껑충 뛴 것이다.
‘일본 TV의 아침 얼굴’이라 불리는 <오모잇키리돈!(거침없이 쾅!)>의 정규 MC가 되면서 주목받기 시작했던 나쓰메 미구는 깜찍한 외모에 차분한 진행으로 다양한 연령층으로부터 사랑받는 국민 아나운서였다. 그런 그녀가 작년에는 유명 광고회사의 사원으로 밝혀진 한 남성과 ‘디즈니 씨’에서 데이트를 즐기는 모습이 공개되더니 이번에는 동일인물로 보이는 남성과의 사적이고 은밀한 사진 유출로 일본 열도를 들끓게 만든 것이다.
사진 속의 남성은 얼굴이 공개되지는 않았지만 모 기업의 후계자로 상당한 재산가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현재 사진이 유출된 경위는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지만 남성의 휴대전화로 찍은 사진이라는 사실은 명백한 것으로 보인다. 그는 “휴대전화를 분실했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이런 일이 벌어졌다”고 해명했다.
부주의한 실수였든 의도적인 사건이었든 나쓰메 미구의 마음고생이 적지 않았을 것 같지만 둘은 지금까지도 연인으로 잘 지내고 있다고 한다. 어쨌든 이번 해프닝으로 그녀는 단아한 여자 아나운서의 이미지는 포기해야 하겠지만 오히려 인지도는 훨씬 높아진 것이 분명한 듯싶다.
“1년에 300회 이상은 섹스를 하고 있습니다”라는 발언을 한 여자 아나운서도 있다. 성적인 농담을 자연스레 주고받는 일본방송에서조차도 여자 아나운서가 던진 이 한마디에는 모두 충격이라는 반응이다. 이 충격적 발언의 주인공은 아오키 유코(26). 172㎝의 늘씬한 키를 자랑하는 그녀는 고교시절에는 패션잡지의 모델로 활동한 경력이 있으며 게이오대학 재학 중에는 미스 게이오로 선발되는 등 어렸을 때부터 화려한 미모를 뽐냈던 아이돌 아나운서다. TBS 입사 3개월 만에 간판 프로그램인 <선데이 일본>의 진행을 맡아 미니스커트와 코스프레 의상 등을 입고 미모의 아나운서라는 강점을 내세워 인기몰이를 하던 그녀였지만 몇 년 전에는 불미스런 스캔들에 휘말리고 말았다.
2006년에 있었던 아오키 유코의 ‘불륜 스캔들’의 상대는 바로 <선데이 일본>의 디렉터였다. 작은 키에 덥수룩한 수염을 하고 있는 남자와 한밤중에 그녀의 맨션으로 함께 들어가는 장면이 포착됐던 것. 그런데 문제는 디렉터 A 씨(36)가 아내와 자녀를 둔 유부남이라는 데 있었다. 아나운서라는 직업 특성상 그녀의 윤리관에 대한 문제가 대두되는 등 이미지에 큰 타격을 입었던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그런데 얼마 전에는 다시 <선데이 일본>의 한 스태프와의 동거 사실이 발각되면서 ‘스태프 킬러’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다. 문제가 된 300회 충격발언도 연하의 스태프 남성과의 이야기라는 소문이다.
‘300회 섹스’ 발언 이후 출연하는 방송마다 ‘에로 아나운서’라는 등 놀림을 당하지만 “아침에 일어나면 ‘잘잤어’라며 그에게 모닝키스를 잊지 않는다”며 오히려 동거생활에 대한 이야기를 당당히 밝히는 모습에 다들 ‘미워할 수 없는 여자’라고 웃어넘기고 있다. 현재 그녀는 두 남자와의 애정행각이 발각됐음에도 불구하고 활달한 성격과 모델 같은 외모를 내세우면서 활발히 활동 중이다.
프리랜서 아나운서인 야마모토 모나(33)는 노르웨이인 아버지와 일본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나 이국적인 외모와 해박한 지식을 자랑하는 일본 여성들의 우상이다. 하지만 의외로 그녀의 별명은 ‘유부남 킬러’다. 지난 2006년 9월 훤칠한 키의 매력적인 중의원과 거리에서 키스를 나누는 모습이 목격되어 구설에 올랐던 그녀가 이번에는 요미우리 자이언츠의 니오카 도모히로 선수와 택시 안에서 진한 키스를 나눈 후 러브호텔에 들어가는 장면이 발각되어 논란이 됐다. 2006년 스캔들 당시 그녀는 ‘노상 키스’의 주인공이었던 민주당의 호소노 고시 중의원이 유부남이었기 때문에 당시 진행하던 프로그램에서 하차했고, “다시는 이런 일로 실망시켜 드리지 않겠습니다”라며 눈물을 흘리기까지 했다. 하지만 이랬던 그녀가 득남한 지 얼마 안 된 또 다른 유부남과 스캔들이 터지자 대중들은 “일부러 유부남만 골라 사귀는 것이 아니냐”며 따가운 시선을 보내고 있다. 하지만 그녀는 호소노 중의원과의 스캔들에서는 “너무 사랑해서 참을 수 없었다”고 솔직한 심정을 밝혔던 반면, 이번 불륜 스캔들에 대해서는 “니오카 선수의 강제 키스였고 모텔에서는 술만 마셨고 아무 일도 없었다”는 코멘트로 일관하고 있다.
그런데 주목할 점은 이런 여자 아나운서들의 스캔들이 터질 때마다 그녀들의 몸값은 더욱 더 높아져만 간다는 것이다. 은밀한 사생활이 발각된 아나운서들이 버젓이 지적인 모습으로 돌아가 뉴스를 진행하는 모습을 보기 위해 시청자들이 몰려들고 있기 때문이다. ‘유부남 킬러’라는 야마모토 모나의 1회 출연료가 70만 엔(약 910만 원)까지 치솟게 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하지만 아나운서라는 가면을 썼다 벗었다 하는 그녀들의 이중생활과 인기가 언제까지 지속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김지혜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